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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올림픽둥이들만큼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감회가 새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1987년생들이다. 2006년에 지방선거가 있었지만 1987년생 절반 이상이 지방선거를 치르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초점은 올림픽둥이들에게 쏠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내심 섭섭한 마음을 가진 나도 1987년생이다. 생애 첫 대선을 치른다는 마음에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며칠 전 집에 도착한 선거 안내문을 보면서 나는 엄마에게서 선거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을 숙지하고 있던 터였다. 보통 때보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뜬 탓에 채비를 하고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소는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한 초등학교였다. 투표소 안에 들어서자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나도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하나의 권리이자 의무를 행한다는 느낌에 뿌듯함을 느꼈다.

투표소에 있던 안내표지판. 정말로 대선 투표를 하러 왔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투표소에 있던 안내표지판. 정말로 대선 투표를 하러 왔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 이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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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명부에서 본인 확인을 하고 투표용지를 받아들어 기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길쭉한 종이에 열두 명의 후보자 이름이 기호번호와 함께 적혀 있었다. 그리고 투표를 위한 도장도 신기했다. 그냥 찍기만 하면 잉크가 나온다니…. 내가 생각했던 도장과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오후에 친구와 함께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오마이뉴스> 사무실에 볼 일이 있어 대선 출구조사 발표가 날 때까지 나는 그곳에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신문사 사무실을 내 두 눈으로 지켜본다는 것이 좋았다. 내 예상과 크게 빗나가지 않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나와 내 친구는 우리 나름대로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 과연 이명박 후보가 출구조사대로 과반을 넘어 당선될 것인가? ▲ 출구조사 결과 퍼센티지(%)가 실제와 얼마나 근접할 것인가? ▲ 과연 허경영 후보가 이인제 후보보다 득표를 많이 할 것인가?(출구 조사 발표 당시에 이인제 후보와 허경영 후보 사이에 있던 차이는 정말 근소한 차이였다) ▲ 문국현 후보가 과연 얼마나 득표할 수 있을까?

특히 우리 사이에서 허경영 후보와 이인제 후보 사이에 득표 차이는 꽤나 흥밋거리였다. 그래도 이인제 후보의 결과는 내심 충격이었다. 출구조사라서 자세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1%도 못 미치는 수치였기 때문이다. 충격이라면 그 나름대로 충격이었다.

"벌써 대선 개표 다 했대? 벌써 당선 발표 나나?"

나와 내 친구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광화문 역 쪽으로 향했다. 그때 <동아일보>에서 걸어놓은 야외 대형 전광판에 대선특집방송을 하고 있었다. 저녁 8시 5분가량 정도 되었는데, 그때 방송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앞뒤 정황도 모른 채 그 방송을 보고 있던 나와 내 친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왔던 말은 "벌써 대선 개표 다 했대? 벌써 당선 발표 나나?"

나와 나의 친구가 보았던 대선특집방송. 분위기로는 이미 개표를 다 마친 것만 같았다.
 나와 나의 친구가 보았던 대선특집방송. 분위기로는 이미 개표를 다 마친 것만 같았다.
ⓒ 이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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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당선 프로그램을 방송국 자체적으로 돌려나온 결과를 발표한 것이었다.

전광판을 한참 보다가 길 건너 청계천 광장을 봤다. 방송차량과 함께 경찰과 수많은 인파들이 대거 몰려있었다. 그것은 청계천 광장뿐만 아니라 시청 앞 광장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는 어김 없이 방송차량과 함께 수많은 경찰들이 있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연방 대선 관련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사진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청계천 광장 가득 사람이 모였고, 취재차량과 경찰들도 많았다.
 사진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청계천 광장 가득 사람이 모였고, 취재차량과 경찰들도 많았다.
ⓒ 이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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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각 밤 11시 53분. 전국 개표율이 93%에 육박했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2위 정동영 후보와의 표차는 4백만이 훌쩍 넘은 상태이다. 앞으로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은 이명박으로 결정났다.

이렇게 2007년 12월 19일 생애 처음으로 치른 대선은 이렇게 끝났다.

1987년생의 작은 꿈, "잘 사는 나라와 동시에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이명박 후보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앞으로 대통령을 하는 동안에 약속했던 대로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씁쓸한 건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지도자의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 정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앞으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집권하면 경제력 못지 않게 도덕성 역시 지켜주길 바라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논란에 대해 깨끗하게 해명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잘 사는' 것이 일부 국민들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잘 사는 나라와 동시에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어느 1987년생의 작은 꿈이다. 부디 2012년 대선에는 올해 대선처럼 대선 기간이 별 재미 없다고 느껴지지도 투표율이 저조하지도 않은 대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이 일기 같은 감이 큰 것 같지만, 올림픽둥이만 처음으로 치르는 대선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오늘 한 표를 행사한 모든 1987년생들과 함께 국민의 권리를 누렸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총선에도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 1987년생이 되기를 바란다.



태그:#17대 대선, #대통령 선거, #1987년생의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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