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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고기는 종을 울리지 못한다.
▲ 풍경 작은 물고기는 종을 울리지 못한다.
ⓒ 참거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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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으로 이사하고 나니 꿈이 하나 생겼다. 한옥처마에 운치 있는 풍경 (風磬)을 하나 달아보는 것이다. 공중에 매달린 물고기가 바람을 타다가 종을 울리는 풍경만큼 운치 있는 소리가 또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마음먹은 것은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꽤 성질 급한 나인지라 풍경을 구하기 위해 바로 화개장터로 갔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팔지 않는 물건이지만, 화개장터라면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예상대로 장터에는 풍경이 있었다. 가격도 5천 원짜리부터 3만 원짜리까지 다양했다.

너무 큰 것은 부담스럽고 작은 것은 큰집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중간 크기의 풍경을 하나를 골랐다. 소리를 들어보니 소리도 청아하다.

서둘러 돌아와 처마에 풍경을 달았다.

"이제 소리만 기다리면 되겠지"

그리고 일상에 묻혀 며칠이 쉬이 지났다. 그 동안 바람이 불지 않았을 리 없는데 풍경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기다림이 꽤 길었다.

"왜일까?"

소리가 나지 않는 풍경은 사람 애를 태운다. 풍경을 살펴보니 풍경에 매달린 공중의 물고기가 너무 작은 것이 원인이었다.

물고기가 너무 작아 웬만한 바람에는 종을 울리지 못했던 것이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풍경은 풍경이 되지 못한다.

풍경이 제 역할을 하려면 물고기가 더 멀리 그네를 타도록 도와줄 친구가 필요했다. 물고기 밑에 함석을 잘라다가 붙이기로 맘을 먹었다. 집안 곳곳을 살펴 함석지붕을 찾아내 적당한 크기로 잘라냈다.

철사를 잘라 물고기 밑에 함석를 매달았다. 작은 물고기 밑에 커다란 함석을 달아놓으니 물고기는 답답해 보였다. 작업은 쉽게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등을 달아놓자 마을사람들은 우리를 무속인으로 오해했었다.
▲ 등 등을 달아놓자 마을사람들은 우리를 무속인으로 오해했었다.
ⓒ 참거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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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면 풍경소리가 울린다. 이제 너무 울린다. 그래서인지 풍경이 있는 처마를 자주 보게 된다.

함석이 바람에 날리는 것인지 아니면 물고기가 바람에 날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보는 운치는 줄었다. 허나 종과 내 귀는 심심하지 않게 되었다.

마루는 햇살을 맞이하기에 좋은 곳이다.
▲ 마루 마루는 햇살을 맞이하기에 좋은 곳이다.
ⓒ 참거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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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볼 때마다 내 욕심이 매달려 있는 것 같아서 맘이 편지 않다마는 풍경은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니 괜찮다. 이런 욕심쯤이야 좀 내면 어떻겠는가?

오늘은 주적주적 비가 내린다. 그래서 잠시 풍경도 물고기도 함석도 조용히 빗소리를 듣고 있다. 오랜만에 물고기는 습한 기운에 흠뻑 취해 답답한 속이 풀리지 않았을까?

풍경[風磬]

풍령(風鈴)•풍탁(風鐸)이 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전래한 것으로, 작은 종을 만들어 가운데  쇳조각으로 붕어 모양을 만들어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지리산에서 농산물 직거래운동을 하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참거래농민장터는 전남 구례군 간전면 양동마을에 있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시골, #귀농, #지리산, #섬진강, #참거래농민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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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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