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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의 대선 후 첫 일성은 '대운하 프로젝트 강행'이라 할 수 있다. 대선기간 내내 반대 여론에 부닥쳐, 대선 막바지에는 한귀퉁이에 처박아 놓았던 공약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현기증 날 정도로 가속도가 붙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우려할만한 현실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한반도 대운하(경부운하)'의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만약 이를 강행할 경우 재앙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왔다. 한반도 대운하는 비단 식수원 오염과 환경 파괴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경제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심지어 부동산 투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탓에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대운하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은 대선기간 동안 대운하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여론 수렴'을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점을 밝혀왔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방송사 정강정책 연설이나 환경운동가들과의 타운미팅에서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국내외 전문가들로 하여금 검토하도록 하겠다"거나 "(대운하를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과 충분한 대화를 갖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끝나자마자 마구잡이 밀어붙이는 한나라당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마자 상황은 돌변했고, 국민과의 약속은 '식언'이 됐다. 인수위에 별동대처럼 한반도 대운하TF를 만들어놨고, 실세 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상임고문까지 맡는 등 속전속결 태세를 갖췄다. 대운하TF는 지난달 말 '빅5' 건설사 사장단을 만나 사업 참여 여부를 타진하는 등 사실상 실무작업을 진행했다.

 

대운하TF가 실무를 챙기는 동안 이 당선자 핵심 측근들은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반론을 무시한 채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재오 의원은 "대운하는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며 "취임일 이후 준비되는대로 바로 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에 소속된 박형준 의원도 "(한반도 대운하는) 공약이 아니라 실천할 과제"라며 반대론을 일축했다.

 

이명박 당선인쪽에서 이처럼 대운하 프로젝트에 편집증을 보이는 데에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모토에 걸맞는 성장 위주의 경제 논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대운하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고, 실업 해소와 경제 성장률을 높인다는 구상의 핵심에 대운하를 놓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인위적인 경기 부양과 부동산 투기 논란 등에 대한 우려는 뒷전이다.

 

이명박 당선인쪽에서 경부·호남·충청 운하를 2009년 초 동시에 착공해 임기 안에 매듭 짓겠다는 일정표까지 제시하자, 환경운동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180여 환경단체로 만들어진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은 한반도TF를 해체하고 운하 국민검증기구 설치와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당선인쪽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선거 직전에 이명박 후보 스스로 BBK 특검법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나라당은 BBK 특검법을 무력화시키려고 온갖 힘을 다했다. 대선 승리를 통해 국민이 면죄부를 주었다는 희한한 논리였다. 대운하 문제도 이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대선 승리를 통해 검증된 공약이라는 것이다. 논리도 없고 논쟁도 없고 검증도 없다. 그야말로 대선 승리가 도깨비 방망이이자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한 셈이다.

 

흔히 선거는 '49대 51'의 게임이라고 한다. 0~49나 51~100이나 모두 승패의 관점에서는 똑같이 홀짝 게임처럼 '전부이거나 전무'라는 거다. 그러나 이같은 '게임의 논리'는 승패를 명확히 해줄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주지는 못한다.

 

대선 이후 많은 언론에서는 이명박 당선인이 "530만표 차이로, 역대 최대의 표 차로, 압도적인 지지로 이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과반이 선택하지 않은, 역대 최저의 투표율로, 전체 유권자 10명 가운데 3명만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고 말해도 사실 관계는 틀리지 않는다.

 

국민 과반이 선택하지 않은 정책... 의견수렴 반드시 거쳐야

 

똑같은 선거 결과를 놓고도,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게 민심이자 표심이다. 상반된 두 가지 시각 모두 사실이며, 각각 '반쪽의 진실'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한 쪽의 진실만을 바라보면 외눈박이가 되기 십상이다. 이명박 당선인쪽에서는 대운하 프로젝트조차 '49대 51'이라는 선거판 게임의 논리로만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 과반이 선택하지 않은' 정부의 정책이라는 점은 애써 모른 체 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서울시장 재임 당시 만든 '청계천의 신화'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다보니 경부운하도 청계천의 확대판 정도쯤으로 치부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당선 이후 보여주는 대운하 행보를 보면, 그러한 의혹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검증없이 대운하를 밀어붙인다면, 차기 정권과 차차기 정권은 심각한 대운하 후유증에 시달리다 시간을 다 보낼 것이라는 우려가 비단 우려일 뿐일까? 거침없이, 무비판적으로 질주하는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의 미래다. 그건 이명박만의 미래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추진되는 대운하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재앙의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대운하를 일단 멈춰라. 그리고 검증하고, 토론하라. 이를 무시한다면 대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묶는 올무가 될 수도 있다.


태그:#한반도대운하, #경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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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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