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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고, 인수위가 꾸려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서민들의 삶은 앞으로 나아질까요? 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요? <오마이뉴스>는 신년기획의 일환으로 서민들이 인수위와 새 정부에 바라는 바를 다양한 형식으로 전달하는 '서민통신'을 띄웁니다. <편집자주>

대선? 사실 갈팡지팡했지. 정동영이 개인적으로 봤을 때 괜찮은데 비추어보니깐 이명박이 조금 낫더라고.

 

내가 경비일을 하기 전에는 기능직으로 회사에서 일했거든. 군대에서 기술 배워와서 1995년에 정년퇴임할 때까지 벌어서 아들 두 명 취직시키고 다 했지. 내가 기계 우는 소리, 땅 울리는 것만 딱 듣고 기계가 이상 있나 없나를 알았어. 

 

그래서 내가 정년퇴직할 때만 해도 '촉탁제'라는 게 있었어. 이 사람이 기술이 좋고 능력이 뛰어나면 그 일을 그대로 1년 더 하면서 임금을 한 30%정도 깎고, 또 다음 해에도 괜찮으면 1년 연장하고 20% 깎고, 그렇게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가곤 했는데 그런 게 지금은 없잖아. 못 배웠으면 중소기업도 들어가기 힘들잖아. 비정규직은 얼마나 많나.

 

이명박은 이런 것도 알고 그렇게 큰 사람이니까 좀 다르겠지. 경제 살릴 수 있을 것 같애.

 

나야 이제 아들도 다 취직시키고 할 만큼 해서 괜찮다만 요새 사람들 불쌍해. 젊은 사람들이 애도 딸렸을 텐데 취직도 못하고, 그런 사람들 오이도나 천안 같은 데 지하철 타면 본다고. 그 사람들 그저 3500원 정도 들고 지하철 타고 끝까지 가서 소주 한 병이랑 간단히 한 그릇 먹고 또 지하철 타고 집에 오는 거야. 잘 알겠지만 비정규직도 늘어났다면서. 그건 일자리가 늘어난 게 아니라 줄어든 거야. 1/3은 고임금으로 정규직 해주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자르는 거지. 그런 게 없어져야 해.

 

옷 안 주면서 피복비 떼고 출장 없는데도 출장비 떼는 공기관

 

나도 1995년에 퇴직하고 테헤란로에 있는 통계청, 신설동에 있는 도서관에서 경비 일을 했는데, 일 하면서 어찌나 더러운지. 용역회사가 1년만 계약하는 거야. 2년 뒤에 정규직 되게 해준다는데, 그 안에 잘라버리는데 어떻게 정규직 되겠어.

 

계약도 그래. 1년 계약 맺을 때 공기관(그러니깐 동네 도서관도 공기관이잖아)이 용역회사랑 1인당 110만원에 계약하거든? 거기서 15% 정도는 회사가 가져가고 5% 정도는 출장비다, 피복비다 뭐다 해서 떼어가지. 그러면 우리는 87만원 정도만 받아요. 그래도 나는 그 때 그 도서관에서 5년이 넘게 일했어. 거기 도서관장인 사무관이 날 좋게 봤다고. 그래서 1년 계약을 계속하면서 있었지. 그런데 작년 12월에 그 사무관이 퇴직하면서 용역회사를 바꾸는데 내 처리가 문제된 거야. 도서관 관리부장이 나한테 와서 한달에 64만원 정도면 일 하겠느냐고 그러더라고.

 

내가 처음에는 참았지. 그 대신 일요일이나 연휴나 4일 정도만 쉬자고 했지. 그런데 이 사람이 나보고 그건 아니라고, 휴면시간 5시간을 주겠다고 그러네. 참 나 원. 그 때 열이 바짝 올라서 "우리한테 옷 준 것도 없는데 피복비는 왜 떼어가고, 출장도 없는데 출장비는 왜 떼어가냐"고 대들었더니 서류 보는 것 비밀인데 어떻게 아느냐고 따지대. 내가 뭐 장님인가? 관리과에서 팩스 오는 거 다 챙겨주는데 못 볼 리가 있어? 결국 내가 "에이 도둑놈들, 늙은 영감들 뜯어먹지 말라"며 그만둬버렸지.

 

사실 경비일. 70살 넘은 사람들도 50만원만 주면 하겠다고 하는 사람 많아. 그래도 제일 불쌍한 사람은 50살이 갓 넘고 60살 정도 돼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 아이들도 대학 보내야 할 거고, 취직한 자식들이 있어도 걔네들은 자기들 살고 자기 애들 먹이기도 힘들잖아. 돈 없어 못 주겠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세상에 빈곤한 사람들 너무 많아. 세상도 냉정해졌고…. 이명박이 잘 하겠지. 그 사람도 배곯고, 밑에서 일 배우고 해봤으니깐 지금 어려운 사람들 마음 잘 알 거 아니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경태 기자가 방배동 A아파트에서 경비 일을 하고 있는 이동일(69)씨로부터 구술받아 정리한 것입니다. 


태그:#이명박 정부, #서민통신,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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