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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결정짓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진정한 민주개혁세력이라면 오늘의 현실이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평화통일세력이라면 내일의 모습이 두려워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지막 안간힘까지 다해 지금의 이 암울한 시간을 바꾸고 싶고, 무리를 해서라도 내일의 두려운 모습을 걷어차고 싶다.

 

이 나라에서 진정으로 민주개혁과 평화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은 정녕 그렇게 소수란 말인가? 분명 아닐 터이다. 필경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집권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 이 선거의 주제라고 한다. 집권세력만 심판할 수 있다면 온갖 비리와 부패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 지금 유권자들의 표심이라고들 한다. 이명박 후보역시 부패 비리의 당사자이지만, 이 후보도 부산 유세에서 "집권세력 심판"을 말하자 유권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대관절 집권세력이 어떤 짓을 했기에?

 

대체 참여정부가 뭘 잘못했나

 

참여정부는 두 가지 잘못밖에는 범한 것이 없다.

 

첫째, 입으로는 개혁을 한다고 해놓고 정작 개혁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원래 개혁을 원치 않았던 사람들은 물론 개혁을 원했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리게 되었다.

 

다음으로 그들은 수구보수 한나라당에 연정을 구걸했다. 그러니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이 갑자기 미더워진 것이다. 얼마나 힘이 달리면 한나라당에 지원을 요청할까?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한나라당이 맡는 게 낫지 않았을까? 집권세력은 유권자에게 이런 생각이 들도록 만든 것이다.

 

이 두 가지 말고 참여정부의 실책이 또 무어란 말인가?  

 

먼저 우리는 '집권세력'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한다. 무조건 한나라당이 아니라고 해서 집권세력이라고 하는 데에는 착오 또는 음모가 있다. 또한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에서 한 자리 차지했다고 해서 집권세력이라고 못 박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런 식이라면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고건이나 김혁규도 당연 집권세력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집권세력 심판론'이라고 하는 것은 한갓 허상일 뿐이다. 원래 이런 논리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것이었다. 그런데 서글픈 것은 '잔민당'에 이어 문국현 캠프에서까지 이런 주장을 대책 없이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백번 양보해서 집권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가 맞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정동영 후보가 집권세력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집권세력이 내세운 후보는 이해찬이었다. 그리고 집권세력은 엄밀히 말해 참평포럼이다.

 

정동영 후보는 이해찬을 물리치고 후보직을 얻었을 뿐 아니라 참평포럼 같은 데에는 기웃거리지도 않았다. 이런 마당에 정동영을 집권세력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착오 아니면 음모라고 볼 수밖에 없다.


천정배와 추미애가 부르는 목포의 눈물

 

어제 정동영의 목포 유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그것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맛본 감동적 장면이었다.

 

천정배와 추미애가 '목포의 눈물'을 열창하는 것을 보았다. 강정구 교수 구속 건으로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한 천정배였다. <조선일보> 기자에게 "사주 같은 놈"이라고 일갈했던 추미애였다. 젊었기에 실수한 적도 더러 있었지만 이제 그들만한 정치인도 없지 않은가? 거기에는 손학규도 열정적으로 가세했다.

 

어제 정동영은 후보직이 아니라 다른 무엇을 양보해서라도 단일화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국현은 "말이 아니라 진정성을 보이라"고 응대했다. 그러더니 캠프 전략기회조정단장 고원을 시켜 "16일 이전에 후보직을 사퇴하여 진정성을 보이라"는 취지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싣게 한 것 같다.

 

고 원은 이 글에서 "집권세력 심판 프레임을 깨야 이긴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정동영은 집권세력이 아닌 것을 어떻게 하랴?

 

실제로 그를 집권세력이라고 간주하는 유권자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닌 담에야 소수에 불과하다. 최소한 진정으로 민주개혁을 원하고 평화통일을 바라는 유권자라면 그런 착오를 범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이자 조중동의 음모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발언을 자꾸 해대는 까닭은 무언가?

 

단적으로 묻는다. 그것은 무지인가 아니면 음모인가?

 

지지자들은 '문빠'인가, 착각을 버려라

 

고원은 문국현이 사퇴해도 그 지지자의 3분의 2는 정동영으로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말은 문국현 지지자를 욕보이는 것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독선적인 논리 때문에 현 집권 세력이 왕따 당하는 빌미를 주었다는 것을 잊었는가?

 

이런 발언은 자신들이 지지자를 독점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자만일 따름이다. 문국현 지지자는 온통 '문빠'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게다가 이런 주장을 드러내 놓고 하는 것은, 문국현 지지자가 민주개혁이나 평화통일 세력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나 진배없을 터이다.

 

단일화를 진정 원한다면 문국현 후보는 협상 테이블로 나서야 한다. 사실 단일화란 선거에서 표를 더 얻기 위해서 마지못해 하는 것이다. 이명박이 이회창과 단일화를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이회창 없이도 당선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후보의 경쟁력이 핵심은 아니다"고 말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여기는가? 

 

다시 말해 단일화란 '표의 단일화'를 뜻한다. 그러니 더 이상 '정치공학'이니 '가치의 단일화'니 하는 옹색한 변병은 하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정치공학이 싫거든 정치를 하지 말 것이며, 가치의 단일화를 원하거든 고대의 요순우탕이나 다시 읽는 것이 옳다.

 

문국현 후보의 캠프라고 해서, 그리고 문 후보의 지지자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렇게 다 완강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라고 해서 정동영을 환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정동영을 지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망설임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 달라. 원래 선거란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나마 차선을 뽑을 수 있는 유권자는 행복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최악을 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최악이 아닌 차악에게라도 표를 몰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 다 같이 투표장에 나가 차악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를 간절히 호소해 본다. 아울러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안내를 하기 위하여 화급히 용퇴를 결정해 주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갑수 기자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측 김갑수 대변인과는 동명이인입니다.

한겨레 토론방에도 게재한 글입니다.


태그:#집권세력심판프레임 , #문국현,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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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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