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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저녁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BBK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 CD를 한나라당에 돈을 받고 넘기려 시도한 김모씨(54)가 마포구 서교호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김씨가 조사받고 있는 마포경찰서 조사실 입구에서 경찰들이 기자들의 취재를 가로막고 있다.
 15일 저녁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BBK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 CD를 한나라당에 돈을 받고 넘기려 시도한 김모씨(54)가 마포구 서교호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김씨가 조사받고 있는 마포경찰서 조사실 입구에서 경찰들이 기자들의 취재를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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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이 2000년 대학 강연에서 "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말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동영상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통합신당측이 동영상을 입수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신당측이 동영상을 입수하게 된 것은 한나라당의 '자진신고'와 이회창(무소속) 후보측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찰에 붙집힌 두 사람... 이회창측 연락에 신당 비상연락망 가동

15일 저녁 7시 서울 서교동 서교호텔 12층 15호실. 김모씨와 여모씨는 두 장의 CD를 들고 한나라당측 박모 특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방으로 들어선 박 특보는 김씨 등의 기대와는 달리 30억원이 든 돈가방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박 특보는 "돈이 준비돼 있다. 내려가자"며 두 사람을 방에서 나오게 했다. 두 사람은 아무 의심없이 박 특보를 따라 호텔을 내려오다, 미리 잠복해 있던 마포경찰서 소속 홍익지구대 순경들에게 순식간에 붙잡혔고, 두 사람이 들고 있던 CD 2장은 현장에서 압수당했다.

홍익지구대로 끌려온 두 사람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이회창 후보 캠프의 김정술 변호사였다. 김 변호사는 김경준씨의 변호인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최근 김 변호사를 찾아가 문제의 CD를 언급하며 30억원을 요구했다가, "돈이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두 사람은 홍익지구대에 오자마자 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전화를 받고 달려온 김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두 사람을 '공갈협박죄'로 신고했다는 것을 알고난 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자칫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는 CD를 영영 세상에 내놓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그 때 찾은 대상이 통합신당이었다. 그는 곧바로 이강래 통합신당 선대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이강래 본부장은 다시 우윤근, 정성호 등 율사출신 의원들과 박영선, 김현미, 정청래 등 'BBK 전문 의원들'에게 비상 연락망을 돌렸다. 밤 9시 30분경, 마포가 지역구인 정청래 의원이 가장 먼저 홍익지구대에 도착했고, 곧이어 박영선, 우윤근, 정성호 의원 등이 도착했다.

김씨는 "왜 한나라당이 신고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정청래 의원의 질문에 "한나라당은 내가 가지고 있는 CD가 원본인줄 알고 그것만 없애면 된다고 생각해서 신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2000년 이 후보의 강연 동영상을 촬영한 모 미디어 회사 대표인 여씨에게 "당신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냐"고 따져 물었다. 여씨는 "시끄러워지는 것이 겁이 나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내가 강연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살해협박까지 받았다.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씨는 박 의원에게 자신의 명함을 슬쩍 찔러줬다. "CD에는 이명박이 'BBK를 설립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말도 흘렸다.

김씨와 여씨가 마포경찰서로 압송돼 온 뒤, 통합신당측은 정성호 의원과 임내현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을, 이회창 후보측은 김정술 변호사를 두 사람의 변호사로 선임하겠다는 선임계를 냈다. 이들은 또 경찰측에 두 사람의 조사과정에서 CD를 함께 시청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난색을 표했다.

변호인단은 두 사람에게 "CD가 경찰쪽에 입수된 이상 불리하다, 따로 만들어둔 사본을 봐야 변호를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통합신당측은 16일 새벽 1시30분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구청 인근의 한 사무실에서 '007 작전'을 방불케하며 여씨측 인사들을 만나 문제의 동영상이 담긴 CD 2장을 건네받을 수 있었다. 통합신당측은 어렵사리 구한 CD를 국회 통합신당 대표실에서 열어본 뒤,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포경찰서 조사실 입구에서 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오른쪽)이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에게 '술 취해서 정청래 의원의 브리핑을 방해하지 말라'며 항의하고 있다.
 마포경찰서 조사실 입구에서 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오른쪽)이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에게 '술 취해서 정청래 의원의 브리핑을 방해하지 말라'며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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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신속한 자진신고?

앞서 김씨와 여씨는 2-3일전 정봉주 통합신당 의원을 찾아가 CD 얘기를 꺼내며 100억원을 얘기했다. 그러나 정봉주 의원도 이들을 빈 손으로 돌려보냈다. 두 사람이 요구하는 액수가 워낙 컸고, 내용의 진위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회창, 정동영 캠프 양측 모두로부터 거래를 거절당한 두 사람은 결국 이명박 후보 캠프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거절을 넘어서서 고소까지 당하고 나니, 배신감이 컸다. 이들이 변호인단의 설득에 넘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명박 후보측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가 CD 내용도 확인 안하고) 김씨 일행을 신고한 이유는 (CD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김씨 제안을 받고 즉각 경찰에 신고한 것은 CD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대선을 3일 남겨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응급조치로 보인다.


#이명박#BBK 사건#이명박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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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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