메뉴 건너뛰기

close

 허경영 경제공화당 대선 후보의 홈페이지
허경영 경제공화당 대선 후보의 홈페이지 ⓒ

14일 바빴던 아침 출근길.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 하나가 서두 생략한 채 이런 말을 했다.

"난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찍을 후보 결정했다. 국민 모두에게 15억원씩 주겠다는 사람을 안 찍으면 누굴 찍겠냐."

웃음 섞인 그 사람의 이야기에서 기자는 13일 밤 방송된 '군소 대통령 후보 TV토론회'를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다. 기자도 그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기 때문이다.

"UN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기겠다"
"신용불량자를 완벽히 구제하겠다."
"65세 이상 국민에게 건국수당을 지급하겠다."
"결혼수당 1억원과 출산수당 3천만원을 주겠다."
"청년실업은 물론, 노인실업도 완전히 해결하겠다."
"대학교 무상교육를 실시하겠다."
"자동차세와 통행료를 폐지하겠다."


어찌 보면 황당하지만 읽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위의 공약들은 그날 토론회에서 경제공화당 대선 후보 허경영(60)씨가 내놓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대국민 약속이다.

이런 파격적 정책을 제시했으니 방송 이후 허경영이란 이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불문가지. 성미 급한 몇몇 네티즌은 "정말로 결혼해서 아기 낳으면 1억3천만원을 주나요"라는 질문도 하고 있다.

허 후보에 대한 관심은 그가 운영하는 미니홈피로 이어져 14일 오후 5시 8분 현재 일일 방문자가 3만7585명에 이르고 있다. 그야말로 '폭주' 수준이다. 허경영 후보 미니홈피엔 그의 공약과 정책, 그간의 행적과 자기소개 등이 비교적 소상하게 실려있다.

 허경영 후보가 지난 97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의 모습
허경영 후보가 지난 97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의 모습 ⓒ


독특한 공약과 이력 등 실린 '허경영 미니홈피' 네티즌에게 인기

미니홈피 소개란에 따르면 허 후보는 새마을운동을 최초로 제안해 실현했고, 반도체산업 육성과 방송통신대학교 설립과 육성에도 관여했다. 국가 위기 상황이었던 IMF 시절엔 금 모으기 운동도 처음으로 제안해 주도한 것으로 나와있다. 또한 1971년부터 8년간 박정희 대통령 정책보좌역을 수행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미니홈피에 실린 독특한 이력과 토론회를 통해 알려진 깜짝놀랄 만한 공약들, 여기에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화법은 허경영 후보를 짧은 시간에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주목받는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다.

그가 미래의 청사진으로 펼친 공약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네티즌이 부지기수일 뿐 아니라, 토론회 직후부터 하루동안에만 '허경영'이란 이름이 들어간 언론사 기사가 60여건을 넘어서고 있는 것.

허경영 후보와 그의 공약에 관해 설전을 벌이는 네티즌들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말만 들어도 행복하다"며 지지를 보내는 네티즌이 있는 반면, "황당한 코미디 같다"는 견해도 이에 못지 않게 많다.

"후보님, 어제 정책토론 잘 봤습니다. 후보님의 정책과 자신감에 너무 감동했구요. 후보님 말씀대로 꼭 당선되셔서 제발 우리나라 구제 좀 해주셔요."

"이번 대선 TV토론 다 봤는데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걱정하는 후보는 허경영 후보 뿐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추상적이고 듣기 좋은 말로 빙빙 둘러댔는데 허 후보님만 열정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위에 언급된 네티즌 의견은 허경영 미니홈피 방명록에 실린 것들로 '지지 의사'를 밝힌 대표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실현가능성 부족과 돈키호테적 발상이라며 허 후보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비꼬는 의견도 있다.

"이런 사람이 5억원이나 내고 대통령 후보 하러 나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자기가 무슨 재주로 국민 한 사람 당 15억원을 주냐?" 또는, "당신이 무슨 힘이 있어서 그 큰 유엔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긴다는 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는 등은 허 후보 정책이 지닌 실현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의견들.

아예 한발 더 나가 "후보님, 반드시 당선되실 겁니다. 건의사항이 있는데 미리 선불로 (결혼자금과 출산자금 등을) 입금해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네티즌의 글은 약간의 조롱기까지 섞여 있다.

어쨌건 정치인들은 대중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좋은 측면에서의 주목이건, 웃어넘길 정도의 가벼운 호기심이건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에 쏠린 사람들의 관심을 허 후보로선 기분 나빠하지 않을 듯하다.

 네티즌이 만든 허경영 후보 패러디
네티즌이 만든 허경영 후보 패러디 ⓒ

 네티즌이 만든 허경영 패러디
네티즌이 만든 허경영 패러디 ⓒ


#허경영#경제공화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