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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의에서 신임 대표로 손학규 전 지사가 선출되어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의에서 신임 대표로 손학규 전 지사가 선출되어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손학규 전 지사가 '독배'를 들었다.

 

손 전 지사 측근들은 그에게 "총선용 당 대표는 독배"라는 의견을 냈고, 손 전 지사도 지난 4일 "당에서 대표로 합의추대하면 받겠느냐"는 질문에 "신문을 보면 '독배'라고 하던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측근들은 "총선이 끝난 뒤에 당권을 맡는 게 낫다"는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10일 오후 중앙위원회에서 손 전 지사를 새 대표로 선출했고, 그는 이를 수락했다.

 

김근태 의원이 열린우리당 시절인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독배라 할지라도 마시겠다"며 당  비상대책위 의장을 맡았던 것을 연상시킨다. 현재 통합신당의 대표자리는 김근태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보다 나을 게 하나 없다.

 

총선패배 예상·이해찬 탈당 등 후폭풍

 

가장 큰 문제는 3개월 남은 총선패배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당 주변에서는 한 조사기관의  조사결과 수도권 109개 선거구 중 당선가능이 5곳 뿐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곧 발표되는 모 언론사 조사에서는 서울지역의 특징적인 16개 선거구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한나라당과 신당 후보들의 지지도가 대체적으로 50%대 10%였다고 한다. 당 자체조사에서도 "전체 299개 의석중 잘 해야 70석"이라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오제세 의원 등 신당 충청권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이회창 신당행을 고민하고 있는 것도 큰 부담거리다.

 

특히 손 전 지사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의 총선결과가 나쁠 경우, 총선이 후 퇴장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수도권 모든 읍면동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손 전 지사가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의 반발도 심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대통합민주신당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어떠한 정체성도 없이 좌표를 잃은 정당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라며 탈당했고, 친노세력이 연쇄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정대철 상임고문, 천정배 의원, 염동연 의원, 추미애 전 의원 등 당내 중진들도 "손학규는 쇄신카드가 될 수 없다"며 중앙위 연기를 요구했다. 문병호·최재천 의원 등 '초선모임'은 아예 중앙위 불참을 결의하고, 중앙위에 나오지 않았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전 지사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것이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  아직 정립되지 않은 당의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엄밀하게 보면 총선공천권도 그의 것이 아니다. 손 전 지사는 현재로서는  '총선용 대표'다. 총선결과에 따라 물러나는 것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그로서는 혁명적인 물갈이를 통해 총선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겠지만, 당 대표는 공천심사위 구성권한을 가질 뿐  공천권 그 자체는 당권과 분리돼 있다.

 

"최상의 카드는 민주당, 창조한국당과의 통합", 그러나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의에서 신임 대표로 손학규 전 지사가 선출되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의에서 신임 대표로 손학규 전 지사가 선출되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이런 상황에서 그의 돌파구는 우선은 범야권 통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최상의 카드는 민주당, 창조한국당과의 통합을 이뤄내 총선에 임하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야권통합이 된 뒤에 패배한다면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 전 지사쪽의 한 의원도 "우선 야권통합부터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때 후보단일화와 합당이 실패했던 것처럼 현재 상황도 험로 그 자체다.통합의 상대방들이 오히려 손 전 지사의 대표당선을 맹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제 신당은 한나라당 2중대, 짝퉁 한나라당이 됐다"고 맹비판하면서 "한나라당에서 3등을 한 인사를 당의 얼굴로 내세운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며 민주세력 50년 역사에서 이런 치욕스런 역사는 없었다"고 논평했다.

 

창조한국당은 신당의 보수화를 비판하면서, 당내 개혁파들을 추동해내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표 추대는 한나라당과 코드 맞추기"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김갑수 대변인은 "정통 민주세력이라고 하는 세력의 대표가 자그마치 15년이나 민주세력을 짓밟은 정당에서 호가호위하던 사람이라니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라며 "원내 1당과 2당의 대표는 물론, 오늘 창당 발기인대회를 가진 '자유신당' 등의 간판이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란 사실은 매우 서글픈 일"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또 "대통합민주신당이 살기 위해선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과는 다른 '뭔가'를 내놓아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한나라당과 코드 맞추기를 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무슨 희망을 볼 수 있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신당을 맹비판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이명박-이회창-손학규'로 이어지는 보수 3형제의 과두정치 시대가 열렸다"고 비판했다.

 

손학규는 '독배'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김 부대변인은 "손 전 지사는 대학 본고사 부활 등 이명박 당선인과 많은 부분에서 노선을 함께 해왔다"며 "정책과 기반에서 차별화된 정치로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인데 이제 통합신당은 더 이상 야당할 자격이 없는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김근태 의원은 8개월동안 당의장으로 활동하다가 당이 분영되는 과정에서 물러나면서 "독배는 과연 썼다" "독배를 마셔도 폭탄주로 마셨다"고 말했었다.

 

4월 9일 총선 뒤 손 전 지사는 자신이 들었던 독배에 대해 어떻게 표현하게 될까.


#손학규#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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