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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혐의를 받고 있는 유치환(1908~1967, 청마) 기념관이 시민 세금으로 지어져 거제에 문을 열었다. 친일 혐의를 받고 있어 기념사업 중단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유치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거제와 통영시가 앞 다투어 열고 있다.

 

‘청마기념관’은 경남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에 들어섰으며, 거제시는 2일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이 기념관은 2760㎡ 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들어섰으며, 총 건축면적은 492.9㎡다.

 

거제시는 ‘청마기념관’에 총 28억5000만원을 썼다. 거제시는 2000년 5월 사유지를 매입한 뒤, 2006년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14개월여 만에 완공했다.

 

기념관에는 유치환의 시 “깃발”과 “출생기”를 조각한 시비가 세워져 있고, 청동으로 만든 유치환의 전신상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유치환의 생애와 시세계를 더듬어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고, 유치환이 다녔던 부산 동래고보 학적부와 교원 발령장, 일기장, 원고 초고, 인장, 필기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유치환의 시가 수록된 잡지와 사진, 그림,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등 모두 225점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거제시는 청마기념사업회와 협의해 오는 3월경 유족과 문인들을 초청해 개관식을 할 예정이다.

 

통영시와 거제시는 서로 유치환의 출생지라 주장하며 관련 기념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거제시와 통영시에는 각각 유치환의 생가가 있으며, 통영시는 2000년 2월 ‘청마문학관’을, 거제시는 이번에 ‘청마기념관’을 각각 지었다.

 

두 도시는 유치환의 출생지를 놓고 법적 다툼까지 벌이기도 했다. 유치환의 3명의 딸들은 2003년 통영시를 상대로 “통영시 청마문학관 안내판에 적힌 부친 출생지를 삭제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3500만원)를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당시 1, 2심 재판부는 “가족들이 유치환은 거제에서 태어나 통영으로 이사했다고 주장하나 자작시에서 스스로 통영에서 출생했다고 밝힌 만큼 출생지를 거제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유치환의 출생지가 설령 거제라 해도 스스로 통영에서 자랐다고 밝혔기 때문에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통영시는 올해 시 예산 1억 원을 통영예총, 통영문협에 지원해 ‘깃발축제’라는 이름으로 유치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유치환이 쓴 시 '수', '전야', '북두성'과 <만선일보>(1942년 2월 6일)에 쓴 수필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가 대표적 친일작품으로 꼽힌다. 지난 달 29일 통영에서 열린 ‘유치환 관련 학술토론회’에서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박태일 경남대 교수와 김재용 원광대 교수,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 유치환을 친일문인이라 밝히기도 했다.

 

박태일 교수는 이날 발제문(청마 유치환의 북방시 연구) 등을 통해 “내놓고 밝히기 힘든 집안 일로 말미암았다는 개인형 도주설이 참”이라고 밝혀 지금까지 문단 안팎에서 알려져 온 ‘지사형 도피설’을 뒤엎기도 해 관심을 끌었다.

 

‘유치환 기념사업 반대 시민연대’ 측은 “유치환이 쓴 친일작품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조만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밝힌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에 유치환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친일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시민 혈세를 들여 기념관을 지어서는 안된다. 시민단체와 논의해 명칭 변경 요구 등 관련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거제시 측은 “유치환의 친일 여부를 떠나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그:#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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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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