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적' 이명박정부의 비정규직 해법은 무얼까. 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노동부 업무보고는 차기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특히 지난해 노사간 첨예한 갈등을 일으킨 비정규직 보호법이 올 7월 300인 이하 중소사업장까지 확대됨에 따라, 법 개정 여부가 초미에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비정규직 법 개정에 대해 노동부로부터 보고만 받았을 뿐 논의는 보류된 상태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에서 비정규직 고용 허가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1년 연장하는 등의 법 개정 내용이 나왔다"면서 "노동부측으로부터 보고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이같은 반응은 법 개정 자체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노동계와 재계 등 이해당사자의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아침 일부 언론을 통해 노동부의 업무 보고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부, 친기업 코드 맞추려다 인수위에서 '무안' 인수위의 신중한 입장과 달리, 노동부는 이날 서면으로 작성된 업무보고에선 비정규직법 상당 부분을 손질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표적인 것이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하는 규정. 노동부는 2년 규정을 3년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비정규 사용기간을 3년으로 했다가,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2년으로 후퇴했었다. 이번 인수위 보고에서 이 부분을 다시 들고 나온 것. 하지만 노동계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3년으로 할 경우, 비정규직이 대량 양산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기업들은 그동안 2년이 지나도 정규직화하지 않고, 외주화하는 등 악용해 왔다"면서 "3년으로 늘리면 사실상 정규직을 없애는 꼴이며, 이것은 철저히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수위도 이같은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같은 내용이 인수위의 안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은 "노동부가 다 보고한다고 해서 인수위가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파견업종 확대 등 노동유연성 강화로...사회보험 혜택도 추진 파견제의 경우도 마찬가지. 노동부는 특별히 법에 명시된 금지사항을 어기지 않을 경우 노동자의 파견 허용 범위를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파견업종의 확대를 통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동안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해 온 사안이다. 이명박 당선인과 정책협약까지 체결한 한국노총까지 "노사관계를 파탄시키는 것"이라고 할 정도다. 박영삼 노총 대변인은 "지난 2004년에 정부에서 이런 내용이 나와서 양대노총이 총파업을 했던 사안"이라며 "파견 업종 확대는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고, 노사관계를 파탄나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위 역시 이같은 내용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꺼렸다. 대신 노사민정(노동계, 재계, 민간, 정부) 대타협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은 "차기정부의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면서 "인수위는 민간이 참여하는 등 노사정위를 실질적인 사회기구로 만들고, 이후 노사민정 대타협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대신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고용보험료 감면 등의 방법으로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노동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핵심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는 차기정부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창출', '친기업적'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86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해법을 어떻게 풀어낼지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