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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기다리는 아이. 부담 때문에 둘째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그게 바로 출산 장려정책이 아닐까?
▲ 첫돌을 맞은 아기 동생을 기다리는 아이. 부담 때문에 둘째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그게 바로 출산 장려정책이 아닐까?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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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후배는 치과 치료를 받던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더구나 아이는 하나만 낳아 잘 키우려고 생각했던 터라 아직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남편이 원하니 어쩔 수 없다며, 남편과 나눈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었다.

"그럼 우리 애들은 학원도 하나 못 보내고 키워야 된다구."
"학원이 뭐가 중요해. 학원은 못 보내더라도 형제가 있어야지."

후배는 남편 뜻이 이러니 꼼짝 없이 낳아야 할 입장이라며 걱정스러워했다.

우리는 후배의 걱정은 뒤로 하고 일단 새생명을 잉태했다는 기쁨에 박수를 치면서 축하해주었다.

'당연하지. 학원이 뭐가 중요해. 형제가 있는 게 훨씬 낫지'라고 맞장구까지 쳐주면서.

둘째 아이가진 후배, 일단 축하는 해줬지만

후배는 늦게 결혼해서 40에 둘째를 낳게 되었다. 이 땅에는 언제 결혼을 하든 결혼과 동시에 내집 장만 계획에 돌입해야 하는 생존 법칙이 있다. 문학을 하던 후배라 세상물정 모르고 살다가 결혼, 첫 딸을 낳더니 비로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뒤늦게 깨달은 모양.

아파트에 사는 아이와 일반주택에 사는 아이는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차별을 받는다는 둥,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주택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에게 동정을 사거나 왕따가 되기 십상이라 둥, 그동안 학습한 내용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아파트가 어디 한두 푼인가. 이제 한 아이로 만족한다던 애초의 결심도 바뀌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임신중 정기검사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 산부인과 병원 임신중 정기검사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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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엔 임신정기 검사가 마음에 부담을 주었단다. 첫 아이는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낳아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치과 치료 중 먹은 약 때문에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고가의 병원비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고.

검사라고 해 봐야 초음파·소변검사·피검사·자궁암 검사가 다였는데 진료비는 30만원 가까이 들었단다. 300만원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10%에 달하는 금액이니 부담이 될 만도 하다. 의사 진료비만도 1만5600원이나 된다니, 개인병원보다 비쌀 건 당연한 일.

전화로 이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나도 덩달아 생각이 많아졌다.

한 번에 그칠 것도 아닌 매달 하는 정기 검사가 이렇게 비싸다니 어디 아이를 낳겠는가 싶고, 이러다가 제대로 된 출산장려가 될까도 싶어서.

예전 우리 부모들은 임신 정기검사 같은 건 해본 적도 없었다. 심지어는 출산도 집에서 하는 형편이었으니 아이를 낳는 데 돈이 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 그런 비교를 하기엔 희귀병이나 위험 요소가 너무나 많다. 또 국민소득과 더불어 늘어난 평균 수명도 알고 보면 영아 사망률 감소가 크게 기여한 셈이니, 임신 중 정기검사는 안전한 출산을 위한 당연한 절차라고 하겠다.

아기갖고 매달 검진비, 아기낳고도 줄줄이 접종비

그래서 임신 5개월에 접어든 한 임산부에게 그동안 한 검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한 초음파 검사 비용이 1만2000원이었다고 한다(참고로 이 임산부가 사는 곳은 경기도 이천이다). 그 다음 달 기형아(다운증후군 외 몇 가지) 검사비는 12만원.

그러니까 매달 병원을 찾게 되는데, 기본 초음파 검사가 1만2000원이며 다달이 해야 할 항목이 추가돼 보통 한 달에 10만원 이상은 든다는 것이다. 이상은 이천에 있는 개인병원의 예이다.

게다가 출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또 있었다. 출산을 할 병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가을 나는 전라남도 강진에 있는 후배네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참 잠에 곯아떨어진 새벽에 전화가 걸려 왔다. 남편과 같은 직장의 동료 아내가 출산기미가 보인다며 큰아이를 맡아달라는 전화였다. 병원이 가까우면 좀 기다렸다가 가면 되는데 강진에는 출산할 병원이 없어서 목포까지 가야 한다며.

그나마 비싼 병원비로도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다니, 출산율이 저조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건강하고 예쁜 아기를 출산하려면 임신중 정기검사는 필수다
▲ 아기 이렇게 건강하고 예쁜 아기를 출산하려면 임신중 정기검사는 필수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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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한 지 5개월이 채 안 된 아기엄마를 취재해 보고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아니 무슨 예방주사가 그리도 많으며 예방주사 값은 왜 그리도 비싼지. 참 이런데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이 땅의 부모들이 기특할 뿐이었다.

태어난 직후에 받은 검사(선천성 뇌사이상 질환 등, 선택)가 14만원. 그리고 생후 4주에 맞는 BCG접종이 10만원, B형 간염 접종이 5만원, 생후 두 달부터 두 달에 한 번씩 접종해야 하는 DTaP(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예방주사)와 소아마비는 5만원. 뇌수막염이 5만원, 폐구균 예방 주사는 9만원(비싸서 그런지 선택). 거기에다 B형 간염도 2개월마다 같이 접종해야 한단다.

아기엄마는 앞으로 5개월이 되면 또 검사를 해야 하는데 검사비가 꽤 비싸다고 했다며 아기 예방접종은 때마다 맞히는 것도 힘들지만 예방접종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아기를 안고 다니는 엄마 아빠를 보면 우러러봐야 할 것 같다. 비싼 아이를 안고 다니는 비싼 부모들이니 말이다.

모두가 우리 아이들, 국가는 뭘 하나

출산후 예방접종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아 아기가 생김으로써 가계엔 큰 부담이 불가피하다
▲ 소아과 병원 출산후 예방접종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아 아기가 생김으로써 가계엔 큰 부담이 불가피하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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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데, 사람의 수명이 길어야 백년이라면 백년 후에는 당연히 그 다음 세대가 이어가게 마련이다. 내가 지금 자식이 없다고 해도 한 세대가 지나가고 나면 결국 그 다음 세대는 다 우리들의 후손이며 자식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나라처럼 집안 따지고 족보 따지고 조상 따져가면서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내 말이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나중에 인구가 줄어 정말 이 땅에 소수 인원만 남게 된다면 결국 그 소수 인원이 모두 우리의 자손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를 낳는 건 그들 부모의 몫이라고 한다지만 아이를 키우고 보살피는 건 국가적인 일이다. 여성의 지위 향상으로 아이를 맡아 키워 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사회적인 문제지만 임신 중이나 출산 후에 들어가는 만만치 않은 비용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각 지자체 별로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대부분 출산율이 저조한 농어촌을 중심으로 많게는 100만원까지도 지급한다는데, 이 같은 상황은 한 지역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요즘 결혼해서 맞벌이를 해야 하는 부부들은 거의 출산을 미룬다. 물론 집 문제도 있지만 아이를 뱃속에 잉태하는 순간부터 드는 큰 비용 때문에 감히 낳을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질병이나 기형이 많은 가정은 빈곤 가정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출산전후 아이나 산모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출산장려금도 좋지만 아이나 산모의 건강을 위해 임신 정기검사나 출산후 아이의 예방접종은 사회나 국가가 나서서 제대로 하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전부가 어렵다면 조금씩이라도 부담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데도 아기를 출산하는 부모들... 이 시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참으로 큰 용기가 필요하다
▲ 비싼 아기와 엄마아빠들 그런데도 아기를 출산하는 부모들... 이 시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참으로 큰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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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출산장려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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