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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가 지금까지 폭로한 의혹들 중에서, 수수께끼 해소가 가장 어려운 것은 <중앙일보>의 계열분리 의혹이었습니다. 이른바 '위장분리'라는 이야기입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앙일보>의 삼성그룹 계열분리는 '위장분리'였다. <중앙일보>의 위장계열분리는 이건희 회장이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회장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방식으로 했다. 중앙일보가 계열분리 하겠다고 대국민선언을 여러 차례했지만 홍석현 회장이 대주주 지분을 살 돈이 없었다.(2007년 9월 당시 홍석현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은 43.79%에 해당하는 보통주 95만 6천주)

 

저는 1999년 김인주 사장이 저에게 주식명의신탁계약서를 비밀리에 써달라고 해서 써준 일이 있다. 그 계약서에는 <중앙일보> 주주명의자는 홍석현 회장으로 하되 홍석현 회장은 의결권이 없으며, 이건희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이 작성되었다. 저는 공개할 수도 없는 계약서를 왜 만드는지 물어보았는데, 김인주 사장은 그래도 만들어 놔야 한다고 했다. 그 계약서는 1부만 만들었다."

 

의혹 해소가 어려운 이유는, '주식명의신탁계약서'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비밀리에' 썼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 측에서는 안그래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김경준씨 귀국 이후 'BBK 주가조작 의혹'의 수사과정을 조금이라도 지켜보신 분은 짐작이 가능하시겠죠. '이면계약서'라는 키워드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에서도 <중앙일보>의 위장 계열분리 의혹은 수사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조준웅 특검도 "법률에 수사대상을 특정해 놓았으므로 수사범위 역시 그 범위를 벗어나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수사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것입니다.

 

'삼성'과 <중앙일보>의 계열분리 과정

 

삼성그룹이 <중앙일보>의 '계열분리'를 선언한 날은 1994년 12월 5일입니다. 자동차업계 진출과 함께 구조개편을 추진하면서 <중앙일보>의 '계열분리'가 가장 화제가 된 것입니다.

 

"삼성그룹은 내년중 이건희 회장과 그룹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중앙일보 지분 72%를 모두 팔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는 현재 나머지 지분 28%를 가지고 있는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에게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략)


이날 조처는 그러나 중앙일보 경영권 이양 외에 별달리 새로운 내용이 없어 신규사업(승용차) 진출에 상응하는 계열 정비 등을 요구해온 정부의 태도가 주목된다. 신세계 제일제당 등의 계열분리는 이미 지난해 발표했던 사항으로 창업주 2세간 재산분배가 주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은 중앙일보가 가지고 있는 연포레저와 운현궁 땅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이 회장과 그룹 계열사 보유주식 매각대금의 일부로 ‘삼성언론재단’을 만들어 언론인의 해외연수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략) 이와 함께 제일제당과 중앙일보에 파견돼 있는 삼성의 경영진도 조기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후략)" - <한겨레> 1994년 12월 6일자 기사 '중앙일보주식 내년 모두 매각'의 일부

 

그로부터 석달 뒤, <중앙일보>의 '홍석현 1인 지배 체제'가 만들어집니다.

 

"중앙일보사는 2일 오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각각 열어 대표이사 사장겸 발행인·인쇄인에 홍석현씨를 선임했다. 홍사장은 세계은행 경제조사역, 재무부장관 비서관, KDI연구위원, 삼성코닝 부사장, 중앙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쳤다." - <경향신문> 1995년 3월 3일자 기사 '중앙일보사장 홍석현씨'

 

하지만, 막상 '계열분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 신청서를 낸 시기는 1999년 1월 22일이었으며, 승인을 받고 실천한 시기는 그로부터 한참 지난 1999년 2월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있었습니다.

 

 

'부당지원 혐의 허용'이기에, 파문이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당시의 청와대까지 나섰습니다.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다시 일어납니다.

 

"(전략) 우선 중앙일보와 삼성 사이의 돈거래가 시빗거리다. 중앙일보는 서울 순화동 및 가락동 사옥을 삼성생명에 2940억원에 판 뒤, 다시 순화동 사옥 4~7층과 지하 1~4층을 평당 1195만원과 477만원씩의 임대보증금을 내고 빌렸다. (중략)

 

처남-매형지간인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 사이에 결정적으로 금이 가지 않는 이상, 지난해 다른 주요 신문에 비해 1.3배 가량이었던 삼성의 중앙일보 광고 몰아주기 등 우호적인 거래관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중앙일보의 새 소유구조도 언론개혁 관점에서 볼 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사장은 개인 지분 36.8%를 확보한 데다 자신이 이사로 취임하는 유민문화재단의 지분 20%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경향신문과는 달리 선진적인 소유형태로 꼽히는 종업원지주제는 전혀 도입되지 않았다. (후략) - <한겨레> 1999년 3월 24일자 기사 '계열분리 중앙일보 무늬만 독립언론'

 

이남기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은 왜 그런 파문이 될만한 발언을 했을까요? 이 부분을 주목해볼만 합니다.

