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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치러진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4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치러진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4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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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대선보다는 월드컵과 수능에 관심이 있던 평범한 학생으로 개표 중계만 재미있게 시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5년 뒤, 다시 돌아온 '온 국민이 초조해지는 날'에 저도 당당히 권리를 행사하고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첫 투표용지를 받다

이번 대선은 제게 있어서는 학교 학생회장을 제외한 첫 투표입니다. 지난 총선은 개인사정으로 투표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물 셋 나이에 처음으로 투표소를 향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눈곱조차 떼지 않은 채로 스믈스믈 걸어가는데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배운 '주권을 행사하는 행위'를 태어나서 처음 할 수 있다는 기분 때문이었을까요.

투표소인 동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에 도착해보니 몇몇 분들이 먼저 오셔서 이름을 확인하고 계셨습니다. 저도 줄을 서서 선거인명부 번호를 확인하고, 신분증과 선거인명부를 대조한 뒤에야 제 인생의 첫 투표용지를 받았습니다.

열두 명의 후보자 이름이 적힌 하얀 투표용지에 눈을 떼지 못하며 기표소로 들어간 순간 정신이 멍해지더군요.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밀려왔습니다. 분명 1분 전까지만 해도 찍을 후보를 정해두고 있었는데 막상 투표용 펜을 집고 보니 열두 후보들이 저마다 제게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 흩어진 정신을 추스리고 미리 생각해 뒀던 후보의 칸에다 표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난 다음에야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어느새 많은 분들이 투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80세가 넘어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침식사 후 달려온 중년의 부부도, 어린 두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젊은 어머니도 모두 밝은 얼굴이었습니다.

선거인명부와 신분증을 확인하던 직원이 엄마와 함께온 아이에게 "꼬마야, 너도 투표하러 왔나보네, 투표용지 줄까?"라고 장난치자 직원, 참관인, 투표자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MBC 개표방송 선택 2007 홈페이지
 MBC 개표방송 선택 2007 홈페이지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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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방송 6시간 전, 벌써부터 초조해진다

투표소를 나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생애 처음으로 나라를 대표할 사람을 선택했다는 뿌듯함이 컸습니다. 이제서야 내게도 국가에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는 기분이 듭니다.

또 거리에서 춤추고 있는 현수막들, 버스를 타고 거리를 지나면 지루한 눈을 달래주는 각 후보들의 유세 영상, 후보들의 지역 방문시 떠들썩해지는 시장과 번화가 풍경 모두 5년 뒤를 기약해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도 남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났고, 하이라이트인 당선자 발표만이 남았습니다. 당선자가 발표되면 당선된 후보는 꽃 목걸이를 걸고 두 손을 번쩍 들고, 낙선된 후보는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방송되겠지요.

하지만 당선자 발표보다 기대되는 것은 앞으로 당선자가 만들어갈 새로운 대한민국입니다. 자신의 공약 뿐만 아니라 타 후보들의 공약 중에서도 좋은 것이 있다면 이어받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직 개표방송이 6시간 남짓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초조해집니다. 이번 개표방송은 또 얼마나 스릴있고 재미있을까요.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대선특별취재단입니다



태그:#17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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