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선거는 축제 판이 되어야 한다는데 이번 선거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축제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 보니 끝나고 나서도 개운치가 않다. 갖가지 비리의혹으로 얼룩진 후보는 당선증을 받고 나서도 BBK 특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후보자 본인이 직접 받아들인다고 한 특검을 이제 와서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을 보면 골치가 아프긴 아픈 모양이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20일 한 라디오 방송사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위해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을 놓고 특검이라든지 다시 청문회를 하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저급한 행위"라는 주장이었다.

 

비리의혹을 계속 제기하며 사상 최악 네가티브 선거전을 펼친 진영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 대통합 민주신당은 친 노와 비 노간 편을 갈라서 싸울 태세다. 비 노로 분류되는 국회의원들이 '대선패배는 대통령 탓이니 친 노 세력은 당을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동영계는 그런 주장을 꽤 진지하게 펴고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 친 노 세력이 나가서 따로 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의원도 있다고 한다.

 

이번 대선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민주노동당이다. 국회의원 의석 하나 없이 치른 지난 2002년 대선에서 98만표(3.9%) 를 얻었었다. 이번 대선은 2002년에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환경이었다. 국회의원도 9명이나 되고 당원수도 다섯 배 정도 증가한 상태에서 치른 선거였다. 그런데 결과는 71만표(3%) 였다.

 

민노당도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최고위원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일부 목소리이긴 하지만 ‘분당’ 론 까지 제기되고 있다.

 

각 당 선거 후폭풍에 몸살

 

 

시민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선거 때보다 논쟁이 더 치열해 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좌파 정권 심판 했다’며 통쾌해 하는 분위기다. 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말대로 특검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압도적 차이로 당선된 마당에 굳이 흠집 낼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다.

 

선거 끝나고 술깨나 마셨다는 사람들은 이 명박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선거 끝나고 술 좀 마셨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2002년도에 노사모 활동을 하다가 이번에 문국현 후보를 지지했던 한 시민은 이렇게 말하며 허탈해 했다.

 

권영길 후보 지지했던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 침묵하는 분위기다. “이러다가 민노당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라며 위기감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시민들 표정도 가지각색

 

이번선거를 치르면서 대통령을 뽑는 행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는 대통령을 뽑으면서 혹시 전지전능한 ‘메시아’를 뽑는다고 착각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대통령은 5년간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국정 책임질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고 5년간 국정을 책임졌던 사람에게 너무 많은 질책을 했다. 5·31 지방선거 때처럼 묻지마 투표 양상을 보인 것이 그 증거다.

 

노 정권 심판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었을 심판했는지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노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심판했는지 단순히 좌파 정권 이었기에 심판 했는지를.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되면 좀 나아질까 싶어 찍었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아마 신자유주의 정책을 심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번지수가 잘못 됐다. 이명박 당선자는 노무현 대통령 보다 더 열렬한 신자유주의자로 보인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대선이 끝난 후 정치권에 불어 닥친  후폭풍도 도박하듯이 대선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한나라당은  싸워서 이겼다고 생각하기에 ‘특검 거부'라는 오만이 생겼다. 마치 전쟁에 싸워서 승리한 쪽이 전리품을 챙기듯이 ‘특검 거부'라는 것을 전리품으로 챙기고 싶은 것이다.

 

민주신당도 누구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심판받은 이유 중 하나가 ‘분열’이었기 때문이다. 노 정권 초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갈라 설 때부터 심판은 이미 시작됐다. 또, 열린우리당을 깨고 이름만 다른 통합민주 신당으로 헤쳐모여 한 것도 심판 대상이었다. 또, 범여권으로 분류된 진영이 합치지 못한 것도 국민들을 많이 실망시킨 부분이다.

 

민노당도 민주신당과 함께 싸잡아서 심판 받았다는 분위기가 있다. 또, 권영길 후보가 진보정당 바람을 일으키기에는 너무 노쇠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리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빠졌다. 

 

대중들이 요구한 시대정신에 답을 해주지 못한 책임이 있다. 2007년에 대중들이 민노당에 요구한 것은 구체적인 양극화 해소 정책과 그것을 실현시킬 실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다 민노당은 시원한 답을 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메시아가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지금까지 당선된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거의 없다. ‘될 사람’에게 표를 던진 적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투표가 끝나 후 단 한 번도 서운해 하거나 분노한 적이 없다. 내 생각을 투표를 통해 정확하게 표현했을 뿐이기에 아쉬움도 분노도 남지 않았다.

 

대통령을 국정 책임자로만 생각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다고 술 마실 일도 없고 정권을 심판 했다며 좋아할 일도 없다.

 

그저 내가 지지한 후보가 내세운 공약에 소중한 한 표로 힘을 실어 주었을 뿐이다. 서민복지와 사회적 평등 인권을 중요시 하는 후보에게 지금까지 표를 던졌다. 지금까지 훌륭한 선택 이었다고 자부한다. 복지, 시회적 평등, 인권 등은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야” 친구는 이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심정으로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진 친구가 개표가 끝나고 난 후 내게 한 말이다. 서운하다는 눈빛이었다.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된 적은 거의  없었어. 그렇지만 하나도 서운하지 않아. 난 내 생각을 투표를 통해 정확하게 표현했을 뿐이야” 그제서야 서운한 눈빛을 거두며 슬며시 웃음을 띄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통령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