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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 톨카(Tolka 1700)에서 페디(Phedi 1130)를 거쳐 다시 포카라(Pokhara 820)로

 

나야풀에서 트레킹 9일째, 10월 28일. 톨카에서 페디까지 내려가서 포카라로 돌아가는 여정은 대체로 무난했다. 여기서부터는 사실 극적인 어떤 이야기나 강열한 사건(?)은 없다. 그저 담담히 나의 트레킹이 끝나가고 있을 뿐이다.

 

 

 

날씨는 언제나처럼 맑았고, 바람은 아주 시원하게 불어주고 있다. 걷는 걸음을 잠깐 멈춰 눈을 돌리면 들판이 온통 황금빛이다. 여기도 수확의 계절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내 포터 프리티와 가이드 먼은 어제(10월 27일) 일을 계기로 엘런과 케리와 아주 가까워졌다. 이들 네 명과 나는 이제 영어와 네팔어를 섞어가며 한 마디씩 주고받고 있다. 간혹 한국말도 한 마디씩 레슨을 해 가면서…….

 

‘나마스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사

 

여기 네팔에 와서 내가 가장 많이 쓴 네팔 말은 단연 ‘나마스떼’였다. 우리말 ‘안녕하세요’ 정도로 해석이 되는 이 ‘나마스떼’라는 말을 나는 여기서 입에 달고 살았고, 아주 사랑하게 되었다.

 

“내 안의 신이 당신의 신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는 뜻이야.”

 

내 가이드 먼바들이 나에게 들려준 ‘나마스떼’의 뜻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라마스떼’는 프랑스의 ‘똘레랑스’를 연상케 한다. 어쩌면 이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훌륭한 인사말이 또 있을까.

 

그 다음으로 많이 한 네팔 말은 ‘샤띠’였다. 샤띠는 우리말로는 ‘친구’, 혹은 ‘동무’로 해석된다. 먼과 프리티, 엘런과 케리, 그리고 나, 우리는 산을 내려오면서 모두 ‘샤띠’가 되었다.

 

톨카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물론 약간의 힘든 코스가 있었고, 한 번도 마오이스트를 만나는 등 몇몇 에피소드가 있었다. 힘든 코스는 언제나 처럼 땀으로 때워 넘겼다. 그리고 다시 만난 마오이스트에게는 트레킹 첫날 기부(?)했던 영수증을 보여주고 무사통과.

 

 

점심을 먹고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저 아래 페디 마을이 보인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이 키 큰 나무 사이를 지나며 땀을 식혀준다. 잠깐 쉬는 동안 먼이 손가락을 들어 저 아래를 가리킨다.

 

“저 아래 내려가면 택시가 있어. 그걸 타고 포카라로 갈 수 있어.”

 

포카라에서 마지막 밤…엘런ㆍ케리와의 이별

 

택시비는 500루피. 포카라와 나야풀의 절반 값이다. 오늘까지 9일 간의 트레킹 일정이 여기서 택시를 타면 끝나는 거다.

 

“엘런, 케리, 포카라 가면 뭘 할 거야?”

 

내가 물었다. 엘런이 대답한다.

 

“난 먼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저녁에 빨간 포도주와 피자를 먹을 거야. 동욱 넌?”

“난 우선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고 싶어. 여기 먼이랑, 프리티와 함께.”

 

그래서 우리는 산에서 맺은 인연을 포카라에서의 마지막 밤에 함께 풀어내기로 했다. 두 대의 택시에 나눠 탄 우리는 차례로 포카라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레이크 사이드의 ‘부메랑’ 식당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약속대로 엘런은 큼직한 포도주를 세 병이나 사들고 왔고, 피자와 중국식 닭고기 요리로 우리의 성공적인 ABC트레킹을 자축했다. 포카라의 늦가을 어둠은 일찍 찾아왔고, 이제는 각자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엘런과 케리가 아쉬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다가온다.

 

“동욱, 만나서 무척 반가웠어.”

 

훅~! 미쳐 뭐라고 말 할 겨를도 없이 큰 물풍선이 두 개씩 내 가슴에 철렁 닿았다가 이내 떨어진다. 하아~.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이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쿨~ 한 이별을 했다.

 

 

포카라의 밤, 럼 한 병을 비우고 엽서를 섰다

 

10월 29일, 다시 포카라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나는 택시를 불러 사랑콧에 오른다. 사랑콧은 포카라에서 안나푸르나 산군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사랑콧 전망대 아래까지 택시로 30분, 거기서 다시 걸어서 30분 걸려 전망대에 올랐다. ABC에서의 감동이 너무 진해서였을까. 사랑콧에서 본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는 기대했던 것 이하였다. 옅은 안개까지 끼어있어 더 감흥을 떨어뜨렸다.

