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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도 홍길동>으로 수목극의 시청률 전쟁에 불을 지핀 KBS
<쾌도 홍길동>으로 수목극의 시청률 전쟁에 불을 지핀 KBS ⓒ KBS

KBS 미니시리즈가 드디어 웃었다. 두 자리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드라마 2인자를 차지한 <쾌도 홍길동> 덕분이다.

그것도 전작 <인순이가 예쁘다>가 8%대 시청률로 종영된 것을 비교한다면 꽤나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쾌도 홍길동>은 홍미란 홍정은 자매가 집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일명 홍자매의 전작들이 모두 원작을 비틀어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는 측면에서 <쾌도 홍길동>에 거는 시청자들의 기대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쾌걸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등의 작품들이 기존 원작을 비틀어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볼거리로 승부해온 터라 이번 <쾌도 홍길동>에서는 어떠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지 관심을 모았고, 1월 2일 첫 방송이 나간 후로 그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유쾌한 액션활극 현대판 홍길동 등장!

일명 액션활극을 표방한 <쾌도 홍길동>은 전혀 무겁거나 진지한 면을 찾아 볼 수 없다. 코믹한 상황과 등장인물들로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각색된 홍길동이 있을 뿐이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설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쾌도 홍길동>에서 찾아 볼 수가 없다.

원작의 최소한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홍자매 스타일로 내용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집필한 드라마에서 하나같이 코믹한 요소와 코믹한 캐릭터가 등장한 만큼 이번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액션활극답게 액션신은 화려하면서도 정교함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액션에서도 과장된 모습과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을 삽입해 유쾌한 홍길동전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극중 인물의 이름이 홍길동일뿐 그에게서 과거 우리가 읽었던 홍길동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의도적으로 과장된 코믹한 설정과 상황묘사를 통해 원작 홍길동전에 담긴 신분철폐와 탐관오리 응징의 시대 저항 등의 무거운 주제 의식을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원작 홍길동전의 주제의식을 배제시키기 않고 적절하게 극중에서 표현하되 그것을 무겁지 않게 그려내겠다는 의지이다. 그래서 액션 자체도 무겁게 그려지기보다는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되어진 것이다.

가령 찐빵 하나를 두고 싸우는 이녹과 허노인의 싸움, 길동과 허명스님의 과장된 액션에서 그러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더욱이 첫 방송에서 활빈당의 활약상을 보여줌으로써 원작의 주제의식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표현해 무조건 가볍지만은 않은 드라마라는 것을 시청자들은 느낄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으로 호감도가 급상승한 <쾌도 홍길동>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으로 호감도가 급상승한 <쾌도 홍길동> ⓒ KBS

등장인물의 탁월한 연기력, 호감도 급상승!

이러한 유쾌함과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우선 홍길동으로 분한 강지환은 <경성스캔들>에서의 능글능글한 연기를 <쾌도 홍길동>에서 이어가며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성스캔들> 선우완과 홍길동의 캐릭터는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 카사노바의 모습과 진지함을 동시에 보여주던 선우완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현실 때문에 불한당이 된 홍길동의 캐릭터가 맞물려 강지환이 연기해 내는데 별 무리가 없으며, 완벽하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냈다.

더욱이 강지환은 극중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연기력도 향상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유쾌, 통쾌한 홍길동 역에 적임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와 더불어 왈패 허이녹으로 변신한 성유리의 연기도 한층 성숙된 듯하다. 

그동안 청순한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불안한 발음과 발성, 단조로운 표정연기로 연기력 부족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쾌도 홍길동>에서는 과장된 표정연기도 큰 무리 없이 해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황진이>에서 아역출신 다운 농익은 연기를 선보였던 장근석이 창휘역으로 분하며 다시 한 번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창위란 역 자체가 다른 인물들과 달리 진지한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에 자칫 겉돌 수도 있지만 장근석은 다른 배우들과 이질감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더욱이 앞으로 홍길동과 대립각을 세우며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가볍고 코믹한 드라마의 무게감을 조율해 내는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감초역할로 나오는 조연들이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어 <쾌도 홍길동>의 스타트는 어느 때보다도 상쾌하다고 할 수 있다.

 웃음과 재미도 좋지만 사극의 정통성은 지켜줘야 하지 않나?
웃음과 재미도 좋지만 사극의 정통성은 지켜줘야 하지 않나? ⓒ KBS


퓨전사극도 좋지만 오버는 금물!

하지만 <쾌도 홍길동>은 넘어야 할 큰 산이 있어 아직은 고삐를 늦출 수가 없다. 그것은 바로 퓨전사극의 한계이다. 사실상 원작 비틀기를 시도하는 <쾌도 홍길동전>은 기존 사극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물론 사극이라고 해서 무조건 진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조합하지 못할 때 시청자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정통사극 <왕과 나>의 경우에서도 허구인물과 실존인물들의 허구와 진실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즉 <쾌도 홍길동>은 퓨전사극이지만 사극이 지닌 정체성을 어느 정도는 그려주어야만 시청자들의 비난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첫 방송이 되자 <쾌도 홍길동>을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지나친 파격이다 혹은 신선하다의 의견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원작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의 캐릭터가 극단적으로 바뀌어 불한당처럼 그려진다는 점에서 원작을 읽고 자란 중장년층에게는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더 나아가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비보이 댄스를 추고, 번쩍거리는 나이트클럽을 연상케 하는 무도회장이 조선시대에 있었다는 설정 등은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만들어진 퓨전사극이라고 해도 너무 하다는 반응이다.

물론 이러한 설정은 분명 웃음을 유발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만큼 파격적인 시도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 시도를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특히 사극이라는 특성이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적어도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코믹하고 유쾌한 웃음을 주기 위해서 내용을 파격적으로 구성한다 해도 역사적인 시대적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홍길동이 실존인물이 아닌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당시 시대적 배경과 상황 묘사는 원작 홍길동전에서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신분 갈등과 시대적 저항이 주제이기 때문에 그것을 녹여내기 위해서는 시대적 배경과 상황의 묘사는 어느 정도 충실히 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홍자매가 단박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과도한 표현방식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당한 사실적 고증을 통해 사극의 정통성을 유지한 뒤 현대적인 재해석을 가미할 때, 비로소 <쾌도 홍길동>이 진정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쾌도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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