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맞은 25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 거리. 성탄절 휴일을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젊음의 거리’답게 이날 낮과 밤을 불문하고 젊은 연인들의 인파는 끊이질 않았다. 대학로 중심가는 아예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았다. 혜화동사거리 부근에 있는, 동남아시아인들이 즐겨찾는 식당과 카페를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들도 몰려들었다. 성탄절을 맞이해 오랜만에 자국인들끼리 모여 비록 이국땅이지만 그들만의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성탄절을 즐기는 발걸음들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 대학로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 한 학습지회사 건물 모퉁이에는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투쟁의 현장이 있었다. 이곳의 모습은 성탄절이라는 ‘축복받은’ 절기가 무색한 풍경들이었다. 추위를 피해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비닐천막에는 네다섯 명의 여성들이 있었다. 주위엔 스티로폼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고,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보도는 아예 차량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성탄절, 왜 이들은 이곳 길거리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노숙농성자 중 한 사람인 학습지노조 J교육지부 황창훈씨는 학습지회사인 J교육에서 해고된 학습지교사다. 이번 농성에서 J교육 학습지교사들이 받는 수수료(임금)제도에 대한 전면 재개정과 부당해고자에 대한 해고철회를 요구하고 있었다. 황창훈씨는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수수료제도는 위탁계약자인 학습지교사들에게 불리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6월부터 학습지교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대폭 삭감되었고 이러한 악조건은 교사들에게 부당영업행위를 강요하는 상황으로 벌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는 12월 말로 위탁계약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많은 교사들이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학습지회사 본사 건물에서 농성에 들어간 것은 지난 21일부터. 그동안 두 차례 본사직원들이 농성천막을 부수고 집기들을 빼앗아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 조합원과 본사 직원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이들은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비닐천막과 작은 화로에 의지해, 성탄절을 맞은 날에도 길거리에서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학습지교사라는 비정규직 혹은 '허울만 좋은' 소사장 자영업자 사이의 애매모호한 피고용자 신분과 해고노동자들에게 성탄절이란 없었다. 어둠이 내린 저녁, 이들 농성장 비닐천막 안에서는 작은 화로불씨가 희미한 빛을 길거리로 내품고 있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있지 않은 대학로에서는 여전히 성탄 분위기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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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 해고근로자에겐 성탄절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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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태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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