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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애사> 표지
 <경성애사> 표지
ⓒ 여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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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원작자로 유명한 소설가 이선미(36)씨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상당부분을 자신의 소설 <경성애사>에 그대로 베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소설은 지난 6월 6일부터 KBS 2TV에서 16부작으로 방영된 <경성스캔들>의 원작이다. 2001년 3월 초판 발행된 <경성애사>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모던보이와 신여성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 소설이다. 이 책은 한 때 절판됐으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다시 서점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똑같은 문장과 내용이 있다.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먼저 <경성애사> 126~127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을 보자.

"이강구, 그는 아홉 살에 주재소의 소사 노릇을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반 농사꾼에 반 노동자였다. 그래서 집안 형편은 소작인보다 더 쪼들렸다. 그 대신 그의 아버지는 땅밖에 모르는 농사꾼에 비해 세상 보는 눈치가 빨랐다. 그래서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소사 노릇을 시작해야 했다. 그를 하루빨리 일본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아버지의 욕구는 거의 광적이었다.

일본말, 일본글을 제대로 익힐 때까지 그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회초리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욕구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는 갈수록 일본 경찰들의 사랑과 신임을 받았고, 독학으로 계속 검정고시를 치러 학력을 쌓아갔다. 그렇게 해서 결국 아버지가 원하는 일본 경찰 제복을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엔 <태백산맥> 2권 159~160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을 보자.

"남인태의 고향은 담양 옆에 있는 장성이었다. 그는 아홉 살 때부터 주재소의 소사 노릇을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반 농사꾼에 반노동자였다. 그래서 집안 형편은 소작인보다 더 쪼들렸다. 그 대신 그의 아버지는 땅밖에 모르는 농사꾼에 비해 세상 보는 눈치는 빨랐다. 읍내 중심가에서 품을 팔며 귀동냥 눈동냥 한 것들이 밑천이었다. (중략)

그를 하루 빨리 일본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아버지의 욕구는 거의 광적이었다. 일본말·일본글을 제대로 익힐 때까지 그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회초리질을 당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의 그런 광적인 욕구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는 갈수록 일본 순사들의 사랑과 신임을 받았고, 독학으로 계속 검정고시를 치러 학력을 쌓아갔다. 그는 결국 아버지가 열망한 대로 일본 순사제복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똑같은 부분은 또 있다. 다시 개정판 <경성애사> 58~59페이지의 한 부분을 보자.

"한 젊은이가 지게에 관을 짊어졌고, 그 아비인 듯 보는 노인이 앞서서 시름없이 걸어가며 요령의 울림도 없는 길 닦음 소리를 하고 있었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북망 고개로 나는 간다.
인생 60 한평생을
못 채우고 나는 간다.

여흐 여흐 여흐 여흐
너거나 넘자 여흐 넘자.
산수갑산 넘을 적에
왜 왔느냐 물음 받고
내 뭐라고 답변할꼬.

여흐 여흐 여흐 여흐
너거나 넘자 여흐 넘자.
굶고 굶어 왔다는 말
서럽고도 남새시러
득병했다 답할라네.

여흐 여흐 여흐 여흐
너거나 넘자 여흐 넘자.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북망산이 멀고 먼데
노자 없이 어이 가리.

여흐 여흐 여흐 여흐
너거나 넘자 여흐 넘자.


노인의 저 깊은 속에서부터 솟아올라 터지는 것 같은, 그 길게 늘어지면서 감기고 다시 풀려 휘돌아 흐르는 소리는 서러운 울음인 듯, 괴로운 통곡인 듯, 9월의 허기진 누름 속으로 물굽이를 이루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와 거의 똑같은 내용은 <태백산맥>에서 아래와 같이 나온다.

"지삼봉이가 지게에 관을 짊어졌고, 한 노인이 그 앞을 시름없이 걸어가며 요령의 울림도 없는 길닦음소리를 하고 있었다.

어으허으 어어허야 어얼럴러 어으히야 가네가네 나는가네 인생육십한평생을 못채우고 나는가네 어으허으 어어허야 어 얼럴러 어으히야삼수갑산 넘을적에 왜왔느냐 물음받고 내뭐라고 답변할꼬 어으허으어어허야 어얼럴러 어으히야 굶고굶어 왔다는말 서럽고도 남새시러득병했다 답할라네 어으허으 어어허야 어얼럴러 어으히야.

한 노인의 사설을 잇고 받치는 소리에 언제부터인가 지삼봉의 컬컬하고도 어기찬 목소리가 가락을 타고 있었다. 한 늙은이와 한 젊은이의 저 깊은 속에서부터 솟아올라 터지는 것 같은 그 길게 늘어지면서 감기고 다시풀려 휘돌아 흐르는 소리는 서러운 울음인 듯 괴로운 통곡인 듯 사월의 허기진 푸름 속으로 물굽이를 이루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현재 이런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등에서는 이선미씨의 표절, 베끼기 등을 지적하는 네티즌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많은 네티즌들은 "다른 소설에도 표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선미씨는 표절 및 도용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씨는 26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성애사>는 7년 전에 쓴 글이고, 당시는 작가가 뭔지 글을 쓴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무지했다"며 "처음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에 흥분해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선미 "진심으로 사과" - 네티즌 "표절 또 있을 수도..."

이어 이씨는 "수십 편의 소설 등 자료를 닥치는 대로 읽었고 그 과정에서 참고하려고 기록해둔 것을 내 것인 양 착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의도를 했건 안 했건 결과적으로 도용을 한 점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고 벌을 받겠다"며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친 조정래 선생님을 비롯해 독자 여러분, 출판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성애사>를 낸 출판사 '여우비' 쪽은 "법조팀이 저작권 관련 판단에 들어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이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1971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선미씨는 지난 1999년 신영미디어 주최 로맨스 소설 공모에 <아란야의 요정>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이씨가 지은 책은 <커피프린스 1호점>, <석빙화>, <광란의 귀공자> 등이 있다.

이씨는 현재 이윤정 PD와 함께 차기 드라마 <공중그네>를 작업하고 있다.


태그:#이선미, #경성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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