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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후폭풍이 이른바 '범여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오는 27일과 28일 본회의를 열어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압도적인 대선 승리에 고무된 한나라당은 파병 연장안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이다.

 

이에 반해 의석수 141석으로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패배의식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파병안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마저 희석되고 있다. 신당은 지난 10월 24일 의원총회를 통해 '구속적 당론'으로 파병 연장안에 반대하기로 한 바 있다. 또한 김효석 원내대표는 대선 직후 열린 12월 21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에 대해서 반대당론을 유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로 이러한 당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파병 반대에 적극적이었던 일부 소장파 의원들조차 맥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병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은 자멸 재촉할 것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와 범여권에 등을 돌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정부와 범여권에 대한 진보개혁 성향의 국민들이 실망감이 표출되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2003년 3월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및 국회의 승인에 있었다. '평화를 전면에 내걸고 등장한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인류 역사상 가장 더러운 전쟁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할 수 있느냐'는 배신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민심 이반은 2003년 10월 정부의 추가 파병 결정과 열린우리당의 찬성, 그리고 민주당이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가속화되었다. 이 시기에 즈음해 "노무현 정부는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는 냉소적인 비판이 커지기 시작했다. 정부와 범여권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정부와 범여권에 실망감과 배신감을 갖게 된 이유는 이라크 파병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당이 대선 패배를 이유로 파병 연장 저지에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이미 등돌린 지지자들의 마음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신당의 이러한 태도는 10월 24일 채택한 파병 연장 반대 당론이 '대선용'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평화라는 가치도 못 지키고 경제도 못 살리는 몰가치하고 무능한 정치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병 씻김굿'으로 다시 태어나야

 

결국 신당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지난 4년 9개월 동안 잘못 꿰고 있었던 파병이라는 단추부터 풀고, '평화개혁세력'이라는 정체성을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신당이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유산인 이라크 파병 문제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 해결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씻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가능케 하는 '씻김굿'이라는 것이다.

 

신당은 10월 24일 파병 연장 당론을 결정하면서 "올해까지 철군하기로 한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한 바 있다. 대선 패배가 곧 이러한 약속이 무효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일수록 국민과의 약속을 태산같이 여기면서 자신의 약속을 성실히 지킬 때, 등돌린 국민들이 다시 고개를 돌려 신당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모쪼록 대통합 민주신당이 새출발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이라크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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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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