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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마지막 일출을 보기 위해 30일 동해 추암 바닷가를 찾았다. 서해 가까이 사는 나는 일몰은 흔히 보지만, 일출을 보기 위해선 동해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동해를 향해 떠났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올 한해를 잘 마무리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2007년 마지막 일출을 만나러 간 것이다.

 

 

30일 늦은 오후 추암 바닷가에 도착해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했다. 그리고 좀 이른 저녁을 먹었다. 목적지에 조금 더 빨리 도착하고자 하는 마음에 점심을 걸렀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다가 훤히 보이는 바닷가 근처 횟집을 찾았다.


바닷가가 보이는 전망 좋은 횟집에서 신선한 회와 맛있는 매운탕을 먹으며 열심히 살았던 올 한 해 지난 시간을 마무리했다. 주문을 하고 주인에게 올해 마지막 해를 촬영하고 싶은데 어디쯤에서 해가 떠오르는지 어디에서 찍어야 아름답게 나오는지를 물어봤더니 상세히도 가르쳐 준다. 때마침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인다.

 

"일출도 좋지만 일몰로 인해 비치는 바닷가 바위의 여명도 대단하답니다. 그것도 한번 담아 보세요!"

 

역시 바닷가에 오래 살아서 보는 눈이 다르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모습이 미안했는지 연신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가게 앞에선 오징어를 말리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맛보라"며 오징어 한 마리를 건넨다.

 


"2008년 1월 1일에는 아마도 5만여 명이 이곳 일출을 보려고 찾아온다네요!"

"아네! 그렇군요. 저는 많은 인파 속에 새해 희망을 소원하는 것도 좋지만 올 한해를 마무리 하는 마지막 날을 조용히 보내며 기념하려고 찾아왔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요즈음은 뭐가 그리 바쁜지 지나간 일들을 모두들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과거가 있어야 미래도 있는데 말입니다. 허허허"

 

정해년의 마지막 일출

 

 

 

그리고 31일.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해가 뜰려면 시간이 좀 있었지만 '일출을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아침 단잠을 한 방에 날려버리고 부랴부라 촛대바위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도 일출을 담기 위한 사진작가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나도 그들과 함께 걸으며 아침 인사를 건넨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서로 좋은 장소에 서기 위해 무언의 자리다툼을 벌인다. 해 뜨는 시간을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편치 않다. 해가 뜨는 곳에 구름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이러면 일출보기가 힘들 텐데'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리는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나와 같은 생각으로 한해를 정리 하러 모인 사람들이 자리를 꽉 메우고 있었다.

 

일출 시간이 조금 지나자 뽀얀 속살을 가진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해를 바라보며 낮은 탄성을 지른다.

 

 

 

야!


해가 떠올랐다. 구름에 가렸지만 분명 해가 떠오르긴 떠오른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한 해 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밝아오는 새해에는 희망만 있기를 기원해 본다.

 

우리는 힘차게 비상하는 갈매기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사이 동해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남편이 말한다.


"올해는 동해 바다를 보기 힘들 터이니 바다를 실컷 보시구랴."

 

오늘이 올해 마지막 날인 2007년 12월 31일인데 말이다. 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박장대소 하였다. 근사한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나의 마음을 위로 하는 멘트였음을 나는 잘 안다.


태그:#추암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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