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우울한 소식으로 마음이 울적하다. 이명박 정부는 새 정부의 주요 미디어정책 방향으로 △신문법 전면개정을 통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 △KBS 중심의 공영방송 체제 개편과 수신료 대폭 인상 △이를 통한 KBS 사장 교체 △MBC 민영화 등 소유구조 개편 △홍보처 폐지와 기사송고실 부활(취재선진화방안 전면취소) 등을 내어 놓았다.
대통령선거 기간 중 BBK의혹 사건으로 김경준이 귀국한 후, 누나 에리카 김을 인터뷰 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이기면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는데, 이 발언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 하다.
국정홍보처를 폐지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벌써부터 대통령인수위 브리핑실에서 언론사별 좌석 지정제를 실시하며 인터넷 매체 기자들이 찬밥 신세라는 소리도 들려온다.
그래도 2일 있은 방송위원회 시무식에서 조창현 방송위원장이 “변함없이 방송위가 방송의 공적 가치를 지켜내고 시청자의 권익에 기여한다는 큰 틀에서 시청자 복지 증대를 위한 정책 추진, 시청자의 방송접근권 확대, 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해 한줄기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2000년 방송법 개정을 위해 시민단체들은 언론현업단체들과 함께 ‘방송개혁국민회의’를 구성하여 방송법 개정을 위한 운동을 5년여 동안 하였다. 무수히 많은 토론회와 치열한 논쟁을 통한 회의, 방송법 개정을 위한 현업인들의 파업을 거쳐 언론협업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지금의 방송법 개정을 이루어내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 논의와 합의를 거쳐 만든 지금의 방송법 근간을 이명박 정부는 허물어뜨리려고 한다. 시청자권익을 위한 장치를 지금의 방송법은 많이 담고 있다. 시청자의 방송접근법을 보장하기 위한 퍼블릭엑세스 프로그램을 지상파인 KBS에 최초로 편성하게 하였으며, 장애인 등 시청 소외계층 접근법을 보장하고, 방송사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송발전기금 신설, 신문재벌과 재벌의 겸용금지 조항, 외국인 지분 제한 등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고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규제 조항들을 합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토론을 거쳤는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오랫동안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방송법의 독점규제조항들을 모두 철폐, 완화하여 신문재벌과 자본권력에게 여론마저 독점하게 하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MBC민영화 논의는 방송법 개정 논의를 할 때도 많은 논의를 거쳐 공영방송으로 확정된 구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다공영 민영방송체제를 일공영 다민영방송체제로 바꾸려 한다. 방송, 더군다나 공중파 방송은 불특정 다수 누구에게나 쏘아지는 공공재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은 공공성과 공익성,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매체다. 1인 소유의 신문과는 매체 구조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오히려 새 정부는 방송과 통신 융합시대에 맞는 시청자 주권 실현을 위한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언론개혁시민연대는 8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공영방송의 민영화 논의,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허용 등에 대응하기위해 언론개혁시민연대를 주축으로 한 (가칭)'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시민사회 연대'를 결성키로 하고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공동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송사 내부의 치열한 고민이다. 어렵게 얻어낸 방송의 독립, 공공성, 공익성 누가 지킬 것인가? 지켜낼 의지와 노력이 있는 한 시청자는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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