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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방송계 트렌드를 정리했다. 돌아보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 해였다. 장르 드라마부터 사회성 짙은 드라마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국내 드라마의 부흥에 더해 '미드' '일드' 열풍까지 불었다. <거침없이 하이킥> 신드롬, <무한도전>의 '무한 인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2007년,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최고의 데뷔] 이윤정 PD, <커프>로 '예쁘고 맛있는 드라마' 요리

'MBC 최초의 여성 드라마 PD'로 입사 초부터 시선을 모은 이윤정 PD. 이 PD는 장편데뷔작인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드라마보다 더 유명한 PD가 됐다.

<커프>는 한물간 줄로만 알았던 트렌디 드라마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다. 출생의 비밀, 캔디와 황태자의 사랑 등 기존의 트렌디 드라마 코드를 슬쩍 비틀고 기존의 관습과 금기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들면서 '예쁘고 맛있는 드라마'를 요리해냈다. 배우들의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짚어내는 솜씨도 발군이었다.

올 여름 젊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은 MBC '커피프린스 1호점'(왼쪽)과 이윤정 PD
 올 여름 젊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은 MBC '커피프린스 1호점'(왼쪽)과 이윤정 PD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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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PD의 남다른 연출 솜씨는 단막극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베스트극장> '매직파워알콜', <떨리는 가슴> '바람', <태릉선수촌> 등 이 PD의 작품에는 가볍게 치부해버릴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청춘'이고, '성장'이었다. 이 PD만큼 '청춘'이란 단어가 갖는 녹색의 싱그러움을 잘 표현해내는 연출자도 없을 듯. 아무튼 2007년 여름은 <커프> 덕분에 뜨겁고도 싱그러웠다.

[최다 출연] 조선 22대 왕 정조, 개혁군주? 실패한 왕?

'대선의 계절' 2007년. 당연히 21세기 대한민국이 원하는 '지도자상'이 여러 모습으로 그려졌다.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 태평성대를 이끈 세종대왕, 민족지도자로서의 백범 김구 등 모델도 다양했다. 그러나 TV 드라마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왕은 따로 있다. 바로 개혁군주 정조다.

조선 22대 왕인 정조는 KBS <한성별곡-正>을 시작으로 MBC <이산>, 채널CGV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 등에서 수차례 부활했다. 등장 횟수만 따지면 올해 최고의 스타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연민, 개혁을 위한 고뇌와 갈등. 이것이 드라마 속 정조의 모습이었다. 또 때로는 현직 대통령과 흡사한 모습으로 새삼 논쟁이 붙기도 했다. 개혁군주냐, 실패한 왕이냐. 200여 년 전의 정조와 조선 시대상이 현실 정치 세계와 겹쳐지면서 묘한 해석을 낳았다.

['완소' 미드 캐릭터] 석호필, 모델 의류업체 홍보효과만 55억원 추산

2007년은 '미드(미국 드라마)'의 해였다. '미드'는 열풍을 넘어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까지 해석됐다. <CSI>,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 <그레이 아나토미> 등 인기 '미드'는 케이블은 물론 지상파까지 점령했다. 인터넷 다운로드를 이용하는 '미드족'의 저변은 훨씬 넓다.

이 같은 '미드' 열풍에 불을 댕긴 것은 <프리즌 브레이크>, 정확히 말하면 '석호필'이었다. '석호필'은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의 극중 이름인 스코필드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것.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가 하면, 지난 3월 방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2박 3일의 짧은 일정에도 가는 곳마다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예상보다 너무 높은 인기에 예정됐던 일정을 일부 취소했을 정도다.

'석호필'이 모델로 활동 중인 모 의류업체 관계자는 당시 그의 방한에 따른 홍보 효과를 55억 원으로 추산했다.  

미국 FOX TV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스코필드 역으로 열연 중인 웬트워스 밀러. 그의 애칭은 '석호필'이다.
 미국 FOX TV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스코필드 역으로 열연 중인 웬트워스 밀러. 그의 애칭은 '석호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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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발견]
<무한도전>, 1주일에 120시간 재방송

MBC <무한도전>은 현재 명실상부한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자 트렌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시청률은 30%를 육박하고, 매주 토요일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한도전> 관련 기사들이 인터넷을 장식하며, 케이블TV 등에선 1주일에 120시간이 재방송된다. <무한도전>의 콘셉트인 '리얼 버라이어티'를 따라 <무한걸스>가 등장했고,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하이파이브' 등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무한도전>의 성공 비결은 캐릭터에서 찾을 수 있다. '거성' '하찮은 형' 박명수, '퀵마우스' '돌아이' 노홍철, '식신' '헬멧' 정준하 등 그의 특징에 걸맞은 별명이 주어지고, 이에 따라 그들의 역할이 정해진다.

