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님, 새해에는 단속과 강제추방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를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희망이다. 부산 전포2동 소재 (사)‘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은 2일 ‘새해에 보내는 이주노동자 희망메시지’를 모아 <창>이라는 소식지를 통해 발표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알리새르씨는 “모두들 자신들이 바라는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베트남에서 온 호총비엔씨는 “돈을 좀 더 벌게 되면 나와 가족만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네팔에서 온 고팔씨는 “1~2년 정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사업을 배워볼 생각”이라고, 버마에서 온 또뚜야씨는 “올해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와 혼자 걷는 밤 골목길이 두렵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은 지난달 30일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이주노동자와 자원 활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단속추방중단과 출입국관리법 개악 저지를 위한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이주 노동자들이 밝힌 ‘새해 희망 메시지’ 주요 내용이다. ▲알리새르 : 한국에 익숙해졌고, 계속 한국에 체류하고 싶은 맘이 큽니다. 한국 사람과 한국 문화가 좋고, 일자리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등록상태라 걱정이 많습니다. 10년 정도 비자 받아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 저는 한국어를 더욱 공부하고 싶습니다. 통역사가 되는 것이 제 꿈이거든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어, 러시아어, 카자흐스탄어를 구사할 수 있답니다. 회사에서는 생산부 계장으로 있어 작업시간도 그리 길지는 않아서 마음만 먹으면 더 공부할 수 있을 겁니다. 새해엔 모두들 자신들이 바라는 꿈들 이루시기를 바랍니다(카자흐스탄). ▲호총비엣 : 한국에서 일하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이주민들과 한국 국민들 모두에게 좋은 일들이 생기도록 정책을 시행했으면 합니다.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돈을 좀 더 벌게 되면 나와 가족만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베트남). ▲고팔 : 한국의 미등록노동자들에게 합법적인 비자를 주었으면 합니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막막할 뿐입니다. 대신 저에게 1~2년 정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사업을 배워볼 생각입니다. 제 한국친구 두 명은 네팔 물건들을 한국으로 들여와 그것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도 새해에 그 일을 배워서 앞으로 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네팔). ▲원청담 : 차별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나마 한국 사람들과 피부색이 비슷해서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남아시아에서 온 친구들은 피부색이 검다고 한국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년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주노동자 각국 사람들의 풍습이나 문화도 더욱 존중해주며 서로 어울려 살아갔으면 합니다(베트남). ▲비스트 : 주위 네팔친구들이 미등록체류가 많아서 놀러가기도, 모이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어떻게 네팔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서로 도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공동체를 이끌어나가고 또한 재미있는 모임을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새해에는 친구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저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네팔). ▲예스비보라 : 일터에서도 언제 출입국이 와서 단속할까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또한 단속뿐만 아니라 여전히 월급 안주고, 미등록이라고 퇴직금도 보너스도 주지 않는 사장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새해에는 단속과 강제추방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고, 이주노동자들을 한국 사람과 동등하게 대우해주었으면 합니다(네팔)> ▲완진흥 : 2008년도 나의 목표는 첫째로, 9월에 있을 한국어능력시험에서 5급 합격을 하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4급에 합격했거든요. 올해 더 노력해서 목표를 꼭 이루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내년에 컴퓨터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공부하고 난 뒤 새 노트북도 사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에서 여동생과 같이 옷가게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베트남). ▲또뚜야 : 한국경제가 발전되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지만, 한국경제가 좋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좋아지면 인권이나 권리보장에 대해서도 더 향상되지 않을까요. 새해에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와 혼자 걷는 밤 골목길이 두렵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경찰을 만나도 당당하게 ‘일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다. 무슨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버마) ▲빈뚜 : 2008년 소망이 무어냐고요? 아무리 하고 싶다고 해도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내겐 없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너무 많은 희망들을 품고 지내왔지만 그 어느 것도 이룰 수 없는 현실을 몇 년째 맞고 있습니다. 미등록이라는 신분은 한치 앞을 예견할 수 없고, 단속되면 추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계획이란 것을 열심히 세워봐도 그저 부질없는 일일 뿐입니다. 미등록으로 체류한 몇 년간 난 많은 것을 잃었다는 느낌입니다. 희망조차도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한국정부가 오래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체류허가, 노동허가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마음 놓고 일하고, 자유롭게 고국에도 다녀올 수 있어야 우리들도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방글라데시). ▲쩐쑤원씨 : 한국에 5~6년 합법적으로 체류한 사람들은 기술도 있고, 고용주들도 원하고, 한국어와 한국문화에도 익숙한 사람들이기에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노동법이 정한 휴가제도 대로 휴가를 쓸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해서 내년엔 베트남에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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