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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돌아오면 진해 벚꽃 군항제 소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꽃구름처럼 붕~뜨기도 하였건만 단 한 번도 진해군항제에 가보지 못했던 내가 2007년도 끝나가는 12월에 44년 만에 처음으로 진해에 가게 되었다.

 

학창시절에도 봄이 오면 진해군항제 갔다 왔노라 하면 내심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인데도 가 볼만한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벚꽃 축제가 있는 봄이 아닌 만큼 봄꽃 축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진해 시루봉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 한다. 12월의 반, 15일은 맑음이었다.

 

진해 시루봉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우리는 산행을 하기에 앞서 산행에 관한 책을 참고하거나 인터넷에 검색한다. 주로 산 정상에 올랐을 때 주변이 확 트여서 조망하기 좋고 시원한 곳을 택한다. 산행지도를 프린트하고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자세하게 검토한 다음에 산행할 곳을 정한 다음에 적당한 날에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의 산행 혹은 여행은 모처럼의 귀한 시간을 낸 만큼 목적지까지 쏜살같이 달려갔다가 내려오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자연과 친화하며 함께 이야기하며 쉼을 얻은 그런 여행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뒤에 오던 사람들도 대부분 우리를 앞질러 올라가는 것을 종종 본다.

 

진해시는 동쪽은 부산, 북쪽은 김해시, 창원시와 접하고 있으며 서쪽은 마산만을 사이에 두고 마산시와 마주하며 남쪽은 진해만을 사이에 두고 거제시와 마주하고 있다. 창원터널을 지나 안민터널을 통과하자 바로 진해시의 얼굴이 눈앞에 보였다. 진해시는 한국 해군의 근거지인 군항도시로 관광, 휴양도시로 알려졌음인지 첫인상이 좋았다.

 

길가에 동백꽃들이 낮게 피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삼성아파트 앞을 지나 자은초등학교 옆에 있는 시루봉 등산로 입구는 쉽게 찾았다. 근처에 차를 대고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벌써 오전 11시 40분이었다. 좀 일찍 집을 나섰지만 병원에 들렀다가 나왔기에 좀 늦었다. 등산로는 길이 아주 친절하다. 올라갈수록 등산로는 친절하다 못해 과분할 정도다. 그래서 이곳이 등산로인지, 공원로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시민들이나 산행하는 사람들이 언제 와도 편안하게 휴식하며 산에 오를 수 있도록 잘 조성해 놓고 있다. 으슥한 곳이나 음산한 곳 없이 개방되어 있어 우범의 염려 없고, 산 전체를 공원화시켜 놓은 것 같다.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친절한 화장실은 3개가 있다. 혹시 화장지를 가지고 오지 않았어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벽거울과 화장지까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주변에는 운동기구까지 있어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산 중턱에는 시루샘터가 있다. 이 약수터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어김없이 한 번씩 시루샘터에서 물을 마시거나 물줄기가 약한 약수를 받는 동안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쉬어간다. 또한 주변 경관을 조망하기도 하고 쉬어갈 수 있는 3곳의 정자가 있으며, 나무벤치와 평상 등이 100미터 내지 200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놓여 있어 언제든지 앉아 쉬어 갈 수 있다.

 

길은 친절하게 조성해 놓고 있어 오르막길이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진 않지만 사실 꽤 높은 경사길이다. 등산로 곳곳마다 벚나무들이 도열해 있어 벚꽃으로 만개할 봄을 상상하노라니 마음이 설렌다. 봄 산행이 즐거울 듯하다.

 

길은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시루봉 꼭대기까지 가는 동안 산책길 같은 계단식 등산로로 아주 잘 되어 있다.

 

이 산은 녹차밭길로 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차밭은 야생화 종자 80톤을 파종하여 조성한 것이라 한다. 녹차 채취시기에 따라 청명차(4.5), 곡우차(4.20), 우전차(곡우이전), 입하차(5.6), 망종차(6.6) 등으로 차 잎의 시기에 따라 시민들 누구나 채취해 갈 수 있다고 한다. 시루봉 가는 길은 산 전체를 공원화해서 호젓하고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 데이트 코스나, 아이들과 함께 가족 산행으로도 좋을 듯하다.

 

이곳 시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가벼운 운동차림에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아주 가볍게 산을 오르거나 내려오고 있었다. 혼자, 혹은 두 사람, 혹은 여럿이서 오가는 사람들, 너무 소란스럽지도 않고 너무 한적해서 인적 없는 곳도 아닌, 호젓한 등산로다. 이곳을 처음 찾은 우리는 등산복 차림에 배낭, 그리고 지팡이까지 들고 있어 괜스레 무겁게 느껴졌다. 시루봉 정상을 앞두고 만난 정자에서는 주변을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곳으로 주변에는 나무  벤치가 여러 개 놓여 있고 전망이 확 트여 있어 좋다.

 

제법 추운 날이라 바람이 아주 차가워서 오래 앉아 있지는 못했다. 저기 저만치 시루봉 정상이 보이고 그 아래에 시루봉까지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지그재그로 시루봉 정상까지 나 있다. 시루봉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다 보니 하늘만 보인다. 마치 하늘로 가는 계단처럼 느껴진다.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는가 하면 또다시 그만큼 멀어져 있다.

 

아~ 제법 많이 올라간다. 계단에서 계단으로 지그재그로 된 나무계단을 오른다. 이 계단 올라가는 것도 힘들 것을 미리 생각했음인가?! 친절하게도 계단 중간에 널따란 나무 바닥에 나무의자들이 여러 개 놓여 있다. 참으로 친절하지 않은가.

 

여러 산을 올랐지만 이렇게 과분할 정도로 되어 있는 산은 처음이다. 계단 끝에 다다랐을 때 시루봉 바위가 눈앞에 버티고 있다. 때 칼바람이 몰아쳐 볼살이 얼얼하다. 시루봉(곰메, 곰메바위)은 표고 653미터의 곰메 봉우리에 높이 10미터, 둘레 50미터의 크기로 되어 있다. 시루봉 정상에서는 진해 시내와 바다, 장복산, 천자봉, 웅산 등이 두루 조망되었다.

 

긴 겨울 지나면 봄은 어김없이 또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다. 봄꽃 축제를 이룰 진해의 산들…. 봄 산행이 벌써 기대된다. 꽃 피면 봄이 오면 꼭 다시 한번 오자고 우리는 서로 약속하며 왔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벌써 짧은 겨울 해는 총총걸음으로 서산을 바삐 넘고 있었다.

 

[진행] : 자은초등학교(11:40)-자은본동갈림길(12:35)-시루샘터(1:05)-정자쉼터(능선=화장실 1:25)-시루봉정상(2:10)-식사 후 하산(2:50)-시루샘터(3:20)-자은초교 앞(4:20)

 

[코스소개]

제1코스: 마진터널-장복산-안민고개-시루봉-천자봉-대발령(16킬로미터)
제2코스: 마진터널-장복산-안민고개-시루봉-자은초교(15킬로미터)
제3코스: 안민고개-시루봉-천자봉-대발령(1킬로미터)
제4코스: 안민고개-시루봉-자은초교(6킬로미터)
제5코스: 자은초교-시루봉-자은초죠(6킬로미터)


태그:#시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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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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