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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0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현재 국무총리'였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이름 석자도 실시간 검색 순위 5위를 차지했다. 이날 MBC에서 방송된 '무한도전' 효과였다.

 

인기 오락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출연자들은 MBC 예능 PD를 뽑는 면접시험을 봤다. 심사위원들은 개그맨인 박명수씨에게 "현재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박명수씨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채 면접실을 나왔다. 방송이 나간 직후 박씨처럼 국무총리 이름을 모르는 네티즌들이 검색에 나서면서 한덕수 총리가 순식간에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이다.

 

총리 수명... 조선시대엔 2년 4개월, 요즘엔 1년 안팎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자료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국무총리의 위상이다. 위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하고, 아래로는 행정부의 모든 공직자들을 '통할(統割)'한다. 위상에 비해 수명은 길지 않다. 임기를 채 1년도 못 채우고 낙마하는 총리도 있었다.

 

총리의 재임기간이 가장 긴 때는 박정희 정권인 3·4공화국이다. 17년동안 7명의 총리가 평균 2년 4개월 동안 재임했다. 그것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절반으로 줄었다. 1980년 8월27일부터 1988년 2월24일까지는 7명의 총리가 임명됐고, 평균 재임기간은 1년1개월이었다.

 

이후 정부에서도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 안팎이었다. 서리 및 내각수반을 제외한 역대 국무총리 36명(장면·백두진·김종필·고건 총리는 2회 역임)의 재임기간은 평균 1년 3개월에 불과하다. 그 만큼 총리가 자주 바뀐 셈이다. 그나마 참여정부 시절 총리는 15개월로 장수했다.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시대 '영의정'이라는 관직이 현재의 국무총리라고 할 수 있다. 국민대 한국학연구소(연구책임자 정만조 교수)에 따르면, 영의정이 설치된 조선왕조 494년 간 그 관직을 거쳐간 인물은 총 162명, 평균 재임기간은 926일(2년 6개월)이다. 장수 영의정으로 잘 알려진 황희는 세종시대에 무려 6562일을 영의정으로만 지냈다. 현재의 잦은 총리 교체 실태와는 다른 양상이다.

 

다른 게 또 있다. 오늘날 총리는 대부분 외부영입 케이스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낙하산'은 거의 없었다. 절대다수가 관료 출신이다. 영의정이 되는 가장 전형적인 코스는 '과거급제→언관ㆍ경연관→6조 당하관·당상관→의정부 당상관→대신'이라고 한다. 과거급제에서 영의정 승진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여 년이었다.

 

초대 총리... 과거엔 '경륜', 이번엔?

 

초대 총리는 새 정부의 '색깔'을 규정짓는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향후 '권력지도'의 변화 흐름도 짚어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첫 총리에 누가 임명될 것이냐를 두고 논의가 무성하다.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는 유력 후보군이 매일 바뀌다보니, 윤곽을 잡기 조차 쉽지 않다. 과거를 돌아보면 현재가 보일까?

 

현행 헌법이 출발한 6공화국 이후 역대 정부의 초대 총리는 '경륜', '안정감'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초대 총리로 경제학자 출신의 이현재 전 서울대 총장을 낙점했다. '군사정권' 이미지를 탈색하고 정권의 정통성을 보완하기 위한 카드였다. 이 전 총장은 총장 재직 시절 미국문화원 농성 사건에 연루된 학생을 옹호하다 경질된 적이 있었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 출신으로 정·관계 요직을 두루 거친 황인성씨를 첫 총리로 발탁했다. 그러나 차남 현철 씨나 이원종 정무수석비서관을 더 신뢰했다. 황씨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지역안배'라는 평가를 받았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기반으로 탄생한 '국민의 정부'에서 '김종필 총리'는 이미 예고된 인사였다. 김종필씨는 대선 전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때부터 총리를 맡기로 예정돼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40년 관료생활로 '행정의 달인'이란 별명을 얻은 고건씨를 초대 총리로 내세운 것 역시 '개혁'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장치였다.

