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남쪽 자락에 자리잡은 도예촌은 충남 공주시의 관광명소다. 주말이나 주중 관계없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학생들이 도예실습을 위해 자주 대형관광버스를 이용하여 도예촌을 방문한다.
매년 4월이 되면 4~5일 일정으로 도예촌 분청사기 축제를 연다. 작년 봄에 4회 축제였으니 금년에는 다섯번 째 축제가 될 것이다. 축제는 공주시청의 지원으로 개최된다. 매년 축제 때는 주변 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도로를 통제하고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입구까지 왕복 2차선 포장도로가 있다. 마을 입구에서 도예촌까지 비포장도로이며 도중에 대형버스가 통과하려면 곡예운전을 해야할 구간이 있다. 1차선 좁은 구간 때문에 사고 위험도 높고 외길 통행 때문에 한쪽길의 자동차가 지나 갈 때가지 기다려야하는 구간도 몇 곳 있다.
공주시는 도예촌까지 도로포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8년 전에 마을 입구에서 도예촌까지 포장공사를 시도하였으나 지주들의 토지사용승낙 거절 때문에 포기하였다. 그 후 도예촌 입구만 포장되고 마을입구까지는 비포장으로 작년까지 남아있었다.
공주시는 2007년 예산을 확보하여 상신리 마을 입구에서 도예촌까지 8년 전에 못한 구간을 왕복 2차선 도로확보를 위한 확장공사를 시작하여 최근 2007년 12월 말에 완공하였다.
그런데 완공된 도로를 보면 가관이다. 대한민국에 과연 이러한 도로가 또 있을까 싶다.
8년 전에 지주의 동의를 얻지 못한 부분은 단 한 곳도 수용하지 못해 확장하지 못한 채 포장만 하였다. 마을 입구에서 도예촌에 이르는 길은 외길과 2차선 구간이 무작위로 섞여있는 상태로 포장되어 있다. 비포장 때보다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도로폭이 좁아지거나 전방시계가 차단된 구간에서는 정면 충돌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새로 포장된 도로에 갑자기 1차선 다리가 나타난다. 전에도 이 지점은 대형 관광버스가 곡예운전을 하면서 지나다녔는데 도로 확장과 도로 포장이 끝난 후에도 좁은 구간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어 전보다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진 상태다.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측에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가 있다. 수용이 가능했는지 이 구간은 설계대로 시공되었다. 그러나 이 구간의 끝 부분에 있는 집 때문에 도로의 커브가 매우 급해지면서 앞쪽 시계가 차단되고 도로폭도 1차선으로 좁아진다.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대지나 자기 소유의 토지가 개발 대상이 되면 반기기 마련이다. 토지 보상비가 높아 목돈마련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도로는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못한 것 같다.
이 도로를 설계대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5명의 지주가 토지사용에 동의해야 한다. 4명은 아예 토지 수용 협상에 응하지도 않고 협상을 위해 이장을 위시한 주민들이 찾아가면 화부터 낸다고 하였다. 1명의 논 지주는 감정가의 2배에 달하는 돈을 요구한 모양이나 공주시에서 이를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인 모양이다.
관할 시청 담당자는 도예촌에 이르는 길 확장을 위한 지주들과의 협상이 결렬되어 토지를 매입하지 못했단다. 도예촌에 이르는 길은 1차선과 2차선 구간이 뒤범벅이 된 상태로 마무리 짓고, 예산은 집행해야 할 것 같아 상신리 마을로 통하는 길을 넓히고 포장하는 경비로 사용하였단다. 이 도로 역시 조잡하기가 그지없다. 시골 동네 사람들 주머니돈 걷어 만든 고삿길 수준이다.
사진 좌측 상단의 집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떤 구간은 도로의 폭이 좁아지면서 구조물의 모퉁이와 울타리가 삐쭉히 도로로 튀어나와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 돌아서 도예촌으로 올라가는 경사길인데 도중에 또 좁아지는 구간이 있다. 눈이라도 쌓여 미끄러운 길이라면 더욱 위험해질 것이 뻔하다.
마을 입구에 송덕비가 도로 우측에서 4~5m 떨어진 산비탈에 세워져 있다. 도로가 지나가는 부분은 송덕비 밑자락의 가장자리이다. 이 밑자락을 송덕비의 후손들이 손대지 못하게 해서 도로의 모양이 기형이 됐다는 도로 시공자의 설명이다. 송덕의 칭송을 받는 그분에게 한번 여쭤보고 싶은 대목이다. 당신의 송덕비 밑자락을 다시 쌓으면 도로가 말끔하게 정리된다는 말씀을 드리면 그분은 뭐라고 대답할꼬? 요즈음 우리들은 너무 눈앞의 이해관계에 얽매어 있는 것 같다.
