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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책 겉그림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책 겉그림 ⓒ 홍성사
요즘 들어 기독교를 흔히 '개독교'라고 부른다. '개 보다 더 독한 교회'라는 의미다. 그만큼 크리스천들이 아집과 독선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독교를 또한 '갈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갈수록 비호감의 대상‘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교회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지탄받을 일들을 자아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미주한국일보 종교부 기자인 정숙희의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라는 책도 어찌 보면 그런 흐름을 타고 있다. 교회에 잘 다니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가 아집과 독선, 비호감을 낳는 일들을 자행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 책에서 꼽는 기독교의 아집과 독선은 무엇일까? 저자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과 같은 언어폭력의 전도방법이 그것이요, 똑같은 사고를 당해도 자신이 당하면 '시련'이요 남이 당하면 '심판'이라는 이중적인 잣대가 그렇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어 예수의 복음은 결코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 복음이 있다는 것. 이 세상의 사건들 속에도 인간이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섭리가 담겨 있는데도 기독교인들은 모든 잣대를 성과 속이라는 이분법으로만 생각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그것이 이른바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향해 비판하는 잣대이다. 교회는 그런 쓴 소리에 정말로 자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금 세상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교회 밖에서는 보는 것보다 교회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잘 다니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모두 교회 안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회 내의 치부로 무엇보다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들의 말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말로는 사랑을 외치지만 각종 회의석상에서 난무하는 욕설과 비방은 목회자들의 몫이며, 낮은 자의 심정으로 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높은 자리를 탐하는 이들이 목회자들이라는 것이다.
 
또 목회자들이 교인들로 하여금 많은 헌금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여러 가지 항목을 추가하여 헌금을 하도록 한다. 일반헌금, 선교헌금, 감사헌금, 십일조헌금, 월정헌금, 주정헌금, 구제헌금, 장학헌금, 건축헌금 등 다양한 명목들이 있다. 더욱이 부활절헌금, 추수감사헌금, 성탄절헌금 등 절기헌금도 있다.
 
"하나님이 진정 그렇게 종류를 구분해 헌금받기를 원하실까? 어떤 교회는 개인 헌금액수를 명기하기도 하고, 약정액이 있으면 그것까지 미리 발표해 절대 안 낼 수 없도록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교회 중진들 사이에서는 경쟁하듯 십일조를 많이 내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이 아니라 사람들 앞에 과시하기 위한 ‘기부금’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115쪽)
 
그리고 이색적으로 한 가지를 더 꼽는 게 있다. 그것은 교회 예배당을 공연장으로 바꿔간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해서야 교회가 하나님을 위한 예배당인지, 교인들을 위한 콘서트홀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현상들은 정숙희 기자가 이야기하듯 교세 확장을 위한 일이요, 교인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그와는 달리 천주교에서는 나름대로의 ‘종교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히 본받을 만한 일이지 않나 싶다. 그 까닭에 천주교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속에 경건함과 엄숙함을 담으려고 한단다. 형식과 본질이 다르다 해도, 형식 속에 담겨 있는 거룩성을 개신교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쪼록 한국 개신교가 왜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지, 교회 내의 교인들이 왜 떠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깊이 있게 헤아려봤으면 좋겠다. 성찰하는 한국 개신교라야 다시금 세상과 교회 내 교인들을 품을 수 있는 참된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정숙희 지음, 홍성사(2007)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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