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새해를 맞아 화순 만연산과 비봉산, 화학산 등에서 해맞이 행사가 열렸다. 이중 가장 큰 행사는 만연산 해맞이 행사로 이날 행사에는 전완준 군수와 윤동길 화순경찰서장, 정남 화순군사회단체협의회장 등 관내 기관사회단체장과 주민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당초 만연산 해맞이 행사는 정상에서 해를 맞이하고 전완준 군수가 태양과 조상신에게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원문을 낭송할 계획이었지만 29일부터 계속된 폭설로 장소를 변경, 큰재 주차장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새벽 6시경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서니 꽁꽁 얼어붙은 도로가 가로등 불빛에 반사된다. 일찌감치 차를 운전하고 가는 일은 포기했고 택시를 불러 세웠다. 스노우체인도 감지 않은 택시는 꽁꽁 언 길을 잘도 달렸다. 하지만 정작 해맞이 행사로 인해 충분한 제설작업이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되는 큰재까지는 갈 수 없다고 하신다. 만연산 입구에서 내리니 우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어찌나 제설작업을 잘 해 놨던지 큰재로 향하는 도로는 녹을대로 녹아 마치 개울처럼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 옆을 지나쳐 큰재로 향하는 많은 차량들의 행렬. 하지만 다른 차는 올라가도 우리가 탄 차는 오를 수 없다고 한 이상 어쩌겠는가, 걸어서 오를 밖에.
집을 나설 때는 몹시 추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산을 오르다보니 땀이 흐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릎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인 인도를 포기하고 도로변을 따라 산을 올랐다. 워낙 산을 못 타는지라 남들은 40여분 걸리는 거리를 1시간여를 걸어서 큰재에 오르니 7시 30분.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눈발을 맞으며 여성단체에서 준비한 떡국을 먹으며 반가운 얼굴들과 덕담을 나누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일찌감치 산 정상에 올라 한해의 소원과 안녕을 기원한 후 내려오고 있었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된 해맞이 행사에서 전완준 화순군수는 “새해를 안정 속에 경제가 나아지는 해로 만들겠다”며 “새해에는 화순에 많은 신생아들이 태어나고 군민 모두 근면성실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군민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받들며 군민의 편에 서서 베풀고 돕고 관리하는 정치,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현장정치를 통해 발전하고 비전있는, 군민을 찾아가는 열린 군정을 펼치는 정직한 군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1시간여 동안의 해맞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강한 바람과 눈발이 코끝을 시리게 했고 여전히 해는 떠오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도로가 아닌 등산로를 택했다. 새해 첫날부터 산을 찾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등산로에는 눈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생겼다. 잔뜩 쌓인 눈으로 부러질 듯 위태위태한 나뭇가지도 눈에 띈다. 그 사이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들렸다.
등산로 주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는 하얀 눈이 소북이 쌓여 반짝거렸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자연이 빚어내는 이런 경치를 보려고 눈이 내리는 날이면 사진작가며 산인들이 산을 찾는가 싶었다. 사람들의 발길에 단단하게 다져진 길을 위태위태하게 1시간여를 걸어 산 입구에 도착하니 산아래 집 처마에 매달린 1m가 훌쩍 넘어 보이는 고드름이 시선을 끈다. 한참을 쳐다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다 발길을 돌려 내려오니 그제사 해가 구름 사이로 수줍은 미소를 띠며 모습을 드러냈다. 올 한해도 우리 가족과 나를 알고 내가 아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기쁘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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