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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구례의 시골마을로 이사온 지 2개월. 제가 사는 마을은 구례군 간전면 양동마을입니다. 오늘은 2008년 새해의 첫날이고 마을 대동회가 있는 날입니다. 어제부터 마을회관 확성기를 통해서 대동회를 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이틀간 잔뜩 내리던 눈도 개고 맑고 화창하지만 약간 싸늘했습니다. 그래도 대동회에 참가했습니다.


이장님의 개회사와 함께 마을총회(대동회)가 시작됐습니다. 회의를 하는 공간에는 35명이 앉아있었지만 밖에서 고기를 삶거나 밥 준비를 하시는 분들, 왔다갔다 하시는 분들을 다 합치면 50명 정도가 함께 한 것 같습니다. 50여 가구에 1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니, 제법 많은 분들이 참가하신 것이지요.

 

이장님의 개회선언과 함께 회의가 시작되었고 국민의례를 한 뒤 이장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큰 일 없이 무난하게 지낸 한 해 였습니다. 하지만 마을에 불상사(화재사건)가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서 십시일반으로 잘 극복해 낸 것이 가장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앞으로도 단합된 마음으로 하나되어 서로 돕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개회 선언 이후에는 재정보고가 있었습니다. 7월 이후 상반기의 지출, 수입내역에 대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내용을 밝혀주시면서 결산보고가 진행되었습니다. 보고 이후에 몇가지 부분에데해서 묻고 답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신임 이장선출에 대한 안건도 진행이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에 따라서 임시의장을 뽑아서 회의를 진행하자고 이장님이 제안을 하셨지만. 여러 어르신들께서 "임시의장 선출같은 형식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열심히 해 왔고 이장직을 수행한 지 오래 된 것도 아닌데 좀 더 맞겨보자 "는 말씀을 하셨고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이야기가 오간 후에 박수로 통과되었습니다.

 

"이장은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봉사 심부름꾼이 아닌 눈뜬 심부름꾼 이어야 합니다. 올바른 일에는 마땅히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지만 길이 아닌곳으로 가라고 하는 이야기는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좋은 심부름꾼이 되겠습니다."

 

연임된 이장으로서 각오를 밝히자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한 어르신은 간전면에서 '이장단장'선출이 있는데 이에 나서 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후 개발위원, 새마을 지도자 등 마을 일꾼에 대한 인선이 진행되었습니다.


기타토의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먼 저 동답 경작자와 수세를 결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동답은 마을소유의 논밭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는데 대상지역은 '해평', '당산이', '안음', '뒷등', '밭논' 등으로 명칭이 지어져 있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마을의 행사나 일에 전혀 참가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빌려주지 말자는 이야기도 있었고, 동답 관리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골목길에 대한 점유권을 주장하는 동네 사람에 대한 이야기, 상수도 공사가 부실하게 되어 누수가 발생하여 요금이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등 실제 생활의 이야기, 노인당 새로 만드는 문제, 유산각에 샷시를 설치하는 문제, 농수로 정비에 대한 문제등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습니다.

 

또, 마을에 전입해 온 외지 사람이 4가구 정도 되는데 마을일에 협조를 잘 안 하고 어울리지도 못한다며 잘 단합할 수 있도록 서로가 돕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을분들에게 새 전입자로서 소개를 받아 공식 인사를 드렸습니다. 좀 쑥스럽더라고요.

 


점심을 먹으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간전면에서는 양동마을이 농업인구가 가장 많은 동네라는 자랑과 "이동네 살아보면 구례서 분위기가 제일 좋은 곳인것을 알게 될 것이여"하는 덕담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점심시간 이후에 청년회 총회가 있었습니다. 마을 청년 자격으로 초빙을 받아서 참가를 했지만 역시 제일 어리더군요. 그래도 저보다 한살 많은 분이 있어서 많이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10명정도가 모여서 재정보고, 청년회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젊은사람이 너무 안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하지 말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추친해 보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처음으로 참가해본 마을 대동회. 도시에 살면서 반상회 같은 것에 한 번도 참여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좀 생소한 느낌이었지만, 이것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구나 싶었습니다. 마을의 일원으로서 잘 적응해서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기를 소원하는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거래농민장터 www.farmmate.com 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귀농, #마을총회, #대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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