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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오른쪽)가 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7주년 기념 '버마 민주화의 밤' 행사 시작전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오른쪽)가 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7주년 기념 '버마 민주화의 밤' 행사 시작전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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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일이 코앞으로 닥쳐오면서 아우성 속의 침묵이 흐른다. 이른바 민주개혁 세력의 패배가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는 정동영 후보의 말도 그 진정성 여부를 떠나 유언처럼 들릴 뿐이다. 그것도 언제 집행될지 모를 유언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국현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고원 단장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이번 대선 판도를 결정짓고 있는 것은 '집권세력심판 프레임'이며, 이를 해체하기 전에는 현재의 판세를 바꿀 가능성이 없다. 그런데 그 프레임을 해체할 수 있는 사람은 그 프레임을 가능하게 한 정동영뿐이며, 해체의 길은 정동영의 사퇴이다. 다시 말해 정동영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세상을 구원할 '네오'가 아니라 '키맨'이라는 것이다.

'집권세력심판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면, 여기까지는 쉽게 동의할 수 있다. 나도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미래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문국현 후보로 단일화되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원 단장은 그렇게만 되면 국민이 진실과 거짓을 완전히 가려내게 될 것이고, 기적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과연 기적은 이루어질 것인가?

문국현 후보로 집권한다고 해도

문제는 진짜 기적이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문국현으로 단일화되어 이른바 민주개혁 세력이 다시 집권하는 게 기적일까? 아마 지금의 대선판만 본다면 그것도 말 그대로 기적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기적은 이번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 세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집권세력심판 프레임'보다 더 커다란 체제 변화가 이번 대선을 둘러싸고 있다.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정전 협정 체제에 대한 전환 압력, 그 자체로 완성될 수 없는 87년 체제, 한계에 다다라 사회 자체를 해체시키고 있는 97년 체제 등의 복합적 전환이다.

여기서 핵심은 고용 불안과 사회 양극화로 표현되는 97년 체제의 대안 문제이다. 그리고 평화 체제로의 이행을 촉진하기도 하고, 가로막기도 하는 것이 바로 97년 체제이며, 87년 체제를 미완의 민주주의로 남겨놓고 있는 것도 97년 체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지난 십 년 동안 한국 사회를 시장지상주의에 무차별적으로 노출시킨, 아니 그것을 강제한 범여권 혹은 민주개혁 세력이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그러한 체제의 작은 한 축으로 생존해 온 낡은 진보 세력이 존재감마저 상실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이 '집권세력심판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원 단장이 말하는 정동영 후보의 사퇴가 사태를 좀더 선명하게 만들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어 범여권을 문국현 후보가 흡수한다면 그가 제시하는 97년 체제의 대안 자체도 다시 그 프레임의 덫에 걸릴 것이다. 문국현 후보의 핵심 지지자는 감동할지 모르나, 국민이 감동한다는 보장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른바 민주개혁 세력의 선거 승리가 아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민주개혁 세력의 선거 패배의 희생양을 찾는 일이 아니다. 정동영 후보에게 "역사의 영웅"이 되라는 고언(苦言)은 나에게는 도리어 국민에 대한 협박으로 들린다. 도리어 체제 전환에 맞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려는 비전과 노력이 더 문제라면, 교과서적이지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지지를 구하는 게 마땅하다.

세번째 기적은 무엇일까

성인(聖人)이 되기 위해서는 세 번의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 문국현 후보는 지난 여름 뒤늦게 정치판·선거판에 뛰어들었지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앞세우면서 순식간에 주요 후보의 자리를 차지했다. 첫 번째 기적이 이루어진 것이다. 두 번째 기적은 아마 범여권을 비롯한 철지난 시민사회 원로들의 압력을 물리치고 대선이라는 연옥을 통과하여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는 일일 것이다.

문국현 후보는 출마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대선 이후에도 정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으로서 너무나 당연할 말을 반복해야만 했던 그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알 만한 분들은 알겠지만 낡은 진보 세력인 민주노동당이 기득권과 다수를 무기로 나에게 새로운 정치의 깃발을 내리라는 권고(?)를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국현 후보도, 나도 한국 정치판을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새로 짜는 세 번째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면 그런 압력은 후일담의 소재로 족할 것이다.

문국현 후보가 정동영 후보보다 민주개혁세력을 승리로 이끌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을 국민과 정동영 후보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세 번째 기적일까? 아니면 문국현 후보가 집권세력 심판 프레임의 덫에 걸리지 않고 97년 이후 사회 양극화 체제에 대한 대안임을 증명하고 정동영 후보와 질적으로 다른 정치를 지향함을 분명히 하는 것이 세 번째 기적일까?

이렇게 문국현 후보의 건투를 비는 것은 다시금 진보정치의 혁신과 재편을 위한 나의 각오를 다잡고자 함이다.

덧붙이는 글 | 금민 기자는 한국사회당 대통령후보입니다. 이 글을 인터넷신문 데일리서프라이즈에 동시 송고합니다.



태그:#정동영, #문국현, #금민,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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