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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양사면 덕하3리 양지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풍류산 정상에서 새해 해맞이 행사를 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마을 사람들은 동트기 전 마을 노인회장 김희용(75) 어르신을 선두로 마을 뒷산 풍류산으로 모였다.

 

새벽녘 산을 오르는 길은 칠흙 같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익숙한듯 쌓여있는 낙엽을 헤치며 삼삼오오 열을 지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마침 나무와 나무 사이에 이어놓은 하얀 동아줄을 손잡이로 힘들이지 않고 산을 오를 수 있었다. 동트기 전 새벽 찬공기가 코끝을 얼얼하게 했다.

 

오랜만에 닥친 한파로 서해 남쪽에는 눈이 오고 있었지만 이웃 서해 북쪽 양지마을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언 손을 비벼가며 해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어둠을 밝히듯 불꽃을 태워 올려 소원을 빌어보기도 하였다. 서서히 동이 트며 앞에 나타난 풍경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바로 앞마을은 한강하구를 건너 바로 북한땅이 아닌가? 어르신 한분께서  "저기 바라보이는 저곳은 개풍군 풍덕리 마을로 오래 전엔 우리 마을과 마주하고 있어 나룻배로 하루에도 수없이 다니던 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푸른 새벽공기를 가르고 손앞에 잡힐 듯 풍덕리의 연백평야와 마을 그리고 개성쯤 되는 곳에 송악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장 짧은 곳은 1.7km로서 썰물때면 물이 얕아 헤엄도 쳐서 건널 수 있는 곳이었단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강화읍보다도 가까운 곳에 북녘마을을 마주하고 있다니 나는 가슴이 벅차 뛰기 시작했다. 잠시 점점 가까이 그리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마을의 실체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조용히 새해 소원을 빌었다. 새해에는 이곳 한강하구의 뱃길이 다시 열려 예전처럼 남쪽 양사면 덕하리와 개풍군 풍덕리 마을이 오가며 서로 돕고사는 마을이 되게 해달라고... 잠시 후 이웃마을 당산리 사람들이 해맞이 행사에 참여하러 올라왔다.

 

 

이들도 해마다 이곳에서 다함께 이웃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맞이 행사를 하고 서로 인사를 하며 친교를 나누었다. 이윽고 멀리 새해의 첫날 붉은 해가 손톱만큼 나타났다. 사람들은 모두 환호를 올리며 떠오르는 해를 맞았다. 해가 반쯤 올라왔을 때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 온 조촐한 제사상에 머리를 조아렸다. 

 

마을 노인회 총무 김영서 어르신(70)께서 축문을 읊기 시작하였다. “올 한해 우리마을 풍년농사 짓고, 가가호호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게 해주시고 마을 모든 분들이 화해와 화목으로 즐겁고 활기차게 살게 해주십사”고 기원하였다. 사람들은 한차례 큰 절을 올리고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나는 언젠가는 이곳 풍류산에서 강 건너 북한의 풍덕리 마을 사람들도 초청하여 새해 해맞이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기원했다. 그리고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이 한강하구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일 할 것을 다짐했다. 조각구름을 헤치고 밝고 둥근해가 눈부시게 솟아오르자 주위가 밝게 빛났다.

 

이렇듯 올 한해 우리나라가 세계속에 새롭게 도약하고 발전하는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직하고 조금씩 정성을 모았다. 사람들은 차려온 떡을 나누어 먹고 각자의 마을로 돌아갔다. 덕하3리 음지마을 사람들은 하산해 함께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뜨거운 국물만큼이나 훈훈한 정을 나누며 서로 덕담을 나눴다.

 

그리고 선조들이 그러하였듯이 모두 함께 온천장으로 가서 목욕재계하며 새해 첫날을 시작했다. 해맞이 때에 모은 정성으로 동네 연로하신 독거노인과 불우이웃에게 따듯한 점심을 준비해 대접했다. 정성을 가득 담은 조용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해맞이 행사는 이렇듯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고르게 전달돼 훈훈하게 마을 전체로 번져갔다.


강화군 양사면 덕하3리 음지마을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해 첫날 마을을 지켜주는 퓽류산에 올라 이렇게 새해를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 김영애 시민기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화군협의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강화도, #풍류산, #북한, #해맞이, #풍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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