 

"언론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모그룹의 지원 없이는 홀로서기가 불가능하다. 예외의 폭을 넓혀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삼성생명'으로부터 '인근 시세보다 싼 것으로 알려진 수준으로 사옥을 빌렸"나 봅니다. 이 정황에, <한겨레21> 688호 표지기사로 등장한 바 있는 '<중앙일보> 명의신탁은 사실일까'가 자세히 다룬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이 홍석현 회장에게 넘어간 과정"을 참고해보면, 그 혼란은 더욱 가중됩니다.

 

홍석현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 어떤 변화 있었나

 

<한겨레21>이 짚어본 홍석현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홍석현 회장의 1996년 10월 이전 지분은 0.58%,당시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26.4%였으며 제일제당이 19%를 소유함으로써 2대 주주였다.

 

②1996년 10월 30일, <중앙일보>가 30억원 어치의 '전환사채(CB)' 발행 → 이건희 회장과 제일제당, 전환사채 인수 포기 → 홍석현 회장이 집중 매입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60만 주를 보통주로 전환 → 홍석현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 18.44%로 증가 → 홍석현 회장, 소액주주 지분 매입해 지분을 21.5%로 다시 증가시킴

 

③ 계열분리 신청 당시 삼성 측이 소유하던 <중앙일보>의 지분은 35.2%(당시 이건희 회장 20.3%, 삼성전기·삼성물산·제일모직 등 14.9%), 삼성 측은 이를 10%로 낮춰야 했다.

 

④1999년 1월, 이건희 회장 소유 <중앙일보> 지분 중 20%가 ㈜보광에 무상으로 넘겨졌고, 보광은 홍진기씨 추모재단이던 유민문화재단(공익법인)에 지분 출연 → 삼성전기·삼성물산·제일모직이 소유했던 14.9%는 홍석현 회장이 직접 매입해 36%를 소유하며 최대주주로 등장.

 

<한겨레21>은 홍석현 회장이 약 33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주식매입 자금의 출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음 부분을 내비칩니다.

 

 

지승림씨는 '이명박 선대위'의 고문역을 맡았으며, 현재는 '이명박 인수위' 산하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에서 투자유치T/F 자문위원으로 있습니다. 그런 그가, 1999년 당시에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한겨레21>이 제기한 '우선주 미스터리'

 

그런데,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유민문화재단으로 이전된 이건희 회장 소유의 <중앙일보> 지분 보통주 52만 주 중 41만 5천 주가 '우선주(의결권은 없고, 대신 보통주에 비해 더 많은 배당을 주는 주식)로 전환됐으며, 불과 몇 백원 단위의 배당만 있을 뿐 우선주의 배당 매력도 크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과 오랜 갈등 관계인 CJ의 이재현 회장도 동시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했다는 부분도 의미심장합니다. CJ는 <중앙일보>의 법인 최대 주주이며, "보통주 보유 주주의 동의가 있는 경우 기존의 주식을 의결권 없는 우선주로 할 수 있다", "우선주에 대해 당해 사업연도의 이익에서 배당을 할 수 없는 경우 우선주에 의결권을 부여한다"는 <중앙일보>의 등기부등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겨레21>은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이면계약서를 통해 계속 의결권을 갖고 있을 경우, <중앙일보>의 법인 최대 주주인 CJ 쪽이 이건희 회장의 의결권을 견제할 목적으로 우선주 의결권을 강화해뒀을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럼에도, CJ 측도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홍석현 회장의 지분 매입을 사실상 도운 것처럼 됐으며 이로써 홍석현 회장의 의결권 있는 보통주의 지분이 증가했습니다. 제2주주인 유민문화재단의 <중앙일보> 지분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이기에, 홍석현 회장의 영향력이 세진 것입니다.

 

그러다가 <중앙일보> 내부의 우선주 규정이 "이익이 발생했더라도 우선주에 배당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정반대로 바뀝니다. 배당을 하지 않음으로써, 우선주에도 의결권을 준다는 뜻입니다. 유민문화재단은 실질적으로 '보광'의 사주인 홍석현 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한겨레21>의 의문 제기가 재미있습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 회장은 처음에는 이건희 회장과 주식명의신탁 이면계약서를 써주면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가, 차츰 욕심이 생겨 <중앙일보>의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CJ의 이재현 회장이 오히려 <중앙일보>보다 더 큰 것을 노렸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중앙일보>의 전환사채가 아니라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것입니다.

