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덕의리 들판 한가운데 있던 초가집 교회에 나가서 예쁘게 생긴유년부 반사가 들려주던 예수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을 나눠 먹였다는 오병이어(五餠二魚) 이야기를 귓등으로 흘리면서 무지개 떡 한 접시를 받아먹곤 했다시쳇말로 하자면 나이롱 신자였다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무지개떡을 얻어먹으려고 더 이상 교회를 기웃거리지 않았다이따금 오병이어 이야기가 떠오를 때마다 그 엄청난 과장이 상징이거나 은유일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도리질하곤 했다 어느 교회에서 운영하던 급식소였던가 잊어버렸지만 대전역 동광장 뒤편에'오병이어'라는 간판단 무료급식소가 있었다 몇 년 동안이나 쪽방 사람들과 독거노인들의 벗이 돼주었다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오병이어 이야기가 과장이라는 내 생각이 틀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하나가 틔운 씨앗이 구제금융 시대를 겪는 동방의 한 나라로 건너 와서 확고한 사실로 꽃 피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샌가 무료급식소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보살집이 대신 들어섰다떼어내지 않은 간판만이 희미해져 가는 옛날을 홀로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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