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치교회> 겉그림
<정치교회>겉그림 ⓒ 교양인
교회가 정치에 참여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하는가? 이런 논의들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크리스천은 찬반 사이를 오가거나 그 중간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중립을 지키려는 사람들로 나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면 참여할수록, 정치에 취하면 취할수록 문제점을 안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지 않다.

김지방의 <정치교회>(교양인·2007)는 그야말로 한국의 개신교회가 너무나 정치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현재 보수개신교 측에서 ‘장로대통령을 만들기’에 혈안인데, 그 일로 인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 있고, 그로부터 도덕적 흠집이나 정치적인 실수가 겹친다면 그 부메랑이 개신교회로 되돌아온다는 지적이다.

“도덕성 시비라도 생긴다면, 교회가 고스란히 그 오명을 뒤집어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국 교회를 이런 위험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258쪽)

우리 정치사에서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옛 정치사에서 장로 대통령이 집권했던 일들은 있다. 가까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있고, 멀게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있다. 그분들은 모두 장로였다. 그래서 선거는 물론이고, 중요한 정치적 순간 때마다 개신교인임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이승만, 김영삼...'장로 대통령'의 씁쓸한 말로

김영삼씨는 역삼동에 있는 충현교회 장로로서 2002년 선거전에서 “주일은 거룩히 지켜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일요일에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며 교인들의 표를 모으려 했다. 그가 집권한 뒤에는 주일마다 유명한 목회자들을 불러 청와대에서 찬송가를 울려 퍼지게 했다. 개신교 교인들이 들으면 마땅히 칭찬받을 만한 일 같다.

집권 말기, 그는 아들 김현철씨 문제와 외환 위기로 초라하게 물러나야 했다. 그의 국가적인 정치 실수로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했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떠나야 했고, 수많은 노숙자들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장로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의 실정을 무조건 감싸주고 덮어줘야 했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승만씨는 또 어땠는가? 1948년 7월 24일 하나님의 이름 앞에 선서를 하면서 취임했다. 그야말로 개신교식 의례를 국가 공식 의전으로 정례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군목제도도 도입시켰고, 1948년 5월 31일 임시국회의장으로서 제1대 국회를 개원하기에 앞서 제헌국회 의원이던 이윤영 목사에게 기도까지 부탁했다. 실로 장엄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그는 3선 개헌과 부정선거를 저질렀고,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나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놀랍게도 개신교회는 1960년 4·19혁명으로 물러나기 전까지도 그를 옹호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다. 독재와 부정으로 얼룩진 그가 장로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지막까지 지지하고 감싸줬던 것인가?

2007년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한국 개신교회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 보수와 진보진영에서 나름대로 기 싸움을 하고 있고, 그 사이에서 여러 계층들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장로 대통령'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기독교사회책임, 뉴라이트 운동, 미래한국, 청교도영성원 등의 보수기독교계와 한국기독청년학생협의회 등 성찰적 기류를 조성하려는 진보기독교계가 각각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군사정권 옹호한 한국 개신교 목회자들

왜 이토록 한국개신교가 정치참여에 열을 올리는 걸까? 그것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이어 온 정권과 종교의 밀월 혹은 유착관계 때문이다. 1965년 2월 27일 박정희 정권 시절 ‘국회조찬기도회’가 처음 열렸다. 그 기도회를 주도한 사람은 대학생선교회 총재인 김준곤 목사였는데, 그는 제1회 대통령 조찬기도회 때 “박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길 빈다”고 했고, 2회 때는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군사 쿠데타를 찬양했다.

한편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20여명의 목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열렸다. 그곳에서 설교한 한경직 목사를 비롯하여 많은 목사들은 전두환 장군과 신군부 세력들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했다. 그 기도회는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군인들에 의해 진압된 직후였으니 얼마나 개탄할 일이었는가?

그리고 작금에 이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개신교가 정치교회가 된 이유를 환히 꿰뚫어 볼 수 있다. 그것은 아무리 달리 말해도 중독된 명예의 맛, 검은 금권의 맛, 헛된 명예의 맛에 취할대로 취해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정치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에 취하면 취할수록 돈과 명예와 권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왕들이 스스로 신의 권위를 가지려 했던 것처럼 교회도 권력을 추구하고 높은 보좌에 앉으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교회의 정치참여는 화려한 권력의 보좌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 되어선 안 된다. 예수가 그러했듯이 저 빈 들에 가득한 인간의 눈물과 한탄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섬겨야 한다. 그것이 교회가 이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 교회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인가.”(318쪽)


정치교회 - 권력에 중독된 한국 기독교 내부 탐사

김지방 지음, 교양인(2007)


#교회정치#정치교회#뉴라이트운동#한국기독청년학생협의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