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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노동자 돌연사 원인에 대해 역학조사단이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돌연사 원인에 대해 역학조사단이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 김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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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돌연사 원인을 찾고 있는 역학조사단이 중간 결과 보고를 통해 아직까지 돌연사를 일으키는 유기용제 등 화학적·물리적 작업환경에 의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남은 기간동안 노동 강도 및 조직문화, 직무스트레스 요인 등 다른 돌연사 원인을 찾는 데 힘을 집중할 계획이다.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한국산업안전공단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8일 오후 산업안전공단에서 가진 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 중간 역학조사 결과 보고를 통해 "심장질환으로 인한 집단 돌연사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화학물질 등 물리적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결과 아직까지 사망자에게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요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돌연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인 이황화탄소, 질산염이나 일산화탄소 등에는 노출될 위험성이 없거나 그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사단은 쟁점이 됐던 솔벤트(HV-250)에 대해서도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다른 유기용제에 비해 건강에 해로운 물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심장질환 돌연사, 국내 전체사망률의 5.6배"

역학조사 중간 결과가 발표장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현관에 내걸린 현수막
 역학조사 중간 결과가 발표장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현관에 내걸린 현수막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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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사단은 "여름철 가류공정 근무나 85dB이상 소음 노출이 돌연사의 간접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한국타이어에서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돌연사한 근로자 7명의 경우 "2006년도 성 연령 대비 한국민 전체 사망률에 비해 5.6배, 같은 해 재직근로자의 협심증 유병률은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집단적 발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발암인자와 관련된 고무흄(고무공장에서 발생하는 가스, 먼지 등 기타 화학물질)이 가류공정과 생산관리팀에서 영국의 노출기준(0.6mg/㎥, 국내 관리기준 없음)을 초과하고 다핵방향족탄화수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단은 "국내관리 기준이 없거나 사용량이 정량한계 미만이여서 아직까지는 이를 집단 발병의 직접적 위험요인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향후 심장질환 발생원인이 되는 미세먼지와 암 발병 요인등에 대한 조사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다른 한편 노동 강도와 노동시간 변화, 직무 스트레스 등이 돌연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조사할 예정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박두용 원장은 "돌연사에 대한 연도별 정밀조사 결과 한국타이어 근로자의 2006년 표준 사망비가 일반국민에 비해 5.6배 높게 나타났다"며 "사망원인이 되는 화학물질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노동강도 등 작업조건 조사 등을 통해 원인을 규명해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솔벤트 원래 사용한 것 아니다... 작업환경도 왜곡"


 한국타이어 사망 노동자 유가족들이 역학조사 중간결과 발표에 앞서 엉터리 조사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사망 노동자 유가족들이 역학조사 중간결과 발표에 앞서 엉터리 조사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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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 등 일부 현장 노동자들은 조사단의 중간 조사결과가 엉터리 환경에 근거한 엉터리 발표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근무하는 정승기씨는 "조사단이 채취해 분석한 솔벤트 시료와 언론보도 이전 사용해 오던 솔벤트와는 내용물이 다르다"며 "한국타이어 내부 문건에도 2001년 부터 인체에 유해한 '벤젠'이 없는 솔벤트를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역학 조사단 방문 당시에는 생산공장의 창문을 열어 놓은 상태라 작업장 공기가 깨끗했지만 이전까지는 비닐 등으로 밀폐된 상태에서 작업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관계자도 "사망자가 근무하던 근무환경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른 근무환경에 의해 조사결과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의 경우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노동자들의 직무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돌연사와 직무 스트레스와의 상관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사단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자료 입수가 어려운 한계를 인정한다"며 "스트레스 호르몬 등에 대한 조사 등 가능한 추가 방법을 동원해 원인규명을 위한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작업환경 조사 및 미세분진 측정, 연도별 암 발병 사망율 등 추가 조사를 거쳐 이달 말 경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조사단은 지난 해 9월까지 1년 반 사이 돌연사 또는 암 질환으로 사망한 13명의 한국타이어 노동자에 대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 해 10월부터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역학조사 발표장에 내결린 피켓
 역학조사 발표장에 내결린 피켓
ⓒ 김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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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타이어 , #돌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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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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