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2007 시민기자 특별상 수상자로 박진섭 이웅래 이정근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박진섭 기자는 지난 1년간 국내외 현장을 누비며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꾸준히 파헤쳐 왔으며, 이웅래 기자외 이정근 기자는 각 무협소설 <천지>와 역사소설 <태종 이방원>을 연재하며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상식은 2008년 1월11일 오후 4시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07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08 2월22일상>,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2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말] |
<오마이뉴스>에는 수많은 시민기자들의 글이 올라온다. 담 낮은 이웃 이야기, 삶의 단상, 나누고 싶은 책의 향기와 배낭에 담아온 여행 이야기 등등. 하지만 그 많은 기사들 사이에서 골라내는 또 하나의 색다른 기쁨이 있다. 바로 많은 이들이 즐기는 분야, 연재소설이다.
<태종 이방원> 212회, <천지> 315회. 지난 1년간 <오마이뉴스>를 찾는 독자들은 행복했다. 마음 같지 않은 세상사,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에 미간을 찌푸리다가도, 이들이 전해주는 상상의 나래 속에서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었다.
대선 다음 날인 20일. 서울 <오마이뉴스> 본사에는 두 사람이 만났다. 정통역사소설 <태종 이방원>의 이정근 시민기자와 추리무협소설인 <천지>의 이웅래 시민기자가 얼굴을 마주한 것.
☞ 무협소설 <천지> 바로가기☞ 역사소설 <태종 이방원> 바로가기<천지>와 <태종 이방원>의 만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려온 긴 연재를 끝마친 이들은 "이제 다소 숨통이 트인다"며 그늘 없이 웃었다. 많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 이들에게 <오마이뉴스>에서 '특별상'을 수상키로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수상소감을 들어보고, 지난 1년여를 되짚어 보았다.
- 특별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두 분 모두 긴 연재를 마쳤는데. 이정근 "특별하지도 않은 사람이 '특별상'을 받으려니 쑥스럽다. 모든 영광은 독자들이 만들어 주셨다. 그 분들께 감사드린다. 1년여 간 씨름을 했는데, 큰 짐을 벗은 것 같다. 이제 조금 홀가분해진 것 같다. 허허."
이웅래 "<단장기> 연재를 마치고, 바삐 시작한 <천지>가 끝났다. <단장기>는 준비가 잘 됐는데, <천지>는 마음에 걸린다. 개인적으로 바쁜 시기였고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이정근 기자님 덕분에 '묻어서' 받는 것 같다. 하하하. 독자들의 성원 덕분이다."
- 시민기자이자 작가인 두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본인들 소개를 하자면. 이정근 "얼굴을 대하지 않은 독자들은 30대 중반이려니 한다. 생리적인 나이는 글하고 관계가 없다. 나이가 얼마인지 굳이 밝혀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웃음) 30대 중반이라는 상상을 깨고 싶지 않다. 하하하. 원래 하는 일은 집필이고, 40여년 가까이 한문학을 했다."
이웅래 "많이들 아시는데 더 숨길 것도 없고…. 내년이면 우리나라 나이로 50이다. '만'으론 40대다(웃음). 직장생활을 하다 재작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을 드나들며 무역을 하고 있고 지금은 그런대로 유지가 되고 있다."
- 독자들에게 작품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또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점은?
이정근 "<태종 이방원>은 익히 알려진 인물이이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실록이 정사지만, 또 거기에도 숨겨진 이면이 있다.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걸출한 인물 '이방원'을 사각 모니터에 불러낸 것이다. 이방원의 생애인 고려 말과 조선 초기는 역사의 격동기고 수많은 인물이 명멸해갔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며 역사를 두렵게 생각할 줄 아는 선조들의 지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웅래 "이번 대선을 보면서도 느낀 건데, 세상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세력, 기운에 의해 돌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에서 가상의 회(會)를 만들었다. 명나라를 이끌어가는 존재고 그것을 풀어헤쳤다. 인간 군상들의 내면, 욕심과 갈등 등을 다루고 싶었다. 악인과 선인을 떠나 누구라도 일정 상황에서는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삶에서 느낀 부분을 사족처럼 달기도 했다. 다행히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감사드린다."
- 서로의 작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정근 "세상을 이끄는 지배하는 힘이 있다고 하셨는데, <단장기>나 <천지>에 녹아 흐르는 것 같다. 확인할 순 없지만 가슴 속에는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그것,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글로써 파헤쳐 주셨던 것 같다."
이웅래 "연재 초반에 <태종 이방원>을 접하게 됐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문체나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무척 차분하게 느껴졌다. 나도 이런 걸 써보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글의 힘을 볼 때 30대 초중반의 젊은 분일 거라 생각했다."
왜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역사와 무협이냐고? - 두 분 모두 장중한 과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혹시 현실의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이정근 "연재를 하며 독자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에 놀랐다. 인위적으로 여성을 등장시키거나 재미를 위한 묘사를 하면 쪽지나 댓글로 항의가 들어온다. 정통역사물로 정도를 걸어야 할 것 같다.(웃음)"
이웅래 "그렇지 않아도 조선 왕릉을 연재한 한성희 시민기자가 재미있으려면 연애사가 많아야 한다고 그런다.(웃음) 꼭 무협지 전개방식을 택한 건 아니었고, 어쩌다 보니 형식을 따르게 됐다. 사실 중년의 사랑이라 그러면 불륜을 떠올리는데,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움을 꿈꾸는 중년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재를 해 왔는데,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들진 않았는지.
