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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야말로 조금도 오염받지 않은 위대한 자연이다.- '김광섭'
 
요즘은 어딜 가나 재건축이 유행이고, 재개발이나 재건축되면 한몫 잡는다는 소리마저 들립니다. 해운대의 중2동 주공아파트는 근 35년의 낡은 아파트입니다. 그간 해운대는 관광특구라는 이유로, 이 아파트의 층수를 결정 짓지 못해 이 아파트 소유주들과 시민단체의 밀고 당기는 싸움으로 꽤나 시끄러웠습니다. 
 
 
 
그런 곡절 끝에 재건축 승인이 났지만, 아직 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이라서 상대적으로 주위의 경관이 좋습니다. 수령이 많은 희귀한 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고, 약수터도 있어서 낙엽이 깔린 작은 오솔길과 계단길은 나름대로 낭만과 운치가 있습니다.
  
이 오랜 세월을 보낸 아파트에는 노인정도 없지만, 어린이 놀이터가 너무 흉흉하게 방치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관심할 수 있는지 고개가 가웃거려집니다.  40동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 내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고, 어린이들의 일은 하루 종일 노는 것인데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반듯한 어린이 놀이터 구실을 할 터인데 말입니다. 
 
 
이 아파트가 세워질 때 이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이제 모두 성인이 되었을 겁니다. 그동안 강산이 세번이나 바뀌어 놀이기구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슬어 도무지 어린이들이 놀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곳은 햇빛이 좋고 나무 그늘이 좋아서 한 여름도 매미들이 와서 왁자하게 울어댑니다.
 
그런데 반듯한 벤치 하나 없어서 이 아파트 어린이들은 물론, 아파트 주민, 노인들을 비롯해 놀이터 없는 주변 동네의 아이들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저 웃자란 잡초를 때에 맞추어 베어주는 아파트 관리 아저씨들만 들락거립니다.  
 
 
물론 재건축이 되면 당연히 멋진 놀이터가 지어지겠지만, 그것은 잔칫날 잘 먹기 위해 사흘을 굶는 일과 같지 않을까 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닌 그 새털처럼 많은 세월동안 이렇게 흉물스러운 어린이 놀이터를 방치 둔 것은, 어른들의 세태 거울을 들여다보는 듯해서 씁쓸한 기분입니다.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터는 아이들의 '꿈의 동산'이자, 동네 주민들의 휴식의 공간입니다. 미국사회와 비교하는 것은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주거환경시설이나 어린이 놀이터 관리가 잘못되면 그것을 시정토록 요구하는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흉물이 되도록 방치해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아파트 주민들의 책임만은 아닐 듯합니다.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기억될 추억의 공간인 어린이 놀이터. 마치 이 시대의 그 누구와도 어울려 놀지 못하는 아픈 어린이를 보는 듯해 마음이 아픕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텅빈 어린이 놀이터. 오늘도 햇빛만 놀다갑니다. 정말 우리의 소중한 재산은 꿈나무의 어린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어린이 놀이터를 버려두지는 않을 터인데 말입니다.

태그:#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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