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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부터 27일까지 국제교류도시 청소년 홈스테이 관계로 하얼빈에 다녀왔다. 지난 여름방학 때 우리 집에 다녀간 중국 친구집에 이번에는 내가 갔다. 중국 동북부지역 흑룡강성 남부에 위치한 하얼빈은 세계적 얼음축제인 빙설제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빙설축제 기간에 맞춰 가게 된 것이다. 


하얼빈 겨울 날씨는 보통 영하 20도 정도라서 내의를 몇 개나 입어야 하고, 카메라 렌즈까지 터진다는 등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했다. 꽁꽁 언 마음으로 출발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가까운 거리라 비행기로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엄청 춥다고 해서 정말 얼마나 추운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우리나라 기온과 별 차이는 없었다. 가이드는 우리가 간 기간에는  운이 좋아서 춥지 않다고 했다.


 

 

하얼빈 공항에서 바로 차를 타고 부천과 홈스테이를 하는 중국 학생들이  다니는 49중학교에 갔다. 운동장에는  농구 골대만 10개 정도 있었다. 중국이 왜 농구를 잘하는지 알겠다. 그 곳에서 지난여름에 우정을 쌓았던  친구 梁天泉(양천천)을 만났다. 그동안 연락은 자주 못했지만 그 때의 정이 살아나 금방 다시 친해졌다. 천천이 엄마도 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서로 인사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별로 춥지 않다고 해도 한국보다는 추운 날씨여서 그만큼 해도 빨리 졌다. 그래서 오후 3시쯤에 각자 홈스테이 가정으로 돌아갔다. 천천이네 친척 형의 차를 타고 갔다. 학교에서 가까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멀었다. 이렇게 먼거리를 통학하려면 참 힘들겠구나는 생각을 했다. 천천이네 집도 우리 집과 같은 4층이었다. 내가 일주일 동안 쓸 방에 짐을 놓고 쉬었다. 집이 넓고 깨끗했다. 무엇보다 내가 지낼 방이 넓었다. 넓은 방을 내게 내 준 것 같았다. 게임기, 컴퓨터가 있어서 지루할 틈은 없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49중학교로 향했다. 같이 간 한국 친구 10명과 서로 호스트 가정에서 뭐했냐고 물어보았다. 다른 애들은 다 집에서 할 게 없었다고 한다. 나는 게임도 하고 천천이 형,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놀았다고 하니까 부럽다고 했다. 천천이 어머님은 중국음식이 맞지 않을까봐 고추장까지 준비해 놓을 만큼 신경을 많이 쓰셨다. 


49중학교 강당 같은 곳에 갔다. 그 곳에서 홈스테이 환영식을 했다. 장효렴 하얼빈 시장님도 오셨다. 시장님이 환영사를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아쉬웠다. 다음 순서는 장기자랑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준비한 악기연주, 노래를 불렀다. 별로 떨리지는 않았는데 연습했던 것보다는 실력 발휘를 못 했다. 하지만 악기연주는 실수하지 않았다. 우리 순서가 끝나고 중국친구들이  준비한 노래, 중국 전통 무술을 감상했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다.


둘째날에도 49중학교에 모인 뒤에 731부대 유적지에 갔다. 이 곳은 1939년 일본인이 창설한 생화학 실험기지로  생체실험대상은 주로 한국, 중국, 러시아 포로들이었다고 한다. 옛날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가지고 실험을 한 곳이라니 일본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 수 있었다.


3일째부터  3일간은 각 가정에서 개별체험을 하는 시간이었다. 첫날에는 한국 친구, 중국 친구 여러 명이 함께 스키장에 갔다. 스키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타고 처음 타는 것이라서 힘들 줄 알았지만 별로 어렵지 않았다. 하루 종일 타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빨리 점심을 먹었다. 스키장에서 먹었는데 솔직히 그 때는 맛이 없었다. 스키장을 갔다가 오는 데만 4시간 정도 걸려서 금방 어두워졌다. 하얼빈에서 가장 큰 스키장이 그 곳이라고 했지만 한국스키장 시설보다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다음날에는 다른 친구들은 만나지 않고 천천이 가족과  얼음 썰매, 눈썰매를 타고 팽이도 돌리고 스케이트도 탔다. 썰매가 제일 재미있었다. 그리고 얼음 조각들로 장식된 빙설축제에 갔다. 이번 빙설제는 북경올림픽 개최를 기념하여 주제를 올림픽으로 정했다고 했다. 올림픽을 상징하는 여러 조각들이 올림픽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얼음 속으로 들어가도 옷을 두껍게 입어서 그런지 별로 춥지는 않았다.


