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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통폐합된 농어촌학교가 2266개나 된다. 도시에 있는 학교 보다 농어촌의 학교가 통폐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현재 남아 있는 학교는 5천여개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학생수 100명 기준에 걸려 통폐합 대상에 해당되는 학교가 50%에 이른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본교가 분교가 되고 다시 2~3년 후 폐교의 운명을 맞게 되는데, 순환교사제, 복식수업, 상치교사(타전공과목 교사가 대신) 등의 방침으로 내년에 전남에서만 127명의 교사가 감축될 예정이다. 지금 농어촌에서는 공교육의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교육부의 최근 6년간(2001~2006) 농어촌지역 폐교 자료를 살펴보면 광역시를 제외한 대부분 농어촌에 해당되는 도 단위 지역에서 281개의 학교가 폐교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에 초등학교가 214개, 중학교가 47개, 고등학교가 17개나 된다.


전남에서는 무려 78개의 학교가 폐교되었고, 경북 49개, 충남 41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도 여주시 안평분교 등 2개 학교가 폐교되었고, 내년에도 가평군 위곡분교가 폐교대상이다. 또 양주시 상수초등학교 등 6개교가 분교로 전환될 예정이다.

 

전남에서도 올해 화순 매정분교 등 13개의 학교가 폐교되었고, 여수 돌산중앙초교 등 5개 학교가 분교로 전환되었다. 앞으로 이렇게 본교에서 분교로, 분교에서 폐교가 될 학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농어촌의 인구감소와 교육여건이 어렵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본교가 분교로, 분교가 폐교로...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폐교의 매각과 재활용은 순조로울까. 전남의 경우 2002년부터 올해까지 167개의 폐교가 매각되었다. 남아있는 폐교를 확인해보니 고흥군이 44개로 가장 많고 곡성 25개, 화순 18개, 보성 17개 등 212개나 된다. 매각되는 폐교들은 대부분 접근성이 좋거나, 도시 주변과 관광지역이다.

 


경남도교육청의 자료를 보면 2002년부터 매각된 폐교들은 39%가 교육문화시설, 28%가 복지시설, 22%가 산업용, 11%가 연구시설 용도로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도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외의 다른 용도로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하지만 자연환경이 우수한 농어촌에서는 주민들이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농어촌체험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펜션 등의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현재는 위락, 숙박시설 용도로는 매입이 어렵고, 교육연수원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폐교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정말 한심할 정도다. 대부분의 폐교들은 가까운 인근 학교에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관리비 예산책정이 거의 없어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

 

거의 슬라브 건축물인 폐교건물은 수년째 방치되면서 흉물스런 폐가로 남아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방치되는 폐교는 건물이 훼손되고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활용되는 등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폐교, 관리비 예산없이 방치되고 있다


그렇다면 폐교 매각과정의 문제점은 없을까.

 

첫째 거의 3년 단위로 감정평가를 해서 매각가격을 책정하고 있는데, 그 상승률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이다.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 나무 한그루까지 포함시키고 있고, 주변 땅값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폐교는 슬레이트 지붕이 태풍에 부서지면서 목재로 된 실내바닥은 썩어갈 정도지만, 감정가격은 그 전과 전혀 변동이 없다. 이 정도로 관리가 부실하면 감정가격은 내려가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계속 오른다는 점에서 교육당국의 부동산 투기의혹까지 의심되는 실정이다. 


둘째는 공개입찰 또는 수의계약 방법으로 매각하고 있는데, 폐교주변 마을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매각이 전혀 성사될 수 없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동의서명을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뒷돈이 들어간다는 것. 최근 전남 모지역에서는 폐교 매입에 동시에 경쟁이 붙어 마을주민들이 억대의 뒷돈을 요구했던 사례도 있었을 정도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럴만한 사정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농어촌 학교들은 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세워졌는데, 주민들이 학교부지를 기부하여 설립된 경우가 많다.


셋째, 형식적인 공개입찰이다. 폐교를 매입하려면 먼저 해당교육청에 매입의사를 보이고, 매각절차에 들어간다. 그 다음 관리학교에서 마을주민들의 동의서명을 받는다. 그 후 형식적인 공개입찰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매입신청서류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개입찰을 하는 이유는 매각을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함이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2명 이상이 공개입찰에 참여할 경우 먼저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절대 계약을 할 수 없는데도 굳이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모순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단독 수의계약으로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넷째, 매입하는 측이 순조롭게 매각절차를 끝내고 등기를 완료한 후, 각종 개인사정을 들먹이며 애초의 매입목적에 맞는 시설공사를 하지 않고 방치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또 5년이 경과한 후 매입한 측에서 다른 이에게 이윤을 남기고 다시 매각을 해도 계약해지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문제가 있다.

 

물론 주변 주민들이 항의를 하겠지만, 대부분 고령인 농어촌에서 주민들의 대항이 어렵다는 것. 이미 사유재산으로 넘어간 이상 현실적인 제재가 불가능하다.

 

문제 많은 폐교 매각과 임대

 

폐교의 임대도 문제가 많다. 단기간 임대하는 측은 대부분 주변 도로건설업체의 현장사무소로 활용되고 있어 임대기간에는 매각절차를 밟기 어렵다. 임대해서 사용하는 경우 임대계약이 끝나면 아무리 좋은 시설로 고쳐서 사용했다고 할지라도 원상태로 복원시켜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오히려 원래대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훼손될 가능성도 있고, 매입하는 측에서는 대부분 건물을 신축하거나, 용도에 맞게 고쳐 사용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폐교 매각이 어려운 지자체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우선 지자체에서 매입하려고 해도 열악한 지방재정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폐교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폐교활용에 관한 관련법을 개정하여 폐교의 재산을 지자체로 조건없이 이관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 애초에 교육시설 목적으로 기부했던 주민들은 대부분 사망했을 것이지만, 그 용도가 폐기되었을 경우에는 원래의 지주들에게 반환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주들에게 반환하는 것보다 그 지역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지방재정이 어려운 지자체에 이관시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재정을 높이고 주민들의 실정에 맞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나의 폐교이야기 응모


태그:#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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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어용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세월호사건 후 큰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내고 향토사 발굴 및 책쓰기를 하고 있으며,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자서전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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