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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 '10대 시민기자학교' 프로그램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에 있는 오마이스쿨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와 연세대학교 '온라인학습생태계'가 공동 주최하는 제1기 '10대를 위한 시민기자학교'는 21세기 정보사회의 '이야기꾼'을 길러내는 캠프 학교이다. 연세대 온라인 학습 생태계 조한혜정 교수팀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팀이 기획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온 10대와 20대, 시민사회의 장인들이 함께했다.

 

10대 시민기자학교는 기자나 언론인, 작가, PD, 영상전문가, 인문사회과학자가 되고 싶은 10대들이 참가하는 프로그램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의 문화생산 방식을 익힌다"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었다.

 

대안학교 학생을 비롯해 강화지역 고등학교 학생, 하자센터, 홈스쿨링 등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10대 시민기자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번 프로그램 중에는 '학생', '선생님'이라는 다소 권위적인 호칭 대신 30대 이상의 장인은 지혜의 의미가 있는 '사루비아'에서 사루. 20대는 용기의 의미가 있는 '민들레'에서 들레. 10대는 희망의 의미가 있는 '개나리'에서 나리로 세대별 칭호를 부르면서 각 세대 간 소통을 활성화했다.

 

"10대, 우리는 누구인가?"

 

스포츠 기자나 꿈인 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오마이스쿨로 향했다. 오마이스쿨에서 '한일친구만들기', 강화지역 청소년 일일기자체험을 경험했던 내게 오마이스쿨은 내 집과 같이 포근하고 따뜻했다.

 

이우학교·간디학교의 대안학교, 인천 지역 인문계고등학교, 하자센터 등 다른 교육현장에서 온 참가자들은 애초 예상과는 달리 "다름의 차이"는 전혀 없었다. 우린 원더걸스와 빅뱅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10대였기 때문이다.

 

'10대 시민기자학교'의 첫 공식행사는 4박 5일간의 공동체 약속 만들기 작업이었다. "인사를 잘합시다", "화장실은 언제나 '처음처럼'", "배워서 남 주자!" 등 다양한 공동체 약속들이 쏟아져 나왔다.

 

10대 '나리'들은 시민사회 영역이 급격히 축소되고 경쟁과 획일화가 진행되는 외부질서와 다른 공동체적 문화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다름에 대한 존중, 그리고 <공동체 약속>을 만들어 실천하며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을 몸소 터득했다.

 

교육 첫날인 4일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원 박사는 '10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특별강좌를 진행했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 울렁증'이 있는 나는 우석훈 박사의 수학강의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석훈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 안 속기 위한 노력 중에 수학이 가장 쉽다"며 "가난한 10대들이 해볼 수 있는 가장 편한 것은 수학이다"라고 말했다.

 

참 가슴속에 와 닿는 한 마디였다. 정말 "안 속기 위해서라도 수학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평생 '기자'라는 직업 못할 것 같아요!"

 

'10대 시민기자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프로그램은 '기자 체험'이었다. 단순히 데스크에 앉아서 스트레이트 기사쓰기 훈련, 보도자료 인용하기 등의 천편일률적인 기자체험이 아닌, 직접 취재팀을 꾸려 현장에 나가 인터뷰 실습을 진행하는 '실무중심'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유익했다는 평가다.

 

현장취재는 5일(토)과 6일(일) 이틀에 걸쳐 '마을탐사팀', '대안학습팀', '생태팀'의 세 부류의 테마 취재팀으로 나뉘어 진행했다. 영하 5도의 동장군 추위 속에서도 20대 들레들과 10대 나리들은 각자의 취재팀을 이끌고 현장을 발로 뛰었다.

 

오마이스쿨이 있는 인근 넙성리와 신현리 마을주민과의 좌담, 인근 덕성리의 '필리핀 여성', 강화 명소 '갯벌' 등 다양한 취재 아이템이 쏟아져 재미있는 기사들이 완성됐다. '아이디어 창출구'로 불리는 10대들의 두뇌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하자 대안학교 탐방팀 왕양(19)은 "이틀간 인터뷰, 현장취재 등의 기자활동을 몸소 체험하며, 정말 기자는 힘든 직업이다"면서 "평생 기자라는 직업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의 스포츠 기자를 꿈꾸는 나 역시 기사가 안 써져 슬럼프를 겪은 적도, 계획한 취재와 기사작성에 실패해 눈물을 흘린 적이 있어 정말 공감이 갔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만나다

 

6일에는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 강화도 오마이스쿨을 찾았다. 오연호 대표기자, 심규상 상근기자, 김혜원 시민기자, 이정희 시민기자, 손기영 대학생 기자, 심재철 시민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기자들이 '10대 시민기자학교' 자리를 빛냈다.

 

손기영(명지대 정외과 4년) 대학생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기자 출신답게 '현장 인터뷰 잘하는 법', '현장 취재 노하우' 등 '10대 시민기자'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덕목들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손 기자는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기자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다"면서 "'10대 시민기자학교'에 참가한 '나리'들이 매우 부럽다"고 말했다.

 

이어 손 기자는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선배 입장에서 사회 현상과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향후 사회학과나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10대 나리들에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7일에는 제1기 10대 시민기자학교 '마지막 밤 마을축제'가 열렸다. 이날 축제는 단순히 먹고 놀고 마시는 '음주 가무 축제'가 아니었다. 다양한 색깔의 밴드공연, 다 함께하는 윷놀이 등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강화도 대표 대안학교인 마리학교 밴드의 락공연이 마지막 밤 마을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귀여운 외모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갖춘 꽃미남 '마리밴드'는 10대 연상 나리에게 아주 인기가 좋았다.

 

이후 10대 나리, 20대 들레, 30대 이상 사루들이 모두 참여한 '다 함께 윷놀이'가 이어졌다. 이날 윷놀이에선 초대형 윷이 눈길을 끌었다.

 

진행팀이 "강화도의 소나무를 깎다 지쳐 이벤트업체에서 초대형 윷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윷놀이는 각 팀의 치열한 지략 싸움이 아주 흥미를 끌었다.

 

세 팀 모두 각각 윷놀이 전문 분석관을 투입시켜 승리를 다짐했다. 결국 '대안학습'팀이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고, 부상으로 인기 베스트셀러 책과 팀원들이 함께 마실 수 있는 허브차를 받아 상대팀의 부러움을 샀다.

 

마을축제 하이라이트는 하자센터 밴드 '촌닭들'이 마무리했다. '촌닭들'은 뉴질랜드 원주민 음악과 '쾌지나 칭칭나네' 등 전통음악과 다양한 음악장르에 '난타'를 접목시켜 이색적인 음색을 선사했다.

 

마을잔치가 열린 오마이스쿨 강당은 홍대클럽 못지않은 열기를 자랑했다. 마치 인기가수의 콘서트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10대 시민기자학교'에 참가한 나리, 들레는 이문세씨의 '붉은노을'을 함께 부르며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애써 달랬다.

 

"참가자 모두 인생의 동반자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4박 5일간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진행된 제1기 '10대 시민기자학교'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0대 시민기자학교' 참가자 박한길(강화고등학교 2학년)군은 "이번 프로그램이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2기, 3기 등으로 지속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10대 시민기자학교 참가자 모두 인생의 동반자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세대학교 온라인학습생태계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주최한, 제1기 '10대 시민기자학교'. 한국 최고의 청소년 언론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태그:#10대 시민기자학교,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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