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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충남 서산이다. 원유사고가 난 충남 태안과는 지척이다. 전에는 서산군 태안읍이었지만 서산은 시로 승격, 태안읍은 군으로 독립하게 됐다. 한마디로 서산이나 태안이나 같은 고장이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이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우리 형제들은 모두 서해안 태안반도로 달려가곤 했다. 하루에 한 번씩 만리포, 천리포, 학암포, 구례포, 꽃지, 파도리 등 자리를 옮겨가며 태안반도 해수욕장을 누비곤 했다. 특히 태안 파도리 해수욕장 같은 경우, 백사장 모래를 파내면 바지락을 비롯해 조개가 몸을 드러내곤 했다. 어디 그뿐인가? 태안 구례포 해수욕장은 해수욕하는 사람 반, 굴따는 사람 반 정도였다. 해수욕하러 와서 굴따는 사람이 그토록 많았다.

 

향후 몇 년 동안은 태안반도 해수욕장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어디 관광객 뿐인가? 관광객을 상대로 먹고 살아가는 관광업 종사자들도 당장 쪽박을 차게 생겼다. 갯바위에서 굴 따서 먹고 살아가는 사람, 바지락 캐 먹고 살아가는 어민들도 생계가 막막하다.

 

보상금, 지원금이 나간다고 하지만 얼만큼의 금액이 언제까지 나갈지도 모르고, 설령 보상금, 지원금을 받았다 해도 바다가 삶의 전부인 이들에게 미래를 책임져 줄 충분한 금액은 아닐 것이다. 보상금, 지원금 받는 절차 또한 얼마나 까다로운가? 피해 상황을 어민들이 스스로 증거 채집하고 수산물 거래내역도 제시해야 한다.

 

양식 등 대형으로 하는 사람들이야 크게 문제 없겠지만 작은 섬에서 굴따고 바지락 캐서 시장에 내다 팔아 먹고 사는 70대 노인들이 무슨 거래내역 영수증 등이 있겠으며 무슨 재주로 오염 현장을 증거로 남길 수 있겠냐 하는 것이다.

 

물론 군청, 면사무소 등 행정관청에서 오염현장 증거 채집 등 행정적 지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주로 큰 규모의 어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고 영세어민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할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이 내놓는 의견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해안산 수산물이라면 기피부터 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태안 어민들의 고심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태안의 주산물인 바지락의 경우 노량진 수산 시장으로의 반입이 완전히 끊긴 상태인데도 소비자들의 인식은 냉랭한 상태이다.

 

창고에 저장했다가 이제 풀어놓는 서해안산 수산물의 경우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기름 유출사고와는 전혀 무관한 수산물인데도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태안을 더욱더 멍들게 하고 있다.

 

태안반도 기름 피해 주변의 수산물은 거의 반입이 중단된 상태지만 위쪽, 아래쪽 서해안에서 잡힌 수산물들도 ‘서해안’이라는 원산지 표시만 있으면 구입을 주저, 꺼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했지만 지금 서해안에서 올라오는 수산물은 기름 유출사고와는 무관한 신선한 수산물이라는 거,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티스토리 블로그(tistory)에도 동시에 송고했습니다. 


태그:#태안반도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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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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