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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탈 때마다 여러 가지를 느낍니다. 먼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자전거 타는 일은 목숨 내놓는 일이지 싶어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에는 도시나 시골이나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전거로 마음 놓고 다닐 길이 없습니다. 사람들 걷는 거님길로 가면 사람들이 다칠까 걱정스럽고, 찻길로 다니자니 쌩쌩 달리는 차에 치일까 걱정스럽습니다.

 

더구나 찻길에서 자전거가 달리는 길섶 쪽은 울퉁불퉁할 뿐더러 파인 곳도 많고 빗물 흐르는 길과 아스팔트길 사이에 비탈이 져 있어서 자칫하면 미끄러지기 좋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도 무섭지만, 어마어마한 덩치(자전거와 견주면)로 밀어붙이는 버스와 큰 짐차가 뒤에서 빵빵거릴 때는 간이 콩알만 해지지요.

 

몇 초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차들이건만 그 몇 초를 못 견디고 빵빵거리며 자전거보고 비키라 합니다. 그러면 자전거는 어디로 물러서거나 비켜야 할까요?

 

그래, 이런 나라에서 무슨 자전거를 타느냐 싶지만, 그래도 탑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타서 얄궂고 모자란 교통정책을 바꾸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건널목이 없어서 멀리 돌아가게 하던 서울시 교통정책을 끝내 돌려서 광화문 네거리에도 건널목을 놓았습니다. 이렇게 건널목을 놓으면 차도 사람도 모두 좋아요.

 

도심지에 자전거길이 놓이면 홀로 타는 자가용도 줄일 수 있는 한편 공기도 맑게 되고 기름을 덜 쓰기 마련이라 살림돈도 아낄 수 있으며, 기름을 덜 쓰면 덜 사와도 되니 세계 기름값이 올라도 걱정이 줄 수 있거든요. 게다가 자전거를 즐겨 타면 몸이 얼마나 좋아지는데요. 찻삯 아끼는 일을 넘어서 우리 몸이 튼튼하게 되면, 일과 놀이도 더 신나게 즐길 수 있어서 마음도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어지간하면 차를 안 탑니다. 자동차는 폭력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차 안에서는 따뜻하거나 시원하게 있을 수 있으나 차 밖에서는 덥거나 춥게 지내야 합니다. 차 안에서는 배기가스를 안 맡겠지만 차 밖에서는 배기가스로 몸살을 앓습니다. 차 안에서는 비도 눈도 안 맞으나 차 밖에서는 쫄딱 맞아요.

 

더구나 차가 사람을 치지 사람이 차를 칠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더. 차를 타고 달리면 길가에 자라는 풀도 나무도 꽃도 못 봅니다. 새소리도 못 듣고 바람소리도 못 들으며 구름 흐르는 모습도 못 봐요. 무지개야 사라진 지 오래지만, 차를 타면서 무지개를 보겠어요? 차를 타고 한강가를 달린다 해서 한강 구경을 할 수 있습니까?


.. 새들을 너무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예전에는 좋았던 새들의 삶터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일을 저지르거나 방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새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  〈머리말〉


 <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김수일 씀, 지영사, 2005)라는 책이 있습니다. 200쪽을 조금 넘는 책이 12000원이나 해서 꽤 비싸다고 느꼈지만, 글쓴이가 우리와 나누려고 하는 생각과 삶이 참 살갑다 싶어서 석 달에 걸쳐서 아주 느긋하게 읽었습니다.

 

“알고는 있어도 피부 안팎으로 절실히 느끼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문제점이 아닌가 한다” 하고 말하는 김수일 님은, “자연을 보호하는 데 지름길이 있다면, 우리의 가까운 주변으로부터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76쪽)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요. 자연을 지키는 일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자연은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에서 ‘우리가 살’ 뿐이라고 느껴요. 우리가 먹는 모든 것, 마시는 공기, 살아가는 터전 모두 자연을 바탕으로 합니다. 자연에서 나지 않은 곡식이 없고 물고기가 없고 뭍고기가 없습니다.

 

자연에서 나지 않은 공기가 있을까요? 햇볕을 쬐지 못한 사람은 병에 쉽게 걸리는데, 전등불만 쬐는 사람은 어떠할까요? 사람들이 세운 도시문명이 자연 없이 이루어졌을까요? 시멘트건 철근이건 아스팔트건 석유건 무엇이건 모두 자연에서 얻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은 자연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자연을 따돌려도 너무 따돌립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일’이 가장 좋다고 하면서도 바로 그 ‘자연스러움’이라는 말에 나오는 ‘자연’이 무엇인지를, 이 자연이 어떻게 있는지를 생각하거나 살피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김수일 님은, “농번기에는 종다리·뜸부기·물오리들이 논과 밭에서 함께 살았다. 집 안의 처마 밑에는 제비가, 문 밖 과실나무 위에서는 까치가 모두 사람과 어울려 함께 살았다”(158쪽) 하고 말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 옛 모습이 바로 자연사랑이고 우리가 참답게 살아가던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주 흔한 목숨붙이이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목숨붙이라 할 텐데, 바로 이런 흔하고 너른 목숨붙이를 고마워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알고 믿을 줄 아는 데에서 자연을 사랑할 수 있고,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함께 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이란 먼 데 있지 않음을, 집에 있는 개미나 바퀴벌레도, 집 밖에서 흔히 보는 잡풀이나 비둘기도 모두 소중한 자연으로 느끼며 받아들일 때라야 비로소 우리 삶도 제모습과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교육은 어떻겠습니까? 참교육과 제도권 교육이 나눠지는 자리는 바로 ‘자연’스러움에 있지 싶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올바른 교육이라면 바로 이 ‘자연’스러움을 찾는 데에 첫째 생각을 두고 우리 자신부터 ‘자연’스러움을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책이름 : 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
- 글쓴이 : 김수일
- 펴낸곳 : 지영사(2005.3.10.)
- 책값 : 12000원


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

김수일 지음, 지영사(2005)


태그:#책읽기, #김수일, #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 #조류학자,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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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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