이정근 "작품 배경이 600년 전인데, 연재를 하며 그 시대에 산 것 같다. 시대, 계절감각을 잊고 1년간을 함몰돼 있었다. 보람이 있었고 독자들과 함께 한 시간이 행복했다. 물론 큰 짐이었지만, 즐기려고 노력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웅래 "따로 하는 일이 있어 매달 중국에 가야한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실 매일 매일이 고통이었다. 사업상 어쩔 수 없이 술 한 잔을 해도, '내일 무얼 올려야 하나' 싶어 새벽에 일어나 찬물 목욕을 하고 쓰기 시작한다. 유혹 정도가 아니라 실제 중단하려고 서너 번 정도 마음먹었던 것 같다.(웃음)"
- 연재 중 단행본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지.(이정근 기자의 경우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있다) 많이 팔렸으면 하는 욕심은 없는지. 이정근 "연재 과정 중 약 20여 곳에서 러브콜이 왔다. 심지어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 할 테니, 먼저 계약을 파기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작품은… 손을 떠났으면 출판사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팔리면 좋은 일이지만, 기대나 강요는 하지 않는다."
이웅래 "출판환경이 열악하다. <단장기>를 쓸 때부터 접촉이 왔는데 내가 말렸다. 워낙 분량도 많고, 독자층도 한정돼 있다. 공연히 부담을 주기 싫다. 나중에 출판시장이 좋아지면 생각해보자고 했다. 책보다는 글이 좋아서 쓴 거니까… 지금은 연락이 없다.(웃음)"
-인터넷 매체는 실시간 반응이 온다. 연재에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이정근 "긍정적으로 본다. 그날그날 호불호가 표시되기에, 쓴 소리가 약이 된다. 다음 연재에 반영하게 되기에 좋은 자극제가 된다. 단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여러 대상을 설득시킬 수 있는 자료가 필요했는데 그게 좀 힘들었다. 두렵지만 뿌듯함도 동시에 들었다."
이웅래 "다행히 악플은 못 받았지만, 두어 번 정도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의견을 봤다. 부각을 못시켰거나 소홀했던 부분을 지적할 땐 사실 뜨끔하다. 연재보다 더 많은 양의 자료로 댓글을 다시는 분도 있고… 그래도 고맙다. 무플이 제일 싫은 것 아닐까.(웃음)"
연재는 장기레이스, 각오하고 덤벼야 - 두 분 모두 좋은 글 솜씨를 가진 분들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들을 위해 조언해 주셨으면 한다. 이정근 "편안하게 써야 한다. 강렬한 메시지에 집착하면 좋은 글이 안 나온다. 한편 역설적이지만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모니터를 통해 문자와 가까워졌다고 본다. 문자세계로의 회귀랄까. 컴퓨터 사용을 통해 저절로 읽기가 된다. 앞의 세대들은 받지 못한 축복이다."
이웅래 "습작시절엔 화려한 걸 좋아했는데, 결국 그런 글은 날아가 버리더라. 어느 순간부터 어눌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법학을 전공해서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건 아니다. 우선 책을 많이 읽어 축적해야 무의식에 남아 표출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도 너무 독서를 안 해 고민이다.(웃음)"
- 연재를 준비하거나 계획 중인 시민기자들에게 경험자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정근 "연재는 장기레이스다. 준비가 탄탄해야 한다. 마음과 체력이 받쳐줘야 완주를 할 수 있다. 객기 부리듯이 쉽게 덤벼서는 오히려 독자에게 폐해가 된다. 연재가 시작되면 독자와의 약속도 시작된다. 일방적으로 거둬들이는 건 독자에 대한 모독이다.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이들이 되면 좋겠다."
이웅래 "<오마이뉴스>는 개방돼 있고 누구라도 연재는 할 수 있다. 다만 책임져야 한다. 중요한 건 끝까지 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독자와의 약속이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내 경우 연재를 중단하고 출판하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나머지는 책방에서 사봐라?', 그런 얄팍한 상혼이나 상술은 안 된다."
- 글을 기고하는 '시민기자'가 아닌 '독자'로서 바라보는 <오마이뉴스>는 어떤지.
이정근 "아직도 <오마이뉴스>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면 안 된다. 위로 아래로 더 넓혀야 한다. 현재에 안주하고 나태한 부분이 있다. 상암동 사옥이전을 기회로 초심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가치관이 다를지 몰라도 매체라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접촉해야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
이웅래 "솔직히 깊이 빠져 있기에, 순수한 독자만의 입장은 어렵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가 모토다. 그런데 지금 대표 이하 상근기자들이 그 초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대로 행하는지 그게 사실 궁금하다. 그렇게 운영되지 않는 것 같다.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오마이뉴스>의 존재 기반은 '시민기자'다. 그 한마디가 모든 걸 대변한다고 본다."
-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시고, 독자 및 시민기자들께 인사 부탁드린다. 이정근 "우선 1년여를 함께 해 주신 독자 여러분, 뛰어 놀 수 있는 좋은 운동장을 제공해 주신 <오마이뉴스>에게 감사드린다. 또 생나무에서 맴도는 걸 가슴 아파하는 많은 시민기자 분들, 누구나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건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을 맞추는 일일 뿐이다. 용기를 가지시길 바란다."
이웅래 "심적· 물질적으로 힘든 시기를 연재에 몰두하며 넘길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에 감사드린다. 좋아서 쓴 글일 뿐인데,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도 고맙다. 글은 넘칠 때 써야 하는데, 짜내쓴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다. 사업에 몰두하며 충전의 시간을 당분간 가지려 한다. 언제라고 못 박진 못하지만 좋은 글로 찾아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