"지주 5명 중 4명은 아예 응하지 않고 1명은 감정가의 2배 요구"공주시청의 담당부서 송병선 계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목적을 밝히자마자 계장의 목소리가 커진다. 지주들과의 협상 과정이 떠올라 화가 난 듯하다. 다음은 송 계장의 발언 요지.
- 2007년 상신리 마을 입구와 도예촌을 연결하는 2차선 도로확장공사가 확정되었으며 이에 따른 예산이 확보되었다.- 이 도로는 법정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지주들의 사용동의를 받지 못하면 강제수용이 불가하다. - 이 도로를 설계대로 개설하기 위해서는 5명의 지주들에게 사용동의가 필요했다. 5명의 지주들 중 대지의 소유자들인 4명은 아예 협상에 응하지 않았으며 1명, 논 주인은 감정가의 2배를 요구했다.- 토지 보상을 위해 2명의 감정평가사로부터 감정을 받았으며 토지보상비는 2개 감정가격의 산술평균값이다. 이 보상비를 지주가 거절하면 담당 공무원들은 지주들과 추가적으로 추진할 협상카드가 전무하다.- 상신리 입구에서 도예촌에 이르는 길을 확장하고 포장해야 할 예산이었으나 토지를 매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은 예산은 상신리 마을로 통하는 길의 확장 및 포장을 하는 경비로 사용하였다."주민 대표와 지주 찾아갔으나 대화할 수 없었다"다음은 반포면 상신리 이장과 인터뷰한 뒤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 상신리 주민들의 회의를 거쳐 도로에 관한 일을 추진하였다.- 대부분 상신리 주민들은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주민들 대표와 지주들을 찾아 갔으나 분위기가 험하여 대화할 수 없었다."시청은 단 한번도 도예촌과 도로건설에 대해 협의하지 않았다."이번에는 도예촌 문화부장 정광호씨와 인터뷰했다.
정광호씨는 기자와 한 인터뷰 내용은 도예촌 주민의 통일된 의견이 아니고 개인적인 견해라는 말을 여러 번 하였다. 다음은 정씨의 발언 요지.
- 시청은 도예촌을 위한 도로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도예촌과 도로건설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 도로 확장 및 포장공사의 표면적인 사유는 도예촌 발전을 위한 것이나 실제 도로 건설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안다. - 도예촌 입주자들은 관여할 여지가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며, 생업에 바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못했다.- 시청의 문화관광과와 기업지원과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도예촌 입주자들은 아예 시청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다. 작년까지 매년 봄이면 '분청사기 축제'를 공주시청이 주관하고 도예촌이 주최하는 형태로 개최하나 상신리 마을 주민들과 이해관계에 얽힌 문제들 때문에 갈등이 심하다. - 도예촌 입주자 대부분 생업으로 도예일을 하며 작품의 판매와 실습생의 실습비가 주 수입원이다. 작년 1년 동안 지지부진하게 간헐적으로 계속된 도로공사 때문에 도예촌에 피해가 많았다.기자가 조사한 상신리 대지의 공시지가는 실거래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보상을 위한 감정가격은 통상 실거래가격의 두배 정도이며 이 수준에서 크게 상회하지 않는다.
집의 소유자 입장에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대지의 절반을 실거래가격의 두배로 보상 받는다고 하더라도 건축비며 절반 남은 대지는 어떻게 해준다는 보장이 없으면 무조건 큰 손해이다. 협상이 성립될 수 없다. 그들을 비협조적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
시청에서 도로에 편입된 토지에 대한 보상문제를 감정가격으로 고집한다면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완공된 도로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는 교량 확장을 위해 필요한 토지의 면적은 고작 20평이면 족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가의 100배를 보상해 준다고 하더라도 몇 천만원 수준일 것이다. 평당 고작 몇 만원 또는 몇 십만원 보상가격을 책정하고 타협이 되지 않으니 남은 돈으로 최초목적 외 사업을 벌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주시청은 토지를 수용당해야 하는 주민들이 크게 억울한 일이 없도록 고려하면서 협상을 해야할 것이다. 기형적인 도로가 공주시장이나 반포면장의 치적이 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직접 취재한 기사입니다. 관할관청과 주민들 그리고 토지를 수용당하는 사람들간의 원할한 대화를 통해 도로다운 도로가 건설 되었으면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