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2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다. 이 전 총재는 17대 대선 후보로서는 마지막으로 마이크 앞에 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뜻은 이루지 못했으나 씨앗은 심었다고 생각한다"며 "언젠가 이때 시작한 저와, 저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하고자 했던 일이 씨앗으로 기억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캠프의 참모들, 자원봉사자들을 향해서도 "저에게 여러분들은 한분 한분이 보석과 같은 분들"이라며 "여러분들은 이해관계나 이해타산을 다 떠나서 이길 상황이 아님에도 오직 제가 좋아서 저를 지키기 위해 모인 분들"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 대목에서 목이 메는 듯 10여초 간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눈시울도 붉어졌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 전 총재를 15년째 보좌한 이흥주 홍보팀장은 아예 해단식장 한켠으로 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이 전 총재는 "어려울 때 모인 여러분들은 진심으로 우리가 이뤄야할 것을 이뤄야한다는 신념 하나로 모인 것"이라며 "저는 이것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말했다. 신보수 정당 창당 의지도 거듭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산업화·공업화로 발전은 했지만 동시에 정신적 기반은 천민 자본주의에 빠졌다"며 "이러한 정신적 바탕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를 바꾸고 나라를 발전 시키는 일은 당시의 대세나 국민 생각의 쏠림과는 상관없이 시작돼야 한다"며 "우리가 이번에 뿌린 씨앗이 반드시 열매 맺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로 캠프는 해단됐지만, 곧 창당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창당을 목표로 이달 말까지 창당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캠프의 곽성문 의원은 "1월이 되면 창당준비위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실무 논의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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