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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둠토론과 인터뷰에 참가한 여학생들
 모둠토론과 인터뷰에 참가한 여학생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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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아픔과 고통을 안아 주지 못하는 곳이 학교라는 말에 공감해요. 그런 학교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셨다니 대단하신 것 같구요. 하지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용기를 내게 되셨나요?”

“교장선생님이 학교기사는 그만 쓰라고 회유하셨다던데 그런 와중에도 학교 관련 기사를 꼭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었나요?”

“저희 같은 학생들이 기사를 통해 바뀌지 않는 학교를 바꿀 수 있을까요? 그런 것이 가능할까요?”

“다른 부모님들에 비해 자녀를 이해하는 폭이 좀 더 넓으신 것 같은데 청소년들의 성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문제에서는 제도권학교나 대안학교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10대들의 성관계는 언제부터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숨이 턱턱 막히는 질문을 쏟아 놓는 이들은 강화도에 위치한 오마이스쿨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10대 시민기자학교' 1기생들이다.

 시민기자들의 경험담을 경청하고 있는 학생들
 시민기자들의 경험담을 경청하고 있는 학생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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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민기자학교는 '오마이스쿨'과 연세대학교 '온라인학습생태계'가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21세기 정보사회의 이야기꾼을 길러내는 학교’다. 특히 1기는 대안학교 구성원들이 주가 되어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은 '10대 시민기자학교'를 통해 자신의 꿈인 기자·영상전문가·작가·PD·현장연구자·인문사회과학자가 되기 위한 맞춤형 공부를 하게 된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너무나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던 두 아들이었다. 지금은 나라의 부름을 받아 푸른 군복 속에서 청춘의 뜨거운 피를 삭히고 있을 녀석들. 너무나 사랑하는 내 새끼들이었기에 그들의 방황과 일탈이 더욱 힘들었던 시간이 한꺼번에 떠올랐던 것이다.

강의실에서 나와 눈을 맞추고 내 이야기를 듣는 30여 명의 10대 시민기자학교 학생들 속에서 아들을 보았다. 호기심 많고 상상력 풍부하고 재미와 위트가 있고 자신만의 고집스러운 세계관이 있는 아이들. 학교에서는 그런 아이들을 이렇게 부른다. '문제아'

 '10대 시민기자학교' 강의 모습
 '10대 시민기자학교' 강의 모습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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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 또한 저들과 비슷한 문제로 제도권 학교를 떠날 준비를 했었기 때문이다. 힘들었던 내 아이들의 청소년기를 이야기하는 동안 강의실은 뜨거웠다. 내 아들의 이야기가 곧 그들 자신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리라.

제도권 학교를 벗어난 아이들. 규율과 규정, 명령과 복종, 입시의 반복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자칫 그들이 복도에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신발들처럼 혼란스러운 듯 보일 수 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기에 눈빛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10대들이다.

“독후감 하나를 써서 엄마에게 드리면 용돈을 주세요. 글 써서 돈 버는 거죠.”

“저는 그림을 그려서 친구들한테 팔아요. 나중에 제가 쓴 글에 그림을 덧붙여 책을 하나 내고 싶어요.”

“기사를 써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고 돈도 벌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님도 작가를 꿈꾸다 기자가 됐다고 하시던데 그럼 저도 기자가 될 수 있을까요?”

다섯 명의 시민기자 패널에게 각각 십여 분의 경험담을 듣고 인터뷰 형식을 통한 30분간의 모듬 토론이 있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어느새 작가가 되는 꿈, 기자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10대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싱그럽고 건강한 청소년들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밝다.
 싱그럽고 건강한 청소년들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밝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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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답답한 게 있어요. 어른들이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거요. 제가 다니는 대안학교가 있는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이 너무 싫어요. 저희가 옷차림도 그렇고 머리도 그렇고 제도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주지 않거든요. 저희는 그냥 그런 아이들과 다른 것일 뿐인데 어른들은 그 다름을 인정해주지 않으려고 해요. 이런 문제를 기사로 쓰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뭔가 하고는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니 외모는 모두 강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데 용기가 필요한 아이들.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어쩌면 너무 일찍 세상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외면당해본 아픔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결의에 찬 입술에서 느낄 수 있다. 저들의 가슴속엔 누군가 조금만 도와주면 세상을 환희 비출 수 있는 감추어진 열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머지않아 10대 시민기자학교 1기생의 열정이 담긴 기사를 <오마이뉴스>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향해 당당하게 소리치는 건강한 젊은이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10대 시민기자학교'1기생 모두 모두 화이팅!

덧붙이는 글 | '10대 시민기자학교'는 강화도에 위치한 '오마이스쿨'에서 2008년 1월 4일부터 8일까지 4박5일간 열린다.



#오마이스쿨#10대 시민기자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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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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