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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단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천영세 당대표 직무대행.
 민주노동당 단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천영세 당대표 직무대행.
ⓒ 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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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순리인데 늘 국민이 정치권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민주노동당은 거기서 예외라고 자부해왔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너무 걱정을 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새해에는 정비되고 말끔한 지도부를 세워서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하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정리하고 다시 국민인정을 받아내는 것이 새해소원이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1일 낮, 영등포 중앙당사에 연 단배식(團拜式)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선참패에 이어 당의 내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천 직무대행을 비롯해 최순영 원내부대표, 노회찬·심상정·이영순 의원과 중앙당 당직자들 20명 정도가 모인 이날 민노당 단배식은 침울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천 직무대행은 쥬스로 건배를 하면서 "오늘은 양주를 준비할 것을 그랬다. 올해는 독하게 가야 하는데 음료수가 뭐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오래 근무한 상근자 대표로 인사말을 한 송태경 경제민주화 운동본부 실장은 "10년 3개월간 (민노당 이전조직부터) 당에서 일해왔는데, 제가 이 자리에서 서있는 것은 민노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정치적 희망 하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최근에 저도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 실장은 "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기보다 정파 담합이 당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낡은 정파담합구조를 청산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노회찬 "총선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불암산 해돋이 산행 뒤에 참석한 노회찬 의원은 "해돋이를 보면서 부모님의 건강과 당이 다시 힘차게 일어서기를 기원했다"며 "이번 총선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기회는 한 번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나타냈다.

그는 "대선 때 엄하게 질책했던 국민들이 회초리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민주노동당에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쥐의 얼굴을 한 고양이가 5년동안 집권하다가 이번에 고양이답게 생긴 고양이가 집권했다"며 "새해는 쥐들의 해인데, 당이 쥐들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만큼 쥐들이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뒤에 당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다 결국 무산된 심상정 의원은 "쥐는 십이지의 첫 출발동물이다. 민주노동당의 힘찬 새 걸음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새로운 민주노동당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대전 대덕구 출마를 준비중인 천 대행은 각각 서울 노원병, 경기 고양덕양갑, 울산 남구, 부천 원미을에 나설 예정인 노회찬, 심상정, 이영순, 최순영 의원에게 "새해에 표 많이 얻어서, 꼭 다시 국회에서 만나자"는 덕담을 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 단병호 의원은 경북 포항, 현애자 의원은 남제주, 강기갑 의원은 경남 사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분당이냐, '비상대권' 비대위로 극복하느냐

민노당은 대선참패와 분당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비상대책위 구성에 실패하면서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민노당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0일 새벽까지  12시간 동안 중앙위원회를 열었으나, 결국 비대위를 만들지 못하고 산회했다. 당권파인 자주파가 자신들이 비대위 위원장으로 추천한 심상정 의원의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절충안을 만들면서 돌파구가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일부 평등파에서 '종북(從北)주의' 청산문제를 안건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거부당하자 퇴장하고, 자주파에서도 공천권 일부 양보 입장을 거둬들이면서 결국 비대위가 무산됐다.

중앙위는 이달 15일부터 임시전당대회를 열기로 결의해, 이때까지가 민노당 내분사태의 최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지도부 선출, 분당, '비상대권'을 갖는 강력한 비대위 구성 등 세 가지 길이 놓여 있다"며 "조기 전당대회는 선거평가는 하지 말고 당내선거로 가름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분당을 필연화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당안팎 논객들 뛰어든 종북주의 논쟁

이번 민노당의 '종북주의' 논쟁은, 전 의원인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이 시발점이 됐다. 조 소장은 대선뒤인 12월 25일자 <경향신문>에 "북한의 군사 왕조정권을 보위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하는 것을 자신의 최고 임무로 하는 세력과는 진보정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기고문을 보낸 데 이어, 27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자주파들은 그동안 당을 의회정치의 핵심 기구, 즉 정당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남한 내) 의회 투쟁의 전선 기구쯤으로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김창현 전 사무총장 등 자주파들이 "종북주의 때문에 당이 패배한 것이라면, 대선 이전에 당 지지도가 10% 가까이 나온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종북주의는 분당 명분 쌓기용"이라고 맞받아쳤다.

여기에 주대환 전 정책위원장, 당원이자 한겨레 기획위원인 홍세화씨, 손호철 서강대 교수, 진중권 중앙대 교수 등이 민노당의 '종북주의'청산과 '새로운 정당 건설'을 주장하고, 손석춘씨가 "분당이 진보정당을 살릴 길이라는 확신이 있는가"라는 의견을 내면서 논쟁은 한창 뜨거워진 상태다.

자주파로 분류되는 황선 부대변인은 종북주의 비판에 대해 "완전한 국가보안법적 시각이다. 이들에 대해 종마르크스레닌주의, 종트로츠키주의라고 해도 되는 것이냐"라면서 특히 홍세화씨에 대해서 "세느강에서 건진 똘레랑스가 한강에 와서는 완전히 변질돼 버렸다"고 말했다.

당의 한 핵심인사는 "당 밖에서는 '종북주의'라는 용어가 낯설 수 있으나, 이미 당내에서는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많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태그:#민주노동당, #천영세, #조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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