각 가정 홈스테이 마지막 날에는 평소 때보다 늦게 일어났다. 원래 아침 8시 20분쯤 되면 아침을 먹으라고 하는데 아무 말이 없길래 계속 잤다. 그러다가 10시 30분까지 잤다. 아침을 먹고 백화점으로 갔다.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갔다. 뷔페였다. 처음에 피자, 피자, 이래서 피자를 먹으러 가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알고 보니 뷔페 안에 15가지 종류의 피자가 있었다. 진짜 맛있어서 계속 먹고 싶었지만 배가 불러 못 먹었다. 원래 점심을 먹고 과학관에 가려고 했는데 휴일이라서 가지 못했다.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 6시쯤에 중국의 PC방에 갔다. 한국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라서 헤매다가 겨우 게임을 했다. 별로 재미는 없었지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각 가정 홈스테이가 끝난 다음날은 크리스마스였다. 하지만 중국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49중학교에 모여서 동물원에 갔다. 호랑이가 아주 많았다. 800마리의 호랑이가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호랑이만 많이 있으니까 금방 질렸다.

 

중간 중간에 사자, 백호도 있었다. 다음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었던 하얼빈역에 갔다. 하얼빈역은 안중근 의사가 러시아군대의 사열을 받고 있던 일본인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곳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던졌던 안중근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가슴이 찡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잠시 쉰 후 저녁 7시에 빙설축제에 갔다. 천천이 엄마는 추워서 가지 않았고 천천이와 형과 나 이렇게 셋이서 구경했다. 이번 빙설제는 북경올림픽 개최를 기념하여 주제를 올림픽으로 정했다고 했다.

 

올림픽을 상징하는 조각들이 올림픽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얼음으로 된 건물이 많았고 화려했다. 얼음 속으로 들어가도 옷을 두껍게 입어서 그런지 별로 춥지는 않았다.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천천이 형이 사진사처럼 여러 포즈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천천이가 나를 번쩍 들고 찍기도 했다.


 

그 다음날은 49 중학교 2층으로 올라갔다. 그 곳에서 색칠을 하고 탈도 만들었다. 탈 만들기가 끝나고 식당으로 갔다. 고급스러운 곳이었는데 뷔페였다. 중국에서 고기를 많이 먹어서인지 살이 쪘다. 식사가 끝나고 49중학교 체육관으로 가서 중국 전통 무술을 배웠다.

 

어린 아이가 가르쳐 줬는데 참 잘했다. 무술 배우기가 끝나고 중국 학생들 대 한국하생들 들 농구 시합이 있었다.  결과는 20대 20으로 비겼다. 중국 팀은 거의 천천이가 다 넣었다. 혼자서 18점을 냈다. 농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다음날 있을 발표회 준비를 했다. 중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아쉬웠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한국에 있는 집에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천천이네 가족과 헤어진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점심까지는 중국에서 먹고 버스를 타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바로 하얼빈 공항으로 가서 2시 비행기를 탔다. 부천 시청에 도착하니 저녁  8시였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인자한 미소로 홈스테이 기간 내내 힘이 되어주셨던 천천이 할아버지 할머니, 하얼빈 곳곳을 구경시켜 주신다고 감기에 걸리신 천천이 어머님, 춥지 않느냐며 옷을 두껍게 입으라고 하시던 천천이 아버님, 다정했던 천천이 형, 그리고 나보다 어리지만 믿음이 가고 매너가 있었던 천천이. 국경을 넘어 무한대로 받았던 그 정을 나도 돌려주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부천이 맺어준 하얼빈과의 인연을 잘 이어나갈 것이다.


#하얼빈 #천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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