 

 

 

뛰듯이 사랑콧을 내려온 나는 다시 택시를 탔다. 시간이 나면 꼭 한 번 가봐야지 생각했던 여기 포카라 자왈라켈의 ‘티베트 난민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왈라켈 티베트 난민촌은 레이크 사이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눈에도 난민촌의 규모가 작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난민촌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큰 건물은 역시 라마불교와 관련된 것들이다. 학교도 있다.

 

가을의 따가운 한낮 햇볕 탓인지 골목 어귀 곳곳에 음식 쓰레기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라마불교 사원에서 나온 라마승들의 모습도 보인다. 낮은 시멘트 담벼락 너머에는 마니차(불교 법륜통)를 돌리면서 불경을 외는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 노인 역시 수 십 년 전 목숨을 걸고 저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여기까지 왔을 거다.

 

 

너무 조용한 티베트 난민촌을 가만히 빠져나온 나는 다시 오후의 페와호수 앞에 앉아있다. 먼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이 포카라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숙소 앞 구멍가게에 나갔다. 네팔 전통 칼(쿠크리)이 그려진 값 싼 럼 한 병을 샀다.

 

럼 한 병을 깨끗이 비운 후 나는 처음 네팔 카트만두에 왔을 때 산 3장의 엽서를 섰다. 이 엽서들이 모두 주인을 찾아갈지 의심스러웠지만 빼곡이 안부를 묻고 안부를 전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 중 두 장은 제대로 전달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제대로 주인을 찾아갔는지, 아니면 다행히(?) 전달되지 않았는 지, 나는 아직 그 행방을 모른다.

 

다음 날(10월 30일) 나는 그린라인을 타고 카트만두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나는 네팔에서 가장 좋다는 안나푸르나호텔에서 트레킹 중 가장 럭셔리한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인 10월 31일 카트만두 타멜거리의 북쪽에 있는 ‘네팔짱’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은 후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행 메모***

1) ABC 트레킹은 크게 두가지 경로가 있다.

나처럼 나야풀에서 출발하여 푼힐을 거쳐 데우랄리-MBC-ABC까지 오른 후 뉴브릿지(1340)-란드룩(1565)-톨카(1700)-담푸스(1650)-페디(1130)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일정이 빡빡한 사람들은 거꾸로 페디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ABC까지 최단 거리로 올라갈 수 있는 이 코스는 초반 경사가 꽤 가파르다. 내 생각에는 정작 ‘트레킹’의 참맛을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코스다.

 

2) 네팔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겸 트레킹 안내소가 몇 개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한선미씨가 운영하는 ‘네팔짱 www.nepal-jjang.com’과 류배상 김지나 부부가 운영하는 ‘우리집www.nepal.pe.kr’이다.

 

내 경우에는 처음부터 이 트레킹 안내소를 이용하지 않았지만 아예 카트만두 행 발권부터 트레킹에 관한 모든 것을 여기에 맡길 수도 있다. 가이드 및 포터 섭외는 물론이고, 공항 픽업과 트렌짓 서비스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3) 네팔은 휴대폰 로밍이 가능하다. 그러나 카트만두나 포카라 등 일부 도시를 빼고는 휴대전화연결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편지나 엽서는 카트만두나 포카라에서 한국으로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소포 같은 물건은 배송사고가 잦다고 한다. 편지나 엽서도 안전한(?) 도착을 원한다면 카트만두의 큰 호텔의 메일박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한국 트레커들의 베이스캠프 역할 충실히 할 것”

[인터뷰] 네팔짱의 산적두목 한선미씨

 

네팔 히말라야 산군을 트레킹 해 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렀음직한 게스트하우스가 바로 여기 ‘네팔짱’이다.

 

카트만두 타멜거리의 가장 북쪽의 마낭호텔 맞은편에 있는 ‘네팔짱’은 한국 트레커들의 전진기지이자 쉼터 역할을 하는 곳.

 

‘산적두목’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기 주인장 한선미씨 역시 한국인 히말라야 트레커들에게는 너무 유명한 사람이다.

 

“올해로 꼭 10년째네요. 1997년 인도 배낭여행을 마치고 네팔 넘어온 게 인연이 되어서 그때부터 여기 눌러 살고 있죠.”

 

한선미씨의 둥글둥글한 얼굴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낯선 땅에서 처음 트레킹을 나서느라 잔뜩 긴장해 있다가도 이런 그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탁 놓인다. 나는 아직 미혼이라는 그에게 언제까지 네팔에서 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건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짧았다.

 

“여기 네팔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지 않는 한.”

 

지금 네팔짱에는 도미토리(4명이 함께 자는 방)를 포함, 모두 14개의 방이 있다. 방값은 1인실 기준 하루 100루피 정도로 싼 편이며, 식당에서 김치찌개와 라면 등 한국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트레킹 가이드와 포터를 소개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할 수 있다.

 

문의전화 / 0977-1-4701536, 홈페이지 www.nepal-jjang.com


태그:#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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