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가짜 만원짜리로 도배된 2.5톤 탑차 8대가 17일 오전 10시 10분께 삼성본관 앞에 도착했다.
 가짜 만원짜리로 도배된 2.5톤 탑차 8대가 17일 오전 10시 10분께 삼성본관 앞에 도착했다.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만원짜리 안에는 'MB'와 '검'이 새겨져 있고, 퍼포먼스 '떡값'전 천의 바탕색은 차떼기당을 상징한다.
 만원짜리 안에는 'MB'와 '검'이 새겨져 있고, 퍼포먼스 '떡값'전 천의 바탕색은 차떼기당을 상징한다.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17일 오전 10시 10분께 행동주의 작가 오종선(41 홍익대 조소과졸업)씨의 두 번째 개인전(SoloShow) 퍼포먼스 '떡값'전(展)이 시작됐다. 부적절한 트리오 삼성-검찰-한나라당을 풍자하기 위한 거리전인 것이다.

가짜 만원짜리 지폐로 도배된 2.5톤 탑차 8대가 경광등을 켜고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 천천히 나타났다. 차량들과 행인들은 느닷없는 장관에 눈길을 멈추었고, 일부 젊은이들은 디카와 폰카를 꺼내 촬영했다.

교통경찰이 정차한 차량에 다가와 불법정차를 문제삼자 잠시 멈춘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탑차들은 삼성본관을 끼고 천천히 우회전하며 '떡값 본산' 전략기획실과 재벌청산을 염원하며 탑돌이를 했다.

삼성-검찰-한나라당을 위한 퍼포먼스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에 잠시 정차한 전시차량들.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에 잠시 정차한 전시차량들.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는 떡값 차량. 여의도도 떡값 안전지대는 아니다.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는 떡값 차량. 여의도도 떡값 안전지대는 아니다.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20분 동안 3회에 걸쳐 삼성본관을 탑돌이 한 탑차들은 각각 4대씩 2개조로 나뉘어 강남과 강북으로 향했다. 꽁초가 수북한 작가의 지휘차량에 동승, 강북행 탑차들을 뒤쫓았다.

오전 11시 10분께 강북행 탑차 4대가 주한 미대사관 방면 교보빌딩 앞에 도착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에 차량들이 정차하고, 퍼포먼스의 주요 참여자인 운전사들이 담배 한 대씩 피운다. 지나는 행인들이 폰카를 꺼내들고 촬영에 나서고, 어떤 행인들은 즐겁게 웃는다.

"어! 돈, 돈이네. 저 돈! 나 주면 좋겠다."

어떤 행인은 돈 욕심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권력없는 자에게 돈욕심은 어림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돈과 권력의 유착을 선도해 온 삼성의 뇌물을 ‘떡값’으로 명명하며 관용하는 이 시대에 지친 듯했다. 심지어 무기력해지고 있거나 부화뇌동하며 용인(容認)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강북행 탑차들이 여의도에 점심시간 무렵 도착했다. 국회의사당을 거쳐 뒷길로 들어서자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국민캠프가 나타났다. 국민캠프 빌딩에는 '국민여러분 성공하세요'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다. 탑차 하단부에 두른 '떡값'전 천의 바탕색과 한나라당 대형 플래카드 바탕색이 동일하다.

떡값 퍼포먼스의 모티브는 한나라당 차떼기이다. 차떼기로 뇌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한나라당, 들통 나고도 또 뇌물을 줄 수 있는 재벌 삼성, 떡값 수수를 부인하는 국민 협박기관 검찰 등 트리오를 조롱하기 위해 연출한 것이다.

탑차를 유심히 바라보던 나모(61 명예퇴직자)씨는 삼성의 뇌물을 풍자하기 위한 예술행위라고 설명하자 "설마 대기업과 검찰이 그랬을라고…"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개인택시를 받았다는 60대 택시운전사는 "뭘 모르고 BBK 어쩌고저쩌고 하는데…"라며 이 후보를 신봉했다.

강북 차량은 삼성본관, 광화문, 여의도, 신촌, 장충동 등을 돌고, 강남 차량은 목동, 수서, 테헤란로 등을 돈 뒤 최종 목적지인 서초동 대검찰청에 오후 5시께 도착했다. 이들 차량들은 검찰청사 진입을 두 번이나 시도했으나 검찰의 차단에 막혀 진입하지는 못했다.

자본의 공룡 '삼성'과 권력의 공룡 '검찰'과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차떼기당 '한나라당'을 농락하기 위한 '떡값'전은 막을 내렸다. 국민과 시대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교미(交尾) 해온 두 공룡의 뇌물연대를 까발린 행동주의 작가는 "통쾌하고 흐뭇한 개인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가들이여, 불의한 시대에 침묵하지 말고 거리로 뛰쳐나오라

이명박 후보의 국민캠프 앞을 지나는 전시차량. 과연 국민은 성공할 것인가?
 이명박 후보의 국민캠프 앞을 지나는 전시차량. 과연 국민은 성공할 것인가?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행동주의 작가 오종선
 행동주의 작가 오종선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비정규 예술가의 삶을 사는 행동주의 작가 오종선씨의 올해 수입은 800만 원. 그는 최근 어린이집 설치미술을 하면서 얻은 수입 가운데 500만원을 떼어내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 5일 검찰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BBK 무혐의 수사발표를 지켜보던 그는 생계비를 뭉툭 잘라내 '떡값'(展)을 기획했다.

떡값 퍼포먼스의 주요 동반자는 8명의 운전사들이다. 카고 차량에 천을 두르고 조명을 비추는 방식으로 야간 퍼포먼스를 생각했던 그는 화물연대 소속 탑차 운전사들의 적극적 협조로 방향을 선회했다. 운전사들은 16-17일 1박2일 동안 함께하며 퍼포먼스에 적극 동참했다.

강북행 팀장 이광용(34)씨는 한마디로 유쾌한 동참이었다고 말했다. "검찰과 대재벌을 고발하는 예술행사여서 적극 참여했다"면서 "대재벌들이 깎고 또 깎아서 떼어낸 화물 운임비를 떡값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냐"고 일침을 놓았다.

오씨는 "메시지에 공감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떡값이 아닌 기름 값 정도만 받고 의기투합해 주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권력과 자본의 부패연대와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의 무기력한 침묵을 깨고 싶었다고 그는 밝혔다. 민족-민중미술의 사회참여가 드세던 80년대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도대체 나아진 게 무엇이냐고 그는 따져 물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도시 빈민과 농민의 삶이 퇴보한 최악의 시대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자신의 예술은 '행위'가 아닌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이 불의한 시대와 야합을 하거나 눈 감으면 안 된다"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미술은 세상을 어둡게 하는 권력과 자본과 싸우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일익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예술이라는 무기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떡값 퍼포먼스는 구체적 표현보다는 은유 기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탑차에 도배한 가짜 만원짜리 좌측 상단 숫자 앞에는 BBK의 이명박을 상징하는 'MB', 좌측 끝 중간에는 떡값과 BBK 무혐의 수사를 한 검찰의 '검'을 새기는 등 은유로 풍자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물론 정치와 검찰을 통제하는 바탕인 돈은 삼성이다.

그는 공간에 갇힌 예술과 젊은 작가들이 거리로 뛰쳐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획을 통해 진보-보수할 것 없이 젊은 작가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상품으로 전락한 미술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로서 존재하면서 하나의 장르(행동주의)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떡값, #행동주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