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경향신문에서 박 전 대표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인물 선정 사유는 "눈 앞의 이익보다는 대의를 존중하는 ‘원칙’과 파괴적 정치언어의 홍수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절제’"와 "온갖 복선과 간지(奸智)가 덕지덕지 묻어나고, 상대의 가슴을 후벼파는 폭언이 난무하는 우리의 정치언어 환경 속에서 간명하고 핵심적인 어법으로 주위를 압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치’가 우리 사회의 상식과 원칙을 바로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지지했던 사람이 달랐던 그 누구더라도 <경향>의 이같은 선정 취지에는 공감하는 바가 많을 것입니다. 상식과 원칙을 세워야 나라가 바로설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몰상식과 반칙이 판치는 정치권에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7년여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것이 당신과의 '인연'의 전부인 제가 이렇듯 펜을 든 것은 상식과 원칙을 앞으로도 계속 견지해달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박 전 대표님께서 경선 기간 내내 강조하셨던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상식과 원칙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원칙과 상식을 지켜주십시오 사실 선거 때만 되면 상대방의 문제점을 파헤치면서 격렬하게 싸우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대타협'이라는 명분 속에 심각한 문제점도 그냥 묻어두기 일쑤입니다.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묻어두는 이같은 행태 때문에 '저질정치'의 악순환 고리가 끊기지 않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특히 잘못된 정책의 경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정치 풍토로 인해 우리 사회는 많은 대가를 치러왔습니다. 대타협. 좋은 말입니다. 여기저기서 이런 좋은 말씀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타협이라는 미사여구로 우물쭈물 넘어가서는 안되는 일도 있습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국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경부운하 공약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습니다. 인수위에 '대운하 특별팀'이 꾸려지고,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상식과 원칙의 정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까. 대체 지난 당내 경선에서 한목소리로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안된다고 진심으로 호소했던 주자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요.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국가적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던 주자들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국민을 위한 정치란 무엇인가요 '국민을 위한 정치.' 이는 정치인들 스스로도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이고, 실제 정치인의 제 1 원칙과 상식이 되어야 할 말입니다. 경부운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요즈음의 정치세태, 즉 '침묵의 정치'는 바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략을 위한 개인적인 정치를 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비상식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박 전 대표께서 지난 경선 과정에서 견지했던 원칙과 상식을 다시한번 복기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박 전 대표의 발언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대운하로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운하를 10년간 연구했다는 이 전 시장은 식수오염 대책과 관련해 몇 차례 말을 바꿨다. 식수오염이 없다고 했다가 이중수로를 들고 나오고 이게 또 문제가 되니까 강변여과방식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중략) 엄청난 돈을 들여 경부운하를 건설하는 게 21세기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수질오염, 환경파괴는 없는지 궁금하다. 식수원 오염에 대해서도 말이 많이 바뀌었고, 물류에 대해서도 갑자기 관광운하로 바뀌었는데 10년간 연구했다면서 왜 말이 바뀌느냐. 한강의 21개 교량을 다 뜯어내는 비용도 빠졌다. 최근에는 강변여과방식의 취수장을 건설한다는 데 여기에만 10조원이 든다. 아버지 시절에도 검토했다가 폐지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그랬다. 그래도 계속 추진할 것이냐."(6월 28일 여의도 빌딩에서 열린 4차 정책토론회에서) 원칙과 상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대표 공약인 경부운하는 경제성도 없고 식수만 오염시키는 사업이다. 100원을 써서 20원도 채 나오지 않을 사업을 위해 국민 1인당 9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을 낭비할 수는 없다. 또 강바닥을 파내는 공사기간은 물론이고 완공 후 강물에 시멘트ㆍ골재ㆍ유연탄 같은 화물을 실은 배를 띄우면 상수원은 오염될 수밖에 없다."(8월2일자 <서울경제> 서면인터뷰중) 당신의 측근들은 경부운하에 대해 '대국민사기극'이란 극한 용어를 쓰면서 강력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경선주자들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운하가 뭔 필요가 있으며, 고인물은 썩을 수밖에 없고 그 물을 국민 2/3가 먹게 할 수는 없다는 점, 이것이 바로 원칙과 상식의 목소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 역시 박 전 대표님을 비롯한 다른 주자들의 주장에 동의했습니다. 이 당선자와 대적하기 위해서일지는 몰라도 국민을 위한, 국가를 위한 충정이 어느정도 묻어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님. 당신은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해서 "정치를 하면서 당연히 지켜야할 원칙과 상식을 지킨 것뿐인데, 이렇게 평가를 해주신 데 대해 송구스러운 생각"이라면서 "우리 정치가 원칙과 약속을 지키고, 항상 국익과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면 우리 정치가 바로설 수 있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경향>이 올해의 인물 선정 이유에서 밝혔듯이 당신 스스로도 원칙과 상식의 정치를 강조한 것입니다. 무엇이 국익과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일까요?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그의 대표공약을 무조건 밀어주어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께서 경선 때 했던 입장을 지키는 것일까요. 대타협이란 당내 정치를 위한 것입니다. 대타협이 무슨 거대한 가치인양 떠벌이면서 영악한 가면을 쓰고 권력에 기생하려는 사람들, 그들에 의해 악순환의 '묻지마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입장에서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부운하를 실행하는 것이 원칙을 지키는 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정치의 미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 이 당선자 자신도 당선된 뒤에 공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또 오늘(28일) 신문을 보니 경부운하가 통과하게 될 주요 지역의 토지를 서울 등 외지인들이 대거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그 혜택을 누가 누릴 것인지,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투기꾼들이 헐값에 선점한 땅을 막대한 혈세로 사들이고, 개발업자들이 달려들어 그들의 주린 배를 채우겠지요. 국민의 젖줄인 강과 국토는 만신창이가 되고…. 이 당선자가 이런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경부운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당 내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의 원칙을 세워주시기 바랍니다. 원칙이 지켜지고,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정치를 위해 애쓰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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