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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이나 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뉴스에서 '차이나 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식품을 중심으로 공산품까지 중국산을 되도록 쓰지 말자는 운동인 모양이었습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너희들은 차이나 프리, 난 어쨌든 차이나 유즈'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중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 중국산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은 '차이나 프리'할 때 어차피 중국에 살고 있으니 '차이나 유즈'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록도 되고 남들에게 좋은 참고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작한 '차이나 유즈' 일기, 네 번째는 바로 화장실 문제입니다. <기자 주>

 

“문이 없어요.”

 

중국에 갔다 온 여행객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입니다. 공원이나 유명 유적지도 화장실에 들어 가보면 문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남성들은 대사(?)를 치를 때, 여성들은 작은 일을 볼 때도 문 안에 들어가서 보기에 이런 화장실을 보면 대부분 황당해 하십니다.

 

저야 어학연수 시절까지 합치면 2여년을 중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보고도 별로 황당하거나 신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4일, 바로 어제 중국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이브는 바로 이 중국 화장실 때문에 끔찍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 화장실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부터 2층에서 물을 내려도 제가 살고 있는 집 화장실 배수구가 들썩거렸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지난 주말에는 물이 거꾸로 올라와 화장실에 차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무언가 막혔다 생각하고 배수구를 열심히 뚫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자 물이 빠졌습니다.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큰 실수였습니다. 문제가 된 24일도 아침에 다시 배수구로 물이 내려가지 않고 넘쳐흘렀습니다. 그러나 저는 곧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마루로 물이 슬며시 새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까지도 저는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에게 전화하고 해결할 사람을 부르는 게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대단한 게으름을 피운 셈입니다. 그러다 물이 방으로까지 침투해오자 ‘보통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재빨리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 이거요. 물이 막… 막… 새고요.”
“아 그래요? 지금 갈게요. 관리실에는 말했어요?”

 

그랬습니다. 집 주인이 오기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물은 점점 차올랐습니다. 급기야 저는 반바지로 갈아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반바지를 입고 황급히 관리실로 뛰어갔습니다.

 

“우리 집 화장실에 문제가 생겼어요.”

 

곧바로 관리실에 있던 직원 한 명이 저를 따라왔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이제는 복도까지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직원이 화장실에 들어가 살펴보더니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마음은 급했지만 저도 옷 버릴까 반바지를 입고 있는데 어찌 제가 급하다고 그 사람에게만 옷을 갈아입지 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곧 이어 집주인이 달려왔습니다. 상황을 보더니 여기 저기 연락하며 빠른 해결을 위해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알게 된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은 것이 저 하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동도 1층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화장실 배수구에 물이 빠지기는커녕 도리어 물이 넘쳐서 고생을 했다는 것입니다. 주인 아주머니 전화를 받고 달려온 이웃집 아주머니의 말은 나를 더욱더 절망에 빠지게 했습니다.

 

“우리집도 그랬는데, 이거 막혀서 그래요.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 안 들어가게 해야 해요. 우리 집에서는 며느리가 머리가 기니까 배수구에 딱 달라붙는 거예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대야를 하나 사다가 거기에다 감잖아요. 그리고 이거 막혔을 때 약 사다가 부으면 그 다음부터 잘 내려가요.”

 

배수구에서 물이 넘쳐 집 안이 물바다가 된 까닭은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막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세면대, 샤워기, 화장실 물이 내려가는 관이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물이 내려가는 것이 그리 시원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머리를 감을 때 샤워기가 아닌 대야에 대고 감고 반드시 머리카락을 골라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았습니다! 꼭 그래야 하나 싶지만 또 머리카락이 쌓여서 막히면 다시 문제가 될 테니까 귀찮더라도 주의해서 머리를 감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주의하는 것은 둘째 치고 집안을 가득 메운 물을 보고 나니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집주인이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기 때문입니다.

 

“집이 더러운 것은 네가 그만큼 정신이 나태해져 있다는 증거야.”

 

언젠가 놀러온 친구가 그리 깔끔하다 할 수 없는 제가 살고 있는 집을 보고 건넨 한 마디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은 대홍수는 결국 나태해진 제 정신을 되돌아보라는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집을 깨끗이 사용하지 않고 청소도 제대로 안 한 스스로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청소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지금의 불행은 잘못 보내온 시간들의 결과물이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이한 대홍수도 결국은 평소 제가 집을 깨끗이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스스로를 깨끗이 한다는 마음, 정신을 바로 잡는다는 마음으로 반나절을 집안 청소하는 데 썼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끝나고 나니 기분이 새로웠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제게 ‘부지런함’을 선물하고 싶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겠지요? 이 선물을 감사히 받아 더 부지런히 살아야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부지런함’을 선물 받은 저, 여러분은 무슨 선물을 받으셨나요?

덧붙이는 글 | 중국에서 집을 사거나 빌려서 사실 때 1층에 이런 문제는 없는지 확실히 확인해보시기를 바랍니다. 


태그:#중국, #화장실,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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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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