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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몰래 산타 대 작적 안양지역 사랑의 몰래 산타 대 작전 동행취재. 난치병 어린이 환자가 있는 두 가정을 방문했다. 첫번째 진현이네 두번째가 찬영이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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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영(10세)이 희망은 목사님이다. "꿈이 뭐니"라는 젊은 산타 질문에 "목사님이요"라고 대답했다. 찬영이가 목사님이 되는 것은 찬영이 어머니 희망이기도 하다. 씩씩함을 넘어 당돌하기까지 한 찬영이 모습에서 난치병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찬영이가  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얘기는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찬영이는 3년째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찬영이 집에 도착한 것은 23일 오후7시 10분경이다. 희망의 천사본부에서 주최하는 '사랑의 몰래 산타'라는 행사를 동행 취재했다. 산타는 5명이고 20대 젊은 남녀다. '사랑의 몰래 산타 대 행진' 은 4주년을 맞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 크리스마스 즈음한 저녁에 아이들 집을 방문해서 선물을 나누어 주는 행사다. 청년자원봉사자들이 산타 복장과 루돌프 복장을 하고 아이들 집을 직접 방문해서 선물을 나눠주며,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 행사를 기획한 것은 청년 단체다. 한부모 가정이나 장애인 난치병 환자 가 있는 가정, 이주노동자 가정 등 소외된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또, 자원 봉사를 하는 청년들에게 나눔 실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더불어 사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려는 목적도 있다.

 

 

찬영이 가족은 기초 생활 수급자다. 월130만원 보조금으로 여섯 가족이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져 누워 있고 어머니는 뇌에 종양이 생겨서 치료를 받고 있다. 누나 셋은 아직 학생이다.

 

찬영이는 또래에 비해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 병이 없다면 운동선수로 나서도 손색없을 정도다. 찬영이는 반에서 '1짱' 이고 태권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찬영이 가족이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것은 탁자 한 귀퉁이에 수북이 쌓여 있는 약봉지를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찬영이 어머니는 문밖에서 젊은 산타들을 맞이했다. 크리스마스를 즈음해서 찾아온 낮선 손님들을 가족들 모두 반기는 눈치였다. 쑥스러움에 쭈삣거리던 찬영이도 형, 누나들 재롱(?)에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오후 8시경, 산타들이 일어서려 하자 찬영이 얼굴에 일순 서운함이 스쳤다. 산타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마음이 짠해요"... "내년에 또 하고 싶어요"

 

진현(16세, 가명) 이는 심장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 선천선 심장병에 난청, 소아당뇨까지 있다. 또, 얼마 전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종합병원' 수준이다.  오후 6시 10분경, 진현이 집에 도착했다.

 

집안에는 진현이 혼자뿐이었다. "엄마 아빠는 일하러 나갔고요. 누나는 외출 했어요"
 
진현이는 어눌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이다보니 말투도 어눌했다.  중3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왜소한 체격이었다. 병마와 싸우느라 정상적인 성장을 못한 듯 했다.

 

진현이 소원은 경찰이 되는 것이다. 음주운전하는 사람들 단속하기 위해서 경찰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진현이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산타들에게 얘기했다. 산타들이 말 할 기회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노래를 부르는 진현이 모습에 다들 놀라는 눈치다. 산타들이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보여주자마자 진현이는 멋진 노래로 화답 해줬다.
 
 

"마음이 짠해요"정은영 (24세여성, 직장인)씨는 진현이 집에서 나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직장 동료 소개로 처음 행사에 참여했다. 좋은 경험이 되었다며 내년에 또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대로 놀아줬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여섯집 을 다니다 보니 선물 나눠주고 사진 찍기 급급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꼭 이벤트성 행사 같았는데 이번에는 비록 두 집밖에 못 돌았지만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제대로 놀아 준 것 같아요."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젊은 산타들은 이구동성 이렇게 말했다. 산타들은 대부분 몇 년째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이날 행사는 오후5시에 안양역에서 시작됐다. 약50명의 산타들이 모여 발대식을 했다. 발대식 전 사전행사로 풍물놀이가 벌어졌다. 산타복장을 한 10여명의 풍물패가 ‘사랑의 몰래산타 대 작전’ 문을 열며 안양역을 달궜다. 이날 산타들은 26가정을 방문해서 선물을 나눠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몰래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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