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는 "이상한, 기묘한, 낯선"이라는 뜻으로, 과잉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어린이10명 중 3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과 공동으로 '아토피 Zero 세상을 열자'라는 제목의 심층 기획보도를 진행하면서 아토피를 줄여나갈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생태지평 연구소는 이 기간동안 '아토피 Zero 센터 건립' 등의 사업을 벌입니다. 많은 후원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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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군 마이산 탑사에 있던 수많은 돌탑들…. 한여름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하느라 깎인 돌 틈으로 분주히 몸을 숨기며 바라보던 장중한 돌탑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엄마! 탑이 무너지지 않게 돌들이 서로 잡아주고 있나봐요"라던 우리 아이 말이 떠오릅니다. 조금씩 지쳐가고 있던 엄마에게 힘을 내서 자기를 더 보살펴 달라는 부탁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지친 엄마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자기가 잡아주겠다는 말로도 들렸습니다. 순간, 가슴이 울컥, 출렁거렸답니다. 작년 '아토피 제로 자연학교'에서 우리 아이와 주고받았던 대화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무조건 '금지'시키던 엄마에게 "왜 안 되는 게 그렇게 많아" 꼭 작년 이맘 때였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아토피 때문에 어린 나이에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던 우리 아이. 그리고 행여 누가 상처라도 주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우리 부부. 해를 거듭해도 변화 없는 모습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건 먹으면 아토피가 심해져서 안 되고 "저걸 입으면 몸이 많이 가려워서 안 돼. 거기는 먼지가 많은 곳이야, 가서 놀지 마." 아이가 원하는 거의 대부분을 금지시키는 엄마에게 아이는 매번 "왜 안 되는 게 그렇게 많아, 다른 아이들은 괜찮은데 왜 나만 아토피야"라고 항의했답니다. "하느님께서 엄마 아빠에게 너라는 너무나 소중한 선물을 주시면서 더 많이 아끼고, 더 많은 사랑을 주라고 네게 아토피를 주셨나 보다"는 말도 효력을 점점 잃어갈 때, 난생 처음 곁에서 아이를 떠나보냈습니다. 아토피 제로 자연학교에서 비슷한 처지의 또래 친구들을 만나 위안을 받고, 아토피를 앓는 아이가 자기 혼자만이 아니란 걸 알게 되면 속상함도 덜하겠지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너, 아토피구나"란 말이 없는 곳
그런데 자연학교를 다녀오고 우리 아이가 변했습니다. "왜 나만 아토피야"라는 가슴 아픈 항의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자연학교에서 형들에게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고, 토론을 잘 해 선생님께 칭찬받았던 일을 자랑했습니다. 아토피 퀴즈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그 때 먹었던 가래떡이 참 맛있었다고 종알거렸습니다. 자기보다 아토피가 심한 형이랑 동생이 지금쯤 많이 나았을까 하는 걱정과 염려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혼자였던 우리 아이에게 형과 동생들이 생긴 곳, 자기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보살펴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신 곳. 그리고 무엇보다 "너, 아토피구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곳. 자연학교에서 우리 아이는 아토피 때문에 더 힘들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답니다. 그렇게 변한 아이를 보면서 저도 많이 변했습니다. 피가 나게 긁어대며 잠 못 드는 아이를 지켜보며 눈물 흘리는 일 외에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는 스스로를 원망했습니다. 대신 아파 줄 수 없는 일에 조바심을 내며 안타까움에 밤을 새웠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가장 힘들게 만든 것은 '나 때문에 아토피가 생긴 건 아닐까. 아이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앓이'이면 어쩌나'하는 죄책감이었습니다. 이제는 자연학교에서 내 아이가 만난 친구들이 나에게도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 부모들의 고통도 내 아픔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토피는 한 집안과 개인의 잘못이기보다 자연을 돈벌이로만 여겼던 우리 모두의 책임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 이렇게 씩씩해졌다! 우리 아이들의 고통 해결이 우리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먹거리의 중요성과 우리 몸에 해로운 식품과 좋은 식품이 어떤 것인지를 알리는 일이 이제는 즐겁습니다. 우리 몸이 자연이기에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란 것을 열심히 알리고 있습니다. 이제 아토피는 우리 가족에게 더 이상 '아픔과 고통'만은 아닙니다. 특별한 무엇이 됐습니다. 누가 볼 새라 아토피로 흉측해진 손을 항상 주머니에 넣던 우리 아이는 이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내 짝꿍은 아직도 아토피가 뭔지 몰라요. 그래서 내가 설명해줬어요. 패스트푸드나 불량식품 먹지 말라고, 쓰레기도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고, 물을 아껴 써야 한다고 말해줬어요." 우리는 올해도 깨끗한 공기와 '살아 있는 땅' 그리고 일급수의 물이 흐르는 그 곳. 진안 능길마을에 다시 가려 합니다. 탑사에 올라 아토피가 사라지길 빌면서 아이가 놓고 왔던 돌이 그대로 잘 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돌탑을 다시 마주하면, 고통만 가득 찼던 가슴에 생긴 희망,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뽐내고도 싶습니다. 우리 가족, 이렇게 씩씩해졌다구요. 그리고 돌 하나를 다시 올려놓겠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아토피를 이기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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