 

 

 

그 당시, '범 삼성 일가'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존재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홍석현 회장은 당초의 약속을 어기고 <중앙일보>의 실제 의결권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으며, CJ의 이재현 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에버랜드'와 함께 '중앙일보'를 동시에 노려 달려들었다는 것입니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면계약서'가 작성된 이유에 대해 지난해 11월 27일에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처남 매부지간이지만 대선 자금으로 갖다주라는 30억 원을 홍석현씨가 가운데서 착복한 일도 있었다, 그 정도로 둘 사이가 신뢰가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

 

<중앙일보> '계열분리' 그 후

 

'전쟁'은 홍석현 회장이 1999년 당시 탈세혐의로 곤욕을 치룰 때, 징후가 다양하게 드러난 적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사장님, 힘내세요" 사건이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그 배경도 짐작이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일보사 '언론탄압 분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삼성이 경영권을 되가져 가려 한다는 이른바 '삼성 신탁통치설'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서 빠진 것을 비꼰 이날치 김상택 화백의 만평을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뜻으로 봐달라고 비대위쪽은 사내.외에 설명하고 있다." - <한겨레> 1999년 10월 21일자 기사 '중앙, 과연 삼성서 독립했나'의 일부


그와 동시에 정말로 눈 여겨볼만한 '홍석현 회장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보광도 잃고, 돈도 잃고, 삼성으로부터도 버림받았다. 나에게 남은 것은 기자들 뿐", 그래서 <중앙일보> 기자들은 "사장님 힘내세요"라고 했던 것이로군요. 심금을 울립니다.

 

그 이후에도 <중앙일보>는 여러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릅니다.

 

"중앙일보사는 삼성그룹에서 분리되기 전인 1997년 삼성생명이 중앙일보사 발행 기업어음을 정상금리보다 최고 15.6%포인트까지 낮게 사준 사실 등이 적발돼 24억8200만원의 과징금이 매겨졌다." -<한겨레> 2001년 6월 22일자 기사 '13개 언론사 241억 과징금'의 일부

 

'법원'에서는 <중앙일보>가 승리했지만요.

 

"삼성생명이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해 한때 계열사였던 중앙일보의 기업어음(CP)을 저리로 매입한 행위를 '불공정거래'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됐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고법 특별7부(재판장 오세빈 부장판사)는 19일 삼성생명이 공정위를 상대로 "2001년 내린 시정명령과 10억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 등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중앙일보의 퇴직보험을 유치하면서 조흥은행에 총 330억원의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하고 이 한도에서 조흥은행이 중앙일보의 CP를 매입하게 한 것은 원고가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다른 회사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적용했던 방법"이라고 밝혔다. (중략)  - <뉴시스> 2004년 9월 19일자 기사 '법원 "삼성생명 중앙일보 지원 관련 과징금 취소"'

 

'X파일 사건' 당시에도,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씨가 머리를 맡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 가장 큰 파문을 일으켰다는 것도 기억해야 하겠죠. <중앙일보>, 과연 '계열분리'됐던 것일까요?

 

'<중앙일보> 위장분리 의혹', 검찰이 수사해야

 

조준웅 특검으로서는, 'BBK 주가조작 의혹'을 지켜본 이상, 어쩌면 그와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중앙일보> 위장분리' 의혹에 대해 부담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률에 수사대상을 특정해 놓았으므로 수사범위 역시 그 범위를 벗어나면 안된다"는 말로써, 수사 제외의 명분을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수사·감찰본부는 특검 선정 이후 "같은 사안을 두고 수사 주체가 둘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특본을 해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해체돼, '삼성 비자금 특검'의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사건은 그대로 사장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특별수사·감찰본부가 너무 성급하게 해체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외에도 삼일회계법인의 분식회계 방조,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불법행위, 삼성그룹 차원의 증거인멸과 은폐 등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가장 명확하게 판명돼야 할 의혹들이라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특히, <중앙일보> 위장분리 의혹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증권거래법 위반 및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위법 사실이 성립됩니다. 상식적인 관점에서 봤어도, 언론에서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는 측면에서도 엄격히 돌아봐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검찰은 '조준웅 특검'에게 무조건 떠맡기지 않고, 다시 특별수사·감찰본부를 재구성해서라도 특검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의혹에 대해 의욕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떡값 검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 #김용철, #중앙일보, #삼성 비자금, #삼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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