 

임기 2년차를 지나 중반으로 접어들면 차기 대권주자급 총리가 나타나곤 했다. 노태우 정부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 물밑 대권경쟁을 벌였던 노재봉 총리가 대표적이다. 김영삼 정부에선 아예 이회창·이홍구·이수성 등 대권주자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총리를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퇴임 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란히 도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대권을 거머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헌정 사상 총리 출신으로 대통령까지 오른 사람은 최규하씨가 유일하다. 그는 스스로 대권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 모시고 있던 대통령의 유고로 떠밀려 올라간 케이스다.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로 언급되는 인사들의 공통점 역시 '경륜' '안정감'으로 모아진다. 유독 전·현직 대학총장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 이유다. 숙명여대 총장인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필두로 재계 출신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 외교부 장관·주미 대사를 지낸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 안병만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대부분 'CEO(최고경영자)형 총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나 이원종 전 충북지사가 거론되는 것은 경륜 보다는 지역 안배 때문이다. '중립 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 충청 지역의 인사를 중용해 4월 총선에서 안정적으로 과반 이상을 얻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실제 박정희 정권부터 김영삼 정권까지 영남 출신 대통령은 호남·충청이나 수도권 출신을 선호했다. 전북 출신의 김상협·진의종(17대)·황인성·고건 총리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호남 출신의 김대중 정부에서는 김종필(충남)·박태준(부산)·이한동(경기)·김석수(경남) 총리 등 호남 출신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자 집무실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자 집무실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한나라당 제공

 

'박근혜 총리' 카드 무산... 물밑 신경전

 

당초 이명박 당선인 측이 초대 총리 1순위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은 정치적 판단에서 기인한다. 박 전 대표가 '총리직 제안이 와도 받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표명했지만, 당선인측에선 여전히 '박근혜 총리'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아쉬워하고 있다.

 

'박근혜 총리' 카드가 실현됐다면 가깝게는 공천 시기를 둘러싼 양 진영의 갈등을 일시에 해소하고, 4월 총선 국면을 안정적으로 끌고갈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도 박 전 대표를 중용함으로써 화합.통합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안정적 국정운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지난 선거운동 기간 박 전 대표의 존재 가치를 인정, '정치적 파트너, 소중한 동반자' 등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초대 '여성' 총리가 갖는 상징성과 별도의 검증 절차가 필요 없다는 이점도 '박근혜 카드'에 힘을 실었다. 나경원 당 대변인은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성 총리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며 "이 당선인의 의사만으로 결정되기는 어렵지만, 박 전 대표께서 수락을 하시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 입문 이후 입각 경험이 전무한 박 전 대표로서도 총리직 수행에 대해서 부정적으로만 볼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은 "자칫 박근혜 계보의 와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권력의 속성'을 태생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박 전 대표 스스로가 '총리는 영원한 2인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박 전 대표가 총리로 나서면 4월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역대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이 1년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퇴임 후 당에 돌아왔을 경우 원내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당 장악력이 급속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선 막판에 결합한 정몽준 의원의 최고위원 진입 시도로 이미 박 전 대표측은 상당한 견제감을 느끼고 있다.

 

'능력'만 있다면 작은 흠결 쯤이야...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이 정치적 고려 없이 일 위주로 일을 잘 하실 수 있는 분을 인선하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카드'가 사실상 물 건너가자 그동안 검토했던 총리 인선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인 총리'에서 '전문가 총리'로 선회한 셈이다.

 

주 대변인은 "총리 후보는 아직 (몇 배수로) 완전히 압축한 상태는 아니며 당선인이 여러 면에서 고심 중"이라고 부연했다. 취임 일정상 행정자치부가 인선 통보 마감시한이라고 정한 시한은 16일이다. 따라서 이번 주말을 넘기면서 후보군을 압축하고 자체 검증 작업에 착수 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에 들어간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개인신상자료를 열람해야 하지만 후보들의 동의가 없이는 안된다. 금융·부동산 등 재산사항과 전과, 세무 관련 기록, 각종 경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막상 유력한 후보라 하더라도 자료 열람을 거부하는 명망가들이 많다. 또한 청문회에 나섰다가 의도치 않은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 후보자 지명을 아예 고사하기도 한다.

 

이 당선인은 '능력'이 된다면 작은 흠결은 감수하겠다는 인선 기준을 제시했다. 국보위 활동 경력이 있는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밀어붙인 것도 이런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이명박 당선인을 6년 넘게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대표적인 'MB맨'으로 알려진 강승규 인수위 부대변인은 총리후보 인선과 관련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 많은 반대와 우려 속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을 추진했던 것은 '비전·효율성·추진력'이라는 CEO형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초대 총리는 새 정부 초기 제기될 많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거론된 인사들 중에 이런 CEO형 리더십에 부합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이명박 정부#초대 국무총리#박근혜#이명박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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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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