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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마당놀이'하면 김성녀·윤문식·김성엽씨의 문화방송(MBC) 마당놀이를 생각한다. 그들의 걸쭉한 해학에 관객들은 자지러질 만큼 문화방송 마당놀이의 인기는 대단하다. 오죽했으면 그들을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라고 부를까?

 

'마당놀이'는 원래 넓게는 마당에서 하는 모든 민속놀이, 특히 절기에 따라 하는 여러 겨룸놀이를 말하며, 좁게는 북청사자놀음의 한 장면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제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곁들여 흥겹고 해학적인 내용으로 이끌어가는 한국식 연극을 일컫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모습의 마당놀이를 우린 보게 되었다. 12월 20일~21일 이틀에 걸쳐 서울 창덕궁 근처 한국음악홀에서 전문예술법인 (사)정동예술단 주최로 열린 감칠맛 나는 경서도소리 해학 한마당 '채봉전'이 그것이다.

 

"밤은 깊어 먼 곳 나무 희미하고
적적한 빈방에 홀로 앉아서
달 밝은 긴긴 밤은 너무나도 외로워
잠들면 꿈속에서나 그리운 임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잠들려 해도 잠 못 드는 이내 신세"

 

 

 

 

위는 '채봉전'의 바탕이 된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의 한 대목이다. 임을 그리는 채봉이의 애절한 느낌이 담겨있다. <채봉감별곡>은 조선 후기 순조(純祖)∼철종(哲宗) 연간의 작품으로 짐작될 뿐 지은이를 모르는 애정소설인데 가을바람에 이별을 노래한다는 뜻의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으로도 불린다.

 

사실적인 묘사로 조선 후기 부패한 관리들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하고, 진취적인 한 여성이 부모의 명령을 거역하면서까지 사랑을 성취한다는 내용을 그려 조선시대 소설에서는 드물게 보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 내용 중에 채봉이 부르는 가사체(歌辭體)의 '추풍감별곡'은 서도창(西道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날 출연진에는 채봉에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이, 장필성 역에 역시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전수조교인 유창 명창이 함께했고, 서도소리 혹은 경기소리의 이수자들인 고수자·신현정·이나라·문영식·최병문·안성찬 등이 감칠맛 나는 열연을 펼쳐 관객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제작총지휘는 정동예술단 김만석 단장이 맡았으며, 작가 김차호, 연출 김영만, 소리지도 유지숙, 음악 한교경이 함께 했다.

 

이날 공연의 특징은 작은 무대에서 관객과 가깝게 호흡을 하며 마이크 없이 연기와 소리를 했다는 점이다. 이는 출연진에겐 상당한 부담을 주었겠지만 관객과 함께한다는 우리 문화의 장점을 그대로 소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극 도중 앞 자리의 한 관객을 예고 없이 출연시켜 함께 한 모습은 무대와 객석이 따로 아니라는 뜻으로 보였다.

 

 

 

또 주역과 조역 모두 경서도소리 전문 소리꾼들이 맡아 마당놀이를 단순히 해학극의 차원에서 소리극으로 한 단계 상승시켰다. 재미와 함께 경소도소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한마당이 된 것이다. 여기에 극 도중 인형을 등장시켜 인형극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들의 실험정신을 크게 칭찬해주고 싶은 대목이었다.

 

다만, 공연장 조명이 시원스럽지 못했던 것과 관객의 자리가 불편한 점은 옥에 티여서 앞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로 보였다.

 

전통은 옛것을 그대로 지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옛것을 버리고 뿌리를 잊는 모습은 더더욱 안 된다. 그래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들처럼 잊어버린 옛 모습들을 새롭게 찾아내어 이 시대에 관객의 가슴에 파고들 새로운 시도를 부단히 하는 것이야말로 전통을 지키고 살리는 가장 중요한 대목일 것이라고 관객들은 입을 모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채봉전, #정동예술단, #유자숙, #경서도소리, #마당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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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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