이들 캐릭터는 <무한도전>이 어떤 아이템과 어떤 상황에 놓여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구축돼 있다. 그래서 유재석과 하하가 <옛날 TV>에 출연하면 "무한도전 같아"지고, 노홍철이 다섯 남자와 함께 '1박 2일' 체험을 하면 그것도 "무한도전 같은 게" 된다.

한편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도 '제7의 멤버'로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의 미니홈피엔 5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다녀가는 등 연예인 못지않다.

[시사프로그램 최대의 화두] 소비자 주권, 해당기업으로부터 소송에 시달리기도

시사프로그램들이 거대 담론을 벗어던졌다. 정치, 사회, 인권 등 거대 담론들에서 멀어져 '소비자'로서의 국민들을 만나고 있다. '소비자 주권'은 올해 시사프로그램의 트렌드를 대표하는 주제다.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인 MBC <불만제로>와 지난 5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두 프로그램은 '소비자 주권 수호'의 양대 산맥이다. 기존의 시사프로그램들이 기업의 비리와 구조적 모순을 폭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을 보호했다면, 두 프로그램은 소비자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불만들을 직접적으로 까발린다.

그러다보니 해당 기업으로부터 걸핏하면 소송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불만제로>는 6월 "귀뚜라미보일러 제품 '출광21'의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고발해 귀뚜라미보일러 측으로부터 '리콜' 확답을 이끌어냈고, "녹차티백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밝혀낸 <소비자 고발>은 관련업체로부터 '관련 제품 폐기'와 '문제 시정' 약속을 받아냈다.

[시트콤 신드롬] <거침없이 하이킥>, 그러나 열악한 제작환경의 그늘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는 일종의 신드롬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 <하이킥>의 인기는 웬만한 '대박' 드라마 못지않았다. <하이킥>은 최근 포털 사이트 '다음'이 밝힌 2007년 인기검색어에서 방송 프로그램으로 유일하게 상위 10위권 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단연 올 최고의 화제작인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단연 올 최고의 화제작인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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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의 대가'로 불리는 김병욱 PD는 <하이킥>으로 <귀엽거나 미치거나>의 부진을 한 번에 만회했다. 가족 시트콤이란 테두리 안에 멜로, 미스터리 등 다양한 요소를 적절히 배합한 시도가 돋보였다.

그러나 <하이킥> 성공의 이면에선 시트콤의 열악한 제작환경이 그늘져 있었다. 일일드라마에 비해 높은 노동 강도,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 등으로 제작진과 연기자들은 지쳤다. 그런 기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MBC <김치 치즈 스마일>이 선보였고, KBS <못 말리는 결혼>도 이어서 등장했다. <하이킥>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했던 두 시트콤은 역시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낮은 시청률로 2중고를 겪고 있다.

[최악의 스캔들] tvN, 낯 뜨거울 정도의 선정성

케이블TV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선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차별화다. 지난 10월 개국 1주년을 맞은 tvN은 선정성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채널이다.

tvN의 페이크 다큐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왼쪽)과 조작 방송으로 물의를 일으킨 <리얼스토리 묘>
 tvN의 페이크 다큐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왼쪽)과 조작 방송으로 물의를 일으킨 <리얼스토리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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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초반부터 '진짜야? 가짜야?'란 의혹을 받은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페이크 다큐'란 장르로 사실은 연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장면인 것처럼 시청자들의 착각을 불러일으켜 방송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 등 수차례 징계를 받았다.

비슷한 폐해는 또 있다. <리얼스토리 묘>는 '지하철 성추행' 편에서 재연 장면을 사실인 것처럼 '조작' 방송해 방송위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다. 이밖에도 tvN은 <tvNGels> 등 낯 뜨거울 정도로 선정적인 방송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반면 차별화된 시도가 돋보이는 '진흙 속의 진주'들도 있다.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표방한 tvN <막돼먹은 영애씨>, '조선의 CSI'로 불리는 MBC 드라마넷 <별순검> 등은 지상파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시도와 실험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영애씨>와 <별순검>은 케이블 TV가 지향해야 할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TV,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 #커피프린스 1호점,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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